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태풍인가 미풍인가

일반입력 :2010/10/20 19:28    수정: 2010/10/20 19:30

정현정 기자

스마트TV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국내서도 찬반 논란이 뜨겁다. 방송을 넘어 가전과 인터넷을 아우르는 히트작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찻잔 속 태풍이라는 부정적 평이 팽팽히 맞선다.

한국디지털케이블포럼이 20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서 개최한 ‘디지털케이블TV와 스마트TV’ 세미나는 이 같은 분위기가 드러내면서, 스마트TV 성공 조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눈길을 끌었다.

■콘텐츠 없이 성공? 현실성 없다

첫 연사로 나선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는 ‘스마트TV=혁명’이라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진영을 대변했다. 근거는 스마트TV가 제시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스마트TV는 아직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못했다”며 “애플 아이폰이 보였듯 산업 내 수익배분까지 이어지는 모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플 아이폰 성공의 1등 공신은 앱스토어다. 방대한 애플리케이션이 모여 아이폰을 지원사격했다. 이 애플리케이션들을 쓰고 싶다는 것이 아이폰 구입 이유 중 1순위로 꼽힌다. 콘텐츠 파워를 제대로 드러낸 것이다.

애플은 애플리케이션 판매 수익 중 70%를 개발자들에게 돌렸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앱스토어로 몰려드는 추세다.

김 교수는 스마트TV도 이 같은 모델을 필요로 함을 역설했다. 콘텐츠 없이는 하드웨어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선택받기 힘듦은 누차 증명됐다.

■“애플이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하듯...”

콘텐츠 확보는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아직 스마트TV를 관망만하는 추세기 때문. NBC유니버셜의 경우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애플TV에 대한 콘텐츠 제공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콘텐츠 제작 사업자인 CJ미디어 서장원 상무가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한 스마트TV 사업자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서 상무는 “하드웨어 업체인 애플이 콘텐츠를 모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애플과 같은 모델을 가져온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TV가 일으킬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은 면밀히 살피는 중”이라며 “하드웨어 업체들과 협력해 해외로 나갈 뜻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스마트TV 콘텐츠 확보를 위해 하드웨어 업체들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 같은 노력이 보이지 않으면 시장 지분 확대가 느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콘텐츠 확보=혁명’…노력하기 나름

이 같이 스마트TV에 대한 우려가 적잖은 상황이지만, 앵글을 돌려보면 콘텐츠 확보가 장밋빛 청사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박승권 한양대학교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콘텐츠를 확보한 스마트TV가 불러 올 변화는 ‘쓰나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스마트TV는 단기적으로 TV제조사, 중장기적으로 콘텐츠 및 플랫폼 사업자 전체에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최근 10년이 ‘미디어 혁명 시대’로 불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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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확보 부분에서는 오픈플랫폼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누구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을 내세워 볼륨을 키우자는 뜻이다.

그는 “오픈플랫폼이 발달하면 콘텐츠 사업자와 소비자를 직적 연결할 수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가 제공하는 인터넷 방송 콘텐츠를 TV포털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