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자연과학에서 쓰이는 생태계라는 말이 IT업계에서 화두가 됐다. 애플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모바일 환경은 바야흐로, 생태계 전성시대다.
비즈니스 생태계는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해 시장을 키워나간다는게 골자. 판을 깔아주는 업체와 판에 참여하는 업체로 나눠지는데, 애플과 구글은 전자,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는 후자에 해당된다.
그러나 생태계는 만들고 싶다고 뚝딱 만들 수 있는게 아니다. 판을 까는 업체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리더십이 없으면 공허한 생태계가 될 뿐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몇몇 업체들만이 경쟁력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평을 듣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거의 무명에 가까운 국내 벤처 기업 하나가 웹플랫폼을 갖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오픈소스 기반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 '킴스큐'로 알려진 레드블럭이다. 생태계 구축은 '킴스큐' 개발을 주도한 김성호 이사의 몫이다.킴스큐는 오픈소스 게시판 프로그램 '킴스보드'를 개선해 만든 오픈소스 웹사이트 개발 플랫폼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블로그, 게시판, 포럼은 물론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 '웹 플랫폼 인스톨러(WPI)'라는 웹사이트 구축 패키지에 몇 안되는 국내솔루션으로 선정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김 이사도 킴스큐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WPI 진입에 고무적인 표정이었다.
킴스큐는 현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개인들을 위한 무료계정과 기업용 유료계정이 제공된다.
하반기 선보일 차기 버전에는 기업내 핵심 애플리케이션들과도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 웹사이트 개발 및 애플리케이션 통합 플랫폼으로 포지셔닝 하겠다는 것이다. 생태계 구축도 이때부터 본격화될 전망. 김성호 이사는 오픈소스기반 개방형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 킴스큐 플랫폼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1월께 프리웨어 상용판인 '킴스큐 S'버전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기능적으로는 '킴스큐 오픈소스소프트웨어(OSS)' 버전과 똑같고 소스코드를 고쳐 쓸 수 있다는 점도 동일해요. 대신 킴스큐S는 킴스큐 웹사이트에서만 개조해서 배포할 수 있어요.
기본 프로그램은 그냥 쓸 수 있게 하고, 플랫폼 사용자, 개발자들이 모듈을 주고받는 장터를 만들어낸다는 목표다.
킴스큐는 기본적인 기능 이외에 용도를 확장하기 위해서 구성요소를 넣고 뺄 수 있는 '모듈' 시스템이예요. 스마트폰에서 전화, 문자같은 기본 기능 말고 앱을 내려받아 쓰잖아요. 킴스큐 플랫폼에도 모듈을 가져오면 새로운 기능을 더할 수 있어요.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오고 거래되듯이, 킴스큐 플랫폼을 위한 유,무료 모듈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킴스큐 프로그램을 이루는 뼈대는 김 이사가 전담해 개발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외부 개발자들이 직접 모듈을 만들어 올리고 사고파는 것도 가능해진다. 킴스큐를 위한 앱스토어가 탄생하는 셈이다. 그는 모듈에 대한 '사용권'개념을 통해 기본 포함된 게시판, 회원관리같은 기능도 사용하는 경우에만 비용을 받는 식으로 운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생태계 구축은 만만치 않다. 킴스큐보다 먼저 유명해진 국산툴 익스프레스엔진(XE)이나 해외 프로그램인 줌라, 드루팔, 워드프레스 등 오픈소스기반 CMS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국내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성공했다고 할만한 사례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회의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혼자 만들다보면 협업 할 때보다 오래 걸리기도 하고, 벅찰 때도 있죠. 기본형 스킨을 만들다가 디자인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같이 일 할 사람이 아쉬웠던 적이 있어요. 내부 설계가 잘 돼 있고 효율적이더라도 디자인이 나빠서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쉽지 않죠.
이를 감안해 김 이사는 사이트 디자인도 역시 모듈 시스템으로 제공하고 외부에서도 개발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사용자들이 함께 채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픈소스가 제공하는 개방이라는 가치, 그리고 사용자 편의성을 앞세워 사용자 기반을 넓히겠다는 설명이다.
다른 솔루션하고 굳이 경쟁하려는 건 아니에요. 휴대폰으로 치면 어떤 사람은 아이폰을 쓰고 싶을 거고, 어떤 사람은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싶겠죠. 절대적으로 우월한 제품을 만드는게 아니라 킴스큐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딱 맞는 툴을 만드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킴스큐의 전신인 킴스보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한때 천문학도였던 군복무를 마치고 천문정보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웹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다.
그 때 사용했던 게시판 프로그램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게 시작이죠. 멋모르고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건데, 하다 보니까 재미있더라구요. 홈페이지 성격도 바뀌어서 아예 게시판 프로그램 개발자 사이트가 됐죠.
킴스보드는 지난 2000년초 선보였다. 처음 HTML과 펄(Perl)을 써서 게시판을 만들다가 유명 웹프로그래밍 언어 PHP로 바꿨다.
킴스보드 개발 당시 국내에 웹프로그램 자체개발 붐이 일었어요. 웨이보드, 이지보드같은 펄(Perl) 기반 프로그램이 같이 등장했는데, 지금 거의 안 남았죠. 비슷한시기 제로보드, 그누보드 등 PHP 언어에 마이SQL(MySQL) DB기반 게시판이 나오면서 이 조합이 유행했어요. 이전까지 펄 기반이었던 킴스보드도 PHP 기반 프로그램으로 바꿨죠.
킴스보드 시절부터 합치면 킴스큐는 10년 넘게 다듬어온 장인의 프로그램인 셈이다. 순탄하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한때 큰 사용자 커뮤니티를 이뤘지만 버전과 프로그램 이름 등 패키지를 복잡하게 관리하다보니 혼란을 느낀 사용자들이 점차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펄 버전으로 개발하는 동안에는 1일 커뮤니티 방문자수가 만단위로 나올 정도로 인기였어요. 그런데 프로그래밍 언어와 지원 DB, 버전을 바꿔가면서 킴스보드, 킴스플러스, 킴스온 등 이름을 여러가지로 부른 게 실수였죠. 버전과 패키지마다 이름이 다르니까 사용자들이 헷갈렸는지 점점 찾아오는 사람이 줄었어요.
처음부터 오픈소스 기반으로 만들다보니 비즈니스모델로 가져가기도 쉽지 않았다. 킴스보드를 배포한지 2년 정도 지나면서 김 이사는 학업을 중단하고 킴스몰이라는 쇼핑몰 구축 툴을 개발해 벤처사업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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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킴스몰로 거둔 수익을 기반으로 킴스보드도 꾸준히 개발했다. 그러나 권기택 레드블럭 대표와 인연이 맺어졌다. 두 사람은 지금 레드블록의 쌍두마차다.
김 이사는 개발, 권 대표는 비즈니스 운영을 담당한다. 그러나 목표는 하나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처럼 킴스큐로도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조만간 생태계 구축 작전은 본격화된다. 작전의 결과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