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TV포털 전철 밟나

일반입력 :2010/10/20 14:15    수정: 2010/10/20 17:42

‘오픈IPTV, 365℃, 스마트TV’

이들의 공통점은 영상·방송콘텐츠 서비스이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망이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방송·통신 그리고 IT기술의 융합화를 급속히 진전시키며 휴대폰 유통 시장을 뒤흔든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 바람을 방송영역에까지 불어넣고 있다. 최근 구글TV, 애플TV 등 스마트TV를 내놓으며 방송콘텐츠 시장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

하지만 오픈마켓으로 콘텐츠를 확보해 시장을 점령한 스마트폰 분야와 달리 스마트TV는 콘텐츠 외에도 전송수단인 망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 접근법이 다르다.

스마트폰에서의 망은 음성서비스가 기본 제공되고, 모바일 콘텐츠 활성화로 음성에서 데이터로 수익을 다변화해야 하는 이동통신사가 담당했지만, 스마트TV는 제공 주체가 이를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TV포털 등 유사한 서비스에 ‘망중립성’ 이슈가 끊임없이 논란이 됐던 이유다.

■수익창출 기회 vs. 경쟁매체 출현

일각에서는 스마트TV의 출현이 통신사가 망 임대란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작 통신사들은 스마트TV의 출현을 수익 다변화의 기회로 인식하기보다는 IPTV의 경쟁매체 등장으로 보고 경계심을 나타낸다. 또 향후 제공될 모바일 IPTV와 불가피하게 지분 다툼을 해야 하는 경쟁관계로 인식하고 있다.

통신사가 차세대 서비스로 꼽는 N-스크린 전략에서도 스마트TV는 ‘약(藥)보다는 독(毒)’이라고 보는 관점이 우세하다.

특히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동반하는 스마트TV가 망의 트래픽 관리 차원에서 수익보다는 투자 및 운용에서의 지출이 더 크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시각이다.

지상파방송을 비롯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사업자들이 스마트TV를 새로운 수익을 가져다 줄 윈도우로 보고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황준호 KISDI 방송·전파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통신사의 경우 스마트TV는 프리미엄망 수익 확보 기회와 모바일 및 IPTV 시장 내 경쟁이라는 위기요인이 공존한다”며 “스마트TV의 개방과 확장 전략이 통신사의 스마트폰과 IPTV의 멀티스크린 전략과 유사해 직접적인 경쟁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방송발 MVNO 논쟁 시작될까

스마트TV는 수년 간 논쟁 끝에 지난달 마무리된 가상이동망사업자(MVNO)의 방송 버전이다.

MVNO가 기존 통신사의 망을 임대해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스마트TV 사업자는 통신사의 망을 빌려 영상·방송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망중립성 이슈가 제기되는 것이 이 부분이다.

다만, 별정통신사업자의 지위가 부여된 MVNO와 달리 스마트TV는 아직까지 그 법적 지위와 규제원칙 등이 결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정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황 연구원은 “스마트TV를 국내 방송법이나 통신법상에서 어떠한 사업자의 지위를 부여하며 어떠한 규제원칙을 적용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아직 스마트TV를 방송사업자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이고 인터넷콘텐츠제공사업자나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지위 부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TV는 콘텐츠 편성권이 없기 때문에 통신법에 의한 인터넷상의 내용규제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내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 방송사업, 방송사업자 등의 법적 개념 재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스마트TV 역시 향후 실시간 방송채널서비스가 제공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적용은 기존 IPTV를 사업자를 포함한 유료방송사업자의 반발에 부딪혀야 한다.

IPTV 역시 ‘융합서비스 활성화와 규제 최소화’와 같은 이유로 방송법 적용을 거부했지만 논란 끝에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이란 특별법이 제정돼 이 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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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여곡절 끝에 방송시장에 진입한 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제조사들을 주축으로 한 스마트TV를 동일시장 진입에 쉽게 문을 열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TV의 핵심은 TV에 특정 운영체제(OS)를 설치해 인터넷을 연결하고 IPTV와 같이 각종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인터넷 시장에서 포털 등 인터넷업체들이 무임승차 해왔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던 통신사들이 이 시장의 진입을 호락호락하게 열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