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컴퓨터에 어떤 프로그램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설치가 되었는데 멈추는 것도 삭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악전고투(?)속에 겨우 프로그램을 삭제할 수 있었다.
'도대체 모르는 사이에 왜 프로그램이 설치되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어렵지 않은 곳에서 비슷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부모님의 컴퓨터였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특정 웹 사이트 방문, 그리고 응용 프로그램 설치 중 일부가 이러한 문제를 야기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컴퓨터에 그럴 듯한 이름을 가진, 다시 말해, 설치하면 유용할 듯한, '보안', '백신', '개인 정보 보호'등의 이름을 가진 정체 불명의 프로그램들이 깨끗한 컴퓨터 환경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정말 그와 관련된 동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 이러한 프로그램 설치가 컴퓨터 사용자에게 적절히 알려졌고, 사용자가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점이다.
그리고 필요하지 않다고 사용자가 느끼면, 손쉽게 지울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 툴바의 경우, 설치 후, 최초 실행시, 이에 대한 실행 여부를 사용자에게 묻고 있으며, 툴바의 사용 중지 버튼, 프로그램 삭제 메뉴 등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프로그램 처리가 컴퓨터를 잘 아는 사용자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웹 서핑이나 간단한 문서 작업 등을 하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는 의미있는 일이다. 해당 이름의 프로그램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설치를 진행한다고 답하거나, 그 프로그램이 무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사용자들이 아직 적지 않다.
정체불명의 프로그램은 시간이 흐르면, 컴퓨터 속도 저하, 원치 않는 팝업창, 정보 유출 등으로 이어진다.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처럼 설치됐지만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분들에게 컴퓨터에 무엇을 설치했냐고 물으면, 별 다르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단순한 웹 서핑만, 그리고 만날 쓰는 프로그램만 썼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방문했던 웹 사이트 이용 형태나 꼭 필요해 설치했다고 하는 프로그램의 설치 과정을 살펴보면, 정말 이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일까라고 생각이 드는 프로그램 추가 설치가 기본 설치로 둔갑해 있는 것이 꽤 많았다.
국내에서 꽤 잘 알려진 메신저와 압축 프로그램의 경우, 이용자 약관 동의 창이나 현란한 광고 아래 추가 설치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 설치 옵션을 선택해 놓은 채로 내버려둬 사용자의 자각을 어렵게 해놓았며, 설치 완료 후, 사용자 플랫폼에 추가 프로그램 설치 및 옵션 변경을 5~7개씩 권장한다. 사용자가 아무 의식없이 '다음'을 클릭했을 경우, 한꺼번에 바뀌는 구조다.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기업이나 조직 입장에서는 수익이나 광고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추가 프로그램을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형태로 포장하여 설치를 권장한다고 한다. 권장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기본 프로그램에 끼어서 설치되게 하거나, 추가 프로그램 설치 여부에 대한 질문 대화창에 설치함으로 기본값으로 설정해놓고, 무심결에 '다음'을 클릭하길 원하는 것은 아닐까?
업무차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만나보면, 아직도 컴퓨터는 많이 어려운 기계라고 느낀다. 컴퓨터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타나면, 메시지를 잘 읽지 않고, 진행을 하거나, 당연히 나에게 나쁜 것을 권장하겠느냐라는 믿음을 가지고 넘어가곤 한다.
컴퓨팅 환경은 어린 아이부터 시작해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가 이용하고 있다. 모든 컴퓨팅 환경은 사용자 중심적인 관점으로 흘러가야 한다.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련한 법률' 제 48조 2항을 살펴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해서는 안 된다'는 항목이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 환경을 저해하는 프로그램 제작 및 유포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또한 기본 설치 옵션이 선택된 상태에서 사용자가 설치를 진행한 경우 이를 암시적으로 동의로 바라보는 기업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항, 즉, 설치 여부, 그리고 설치 후 동작 여부 등은 사용자들에게 투명하고, 쉽게 알려져야 하며, 사용자가 무심결에 흘려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손쉽게 삭제할 수도 있어야 한다. 사용자도 자신의 안전한 컴퓨팅 환경을 위해 컴퓨터에서 나타나는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이 우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하니까… 라는 생각에 사용자의 불편함을 초래하게 해놓았다면, 진정 누구를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냐는 것에 대해 반문하고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