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사장 "30년간 국민소득 10배, 수신료 제자리"

일반입력 :2010/11/22 12:53    수정: 2010/11/22 19:00

정현정 기자

“1981년의 2천500원은 지금 물가로 환산하면 8천250원에 해당한다. 국민소득이 열 배 이상 증가하는 동안 유독 수신료만 30년 동안 묶여있는 현실을 고려해달라.”

김인규 KBS 사장은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인상안 의결에 대한 회사 측의 입장을 이 같이 설명하면서, 향후 KBS 수신료 인상은 이사회가 아닌 법·제도화를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19일 KBS 이사회는 TV 수신료를 현행 월 2천500원에서 3천5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는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날 김 사장은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재정이 바탕이 돼야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고 선정성을 배제하는 방송을 해야한다”면서 “KBS가 수행하는 공익적 책무를 가능케 하는 공정 재원이 바로 수신료”라면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수신료 비중이 총 재원의 40%에 불과해 광고를 비롯한 상업적 수입에 재정을 의존해 왔다”며 “KBS 수신료가 영국 BBC의 9분의 1수준, 일본 NHK의 7분 1 수준으로 이는 아프리카의 나미비아보다도 낮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사장은 “디지털 전환 비용은 약 5천500억원 정도가 예상되지만 지금의 KBS 재원으로는 도저히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수신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재 KBS를 포함해 방송협회에서는 디지털 전환 이후 발생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 지상파 디지털 플랫폼인 ‘코리아뷰’를 추진 중이다.

코리아뷰가 출범하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아도 KBS1, 2TV 외에도 케이블로 방송되는 KBS스포츠, 드라마, 프라임, 조이 등 8개 채널과 EBS의 4개 채널, MBC, SBS의 지상파 채널을 비롯한 자회사의 채널과 더불어 KTV와 NATV 등 공익 채널까지 20여개의 무료 채널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KBS 수신료가 인상되면 EBS에 대한 지원도 늘어날 것이란 얘기도 덧붙였다.

현재 KBS는 EBS에 연간 156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수신료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수신료가 인상되면 EBS에 대한 지원을 5%로 늘릴 계획으로 이는 액수로 연간 368억원이다.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아 온 자구노력에 대한 부분도 설명했다.

KBS는 외부 지적을 받아온 퇴직금 누진제와 특별 성과급제를 폐지하는 한편, 유급휴가를 대폭 축소하고, 2008년과 2009년 임금 동결했다. 이와 함께 노조 전임자 수를 기존 24명에서 12명으로 축소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원도 중단된다. 또, 최소한의 신규 충원과 대대적인 직종 통합을 통한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 약 5천200명이었던 인력을 2014년까지 4천200명 규모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총 예산의 38%를 차지하던 인건비 비중이 2014년까지 30%아래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초 KBS는 이사회에 두 가지 안을 제출했다. 하나는 광고를 전면폐지하고 수신료를 6천5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이고, 또 하나는 수신료를 4천600원으로 하되 광고비중을 20% 이하로 낮추는 안이다.

김 사장은 궁극적으로 광고가 폐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의 수신료 결정구조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국회와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을 결정하는 구조로는 KBS 수신료 인상이 결코 정파적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수신료 결정을 위한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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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독일의 경우 ‘방송사 재정 수요 조사위원회(KEF)'라는 독립적인 수신료 결정기구가 있다. 이 기구는 독자적으로 공영방송의 경영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경영전망 평가 등을 통해서 수신료 금액을 산출한다. 비정치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KEF는 공영방송이 수신료 수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공공재원을 절약해 사용했는지를 심의하고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수신료를 결정한다.

김인규 사장은 “이번 기회에 국회와 방통위도 중장기적인 틀에서 적정한 수신료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