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세계에는 역시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었다. 원수처럼 지내다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친구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페라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16일(현지시간) 더레지스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에서 자사에 반독점 위반으로 문제를 제기한 브라우저 업체 오페라소프트웨어는 MS 검색엔진 '빙(Bing)'을 자사 제품에 탑재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MS가 '복수의 화신' 오페라소프트웨어와 제휴를 맺고 오페라 10.60 베타버전 '기본 검색 엔진 선택' 메뉴에 검색엔진 빙을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기본 검색 엔진 선택'메뉴에 들어갔다는 것은 무조건 해당 검색엔진만을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검색창에서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검색엔진 이외에 사용자가 고를 수 있는 '기본 검색 엔진 선택' 목록이 있다. 예전에는 이 목록에 구글, 야후, 아마존, 위키피디아, 이베이 등이 있었다. 사용자는 이 목록을 직접 더하고 뺄 수 있다.
기본 검색 엔진 목록에서 진짜로 기본 설정된 검색 엔진은 예전부터와 마찬가지로 구글이다. 검색엔진 목록에 들어간 정도가 대단한 변화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외신들은 오페라소프트웨어가 빙을 추가한 것에 대해 "이 변화가 의미깊게 주목되는 이유는 단지 빙을 탑재한 브라우저가 오페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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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소프트웨어는 MS가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윈도에 끼워팔아온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결국 브라우저 선택창 '밸럿 스크린'을 집어넣게 만든 회사다. 이들은 오페라 10.60 베타버전을 소개하는 내용에 기본 검색엔진 목록에 빙이 포함됐다는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이를 먼저 소개한 것은 존 틴터 MS 빙 총괄 매니저다. 더레지스터는 "틴터와 MS는 (오페라소프트웨어보다) 오페라에 빙이 들어간 것을 더 기뻐했다"며 "사용자들이 눈치채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MS는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와 같은 폐쇄적인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온라인 생태계에 걸맞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