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MS “휴대폰 줄께”…직원들 “글쎄요”

일반입력 :2010/08/31 14:09    수정: 2010/08/31 21:33

김태정 기자

“회사에서 휴대폰 준다면 반가울까?”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발표한 ‘휴대폰 신상품 사내 공급’을 두고 직원 반응이 ‘환영’과 ‘반대’로 엇갈렸다.

휴대폰 신상품을 저렴하게 혹은 공짜로 받아서 좋지만, 각종 통신 약정을 본의 아니게(?) 추가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

회사서 지급한 휴대폰을 지인에게 넘기자니 상사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받으면 꼭 들고 다녀야 한다'라는 불만도 들려왔다.

■“직원에 주는 휴대폰만 몇만대야?”

삼성전자는 올 연말까지 국내 임직원 8만8천여명에게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지급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갤럭시S’, LG유플러스 ‘갤럭시U’, 출시 준비 중인 KT ‘갤럭시K’ 중 선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위해 스마트폰 사내 지급을 추진 중”이라며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지급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전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갤럭시S를 무상 지급했다.

SK그룹의 계열사인 워커힐의 한 직원은 “약정에 대한 부담 때문에 휴대폰 교체를 미뤘는데 결국 주위의 압박으로 휴대폰을 바꾸게 됐다”며 “굳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데 부담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스마트폰 시장서 애플과 구글에 밀린 MS도 전 세계 9만3천여명 임직원에게 자사 윈도폰7 운영체제(OS) 탑재 휴대폰을 지급할 예정이다.

루 겔로스 MS 대변인은 지난 달 판촉 행사에서 “직원들에게 무료로 휴대폰을 제공할 것”이라며 “물론 요금은 본인이 직접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라이벌 구글이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을 전 직원에게 지급한 것을 의식한 행보다. 스마트폰 시장서 구글에 밀리면서 떨어진 사기를 올리려는 뜻도 담겼다.

■직원 복지? 아니면 마케팅?

문제는 직원들의 반응이다. 적어도 회사 경연진이 원하는 것처럼 ‘일제히 환영’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휴대폰 무료 지급에 시큰둥한 직원들의 불만은 제조사별로 취향에 따라 스마트폰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왜 회사에서 지급하려는 새 휴대폰을 써야 하느냐’로 요약된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현재 A 휴대폰을 쓰면서 외산 B 제품에 눈독을 들이는 중인데 회사에서 갤럭시를 주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다”며 “받은 휴대폰을 나중에 바꿀 때 눈치가 보이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제공한 휴대폰으로 인한 통신 신규 계약시 발생하는 부담금 중 일부를 제공할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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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블로그 등에서 들려오는 MS 직원들의 반응도 차갑다. 공짜폰 마케팅에 직원들이 희생(?)당한다는 독설도 보인다.

삼성전자와 MS는 스마트폰 사업이 '반격모드' 상태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SK그룹 역시 계열사인 SK텔레콤이 아이폰을 들여 온 KT와 힘겨운 전투를 벌이는 중이다. 이 공룡들의 ‘휴대폰 사내 지급’이 다양한 뒷말을 남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