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도 대박을 칠 조짐이다. 아이패드의 경우 아직 국내에 공식 출시도 안됐는데, 준비태세에 들어간 콘텐츠 및 서비스 업체들이 적지 않다. 앱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많은 업체들이 아이패드가 몰고올 변화를 예측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아이패드를 향한 개발자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아이폰급 개발자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진하게 풍긴다.
그러나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이란게 만들기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OS가 같기 때문에 아이폰앱을 개발해봤다면 아이패드앱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특히 아이폰앱 개발에선 고민거리가 아니었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디자인이 아이패드에서는 골치아픈 존재로 부상했다. 이미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용 앱개발자들이 UI 디자인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만큼, 무턱대고 시작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과 시행착오를 참고해 아이패드앱 개발에 나서는게 여러모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10년째 매킨토시용 SW를 개발해왔고, 지금은 외부 고객 의뢰로 아이패드앱을 개발중인 왕수용 민트기술 대표를 인터뷰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결론부터 말해야 겠다. 왕 대표에 따르면 아이폰과 아이패드앱 개발 경험은 전혀 다르다. 아이패드앱 개발이 훨씬 어렵다. 아이폰에 비해 4배나 커진 화면때문에, 아이폰 개발하듯 뛰어들었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아이폰 운영체제(iOS)에 내장된 UI는 아이패드 앱개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왕 대표는 지적했다.
다음은 왕수용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아이패드는아이폰보다 화면이 큰게 문제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마디로 아이폰 개발에 없던 ‘UI디자인’ 과정이 필요해졌다. 기획상 어려운 점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다. 원래 아이폰앱을 디자인 할 때는 iOS에 내장된 UI를 활용하는게 가장 무난하다. 화면이 작아 단순한 기본UI로 구성하는게 오히려 안정감 있고 깔끔하다. 그런데 아이패드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그렇게 하면 화면이 비어 보인다. 허술하게 보일 수도 있다. 여백을 채우려면 별도 기획을 해야 한다. 아이패드용 앱에 고유한 UI를 만들고, iOS에 내장된 UI 안쓰는 방향으로 가는 이유다.
-자체 UI를 적용하는 것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으로 보나.
앱 기획자든, UI 디자이너든, 기본UI를 하면 빈자리에 채워넣을 인터페이스를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게 낫다. 해외의 경우 와이어드(Wired)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이패드용으로 만든앱도 자체 개발한 UI를 적용했다. 아이패드앱은 아이폰과 또 다른 형태로 자연스러운 UI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SW개발업체가 UI를 직접 기획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물론 아직 기획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동안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다. UI전문가가 아닌 개발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따로 만드는 것보다 기본UI를 쓰는 게 효율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애플이 처음부터 아이패드에 특화된 UI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건 애플 역시 아이패드에 대한 정답을 찾지 못했을 수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개발 이슈가 화면 크기 차이에 따른 UI문제 뿐이라면 오히려 별 차이 없는 게 아닌가
화면하고 제품 크기가 다르다는 것은 결정적인 차이다. UI 설계할 때 개발중인 앱 화면에 무슨 정보를 채워넣을 것인지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제품을 어떤 식으로 쓸 것인지에 대한 사용 시나리오를 예측해야 한다. 단말기를 쥐는 위치부터 들고 있는 자세, 화면을 보는 각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아이패드의 경우 이런 것들을 짐작하기 정말 어렵다. 반면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은 들고 있을 때 손가락이 닿는 위치나 자세를 예상하기 쉽다. 업체들마다 앱 메뉴 구성이나 단추 배치가 비슷한 이유다.
-개발에 필요한 인력, 기간도 아이폰보다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기획상 시행착오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일정 가운데 기획에 할당하는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전체 개발 기간이 늘어지지는 않는다. 개발인력 규모도 비슷하다.아이폰 앱을 개발하다가 아이패드를 다룬다고 해서 필요한 것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가
일반 소비자 대상 앱과 기업 모바일용 앱 두가지다. 기업용은 요즘 화두인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앱이다. 둘 다 외부 의뢰를 받아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다.
-아이패드외에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용앱도 개발중인 것으로 안다.
플랫폼에 담긴 UI를 활용하는 대신 고유한 UI를 만든다는 것은 앱을 아이패드 전용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개발자든 자기 SW가 많은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의뢰도 대부분 아이패드용, 안드로이드 태블릿용 앱을 같이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다른 기기지만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SW라면 같은 UI를 보여주는 게 자연스럽다.
-자체 개발중인 앱은 없나
아이패드용은 없고 아이폰용으로 만든 개인일정관리 프로그램 '민트투두'가 앱스토어에 올라가 있다. 투두이스트(Todoist)라는 일정관리 웹서비스가 공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써서 만들었다. 아이패드용으로 만들고 싶은데, 아직은 여건이 되지 않는다.
-개발자로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애플과 다른 플랫폼간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고 있나
중요도 순으로 치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순이다. 같은 노력으로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에는 안드로이드보다 아이패드가 낫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아이패드가 국내에서 입지를 굳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애플은 한국 시장 지원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애플의 단점을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들이 메워주면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패드와 관련된 UX 화두는 무엇인가
지금 사람들은 웹에서 이메일을 보내고, 검색하고, 사진 공유하고, 워드 프로그램을 쓴다. 전에는 PC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할 수 있었던 일을 웹에서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웹만 돌아가면 아이패드든 PC든 똑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UX는 PC보다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아이패드가 낫다. 아이패드가 모바일 웹을 활발히 쓰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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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에 앞서 스마트폰이 모바일웹 시대를 이끈 것 아닌가
스마트폰과는 또 다르다. 아이패드는 모바일웹 확산을 위한 '결정판'이다. 지금 음성통화할 때 집전화보다 휴대폰 많이 쓰는 거랑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거다. 모바일웹과 아이패드는 상호 보완 관계가 될 것이다. 일반PC 웹사이트 대신 태블릿 단말기를 통해 웹 이용하는 사례가 늘거고, 태블릿에 최적화된 모바일웹도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