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자동차 CF라고?···기발한 자동차 광고 열전

일반입력 :2010/10/14 08:49    수정: 2010/10/14 09:08

이장혁 기자

15초안에 장점을 설명하고 구입하게 해야하는 CF. 더 빠르고 깊이 기억되고자 기발한 영상, 화려한 스타, 음악, 카피 등 다양한 무기를 장착한다. 그런 측면에서 변화가 거의 없는 자동차 CF는 여전히 스타일과 성능에 대한 멘트, 각국의 도로를 질주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독특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자동차광고를 살펴보았다.

한 아기괴물(?)이 울고 있다. 엄마괴물은 아기괴물을 달래기 위해 자동차를 집어 들더니 그 속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아기에게 먹인다.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자 엄마괴물이 자동차를 흔드는데, 흔들 때마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식인 괴물이 잔인하기도 하고 허구의 스토리지만 차의 실내공간이 얼마나 넓은지를 비유한 광고다. CF의 주인공은 포드의 소형차 Ka라는 모델로, 피아트 500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Ka는 유럽에서 특유의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혼다의 중형세단 어코드도 매우 독특한 컨셉의 광고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광고 속에서 톱니바퀴 하나를 시작으로 베어링, 와이퍼, 휠 등 자동차 부품들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움직이면서 어코드를 출발시키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6개월이 넘는 제작과정과 600번이 넘는 시도 끝에 CG와 편집없이 촬영된 이 CF는 혼다의 장인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칸 국제광고제’의 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CF를 통해 어코드는 고성능 세단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인도의 한 청년이 차를 몰고 벽을 향해 돌진한다. 벽에 부딪힌 자동차는 크게 찌그러진다. 남자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코끼리로 차체를 누르고, 망치로 두드리고, 밤새도록 땜질도 한다. 외관이 완전히 변한 자동차를 남자는 광고지 속의 자동차와 비교해 보고 나름대로 흡족한 웃음을 짓는다. 남자가 그렇게까지 고생하며, 닮게 하려한 차는 ‘푸조 206’이다. 외형만이라도 닮고 싶어했던 남자의 과격한 행동을 통해, 이만큼이나 ‘갖고 싶은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잘 살린 광고이다.

국내업체 차량광고 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CF가 있다. 기아의 쏘울 CF에서는 힙합 햄스터들이 나와서 신나는 리듬에 맞춰 랩을 한다. 힙합뮤지션이 노래가사를 통해 다른 가수들을 조롱하듯, 자동차들을 토스터나 종이박스라 조롱하며 쏘울의 개성을 강조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역시 햄스터를 주인공으로 한 쏘울의 미국 TV광고는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하는 시민모임(PETA)’로부터 좋은 광고상을 받는 영광을 얻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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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국산차 K5는 모스부호를 통해 K5를 뜻하는 음향을 마치 음악처럼 꾸며 시선을 끌었다. 언어에 제한 없이 세계에 통하는 모스부호를 이용해 ‘투더 월드베스트’라는 포부를 엿보게 한다. 또 BMW는 몇 년 전 유명 헐리웃 배우들과 함께 단편영화와 같은 TV광고 시리즈를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 스토리를 삽입한 광고들의 롤모델로 뽑힐 만큼 당시 폭발적인 반응과 효과를 얻었다.

자동차는 쉽게 구입을 결정하기 힘든 고관여상품인 만큼, 가벼운 접근보다는 럭셔리하고 세련되고 글로벌한 이미지를 많이 부여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칫 진부하고 뻔해질 수 있는 전형적인 스타일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곳곳에 눈에 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신차가 릴레이로 출시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될 때에는 어떤 차가 더 빨리 떠오르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느냐도 구입의 열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