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삼성을 두려워하는 5가지 이유

일반입력 :2010/05/31 08:34    수정: 2010/05/31 11:34

이재구 기자

일본이 여전히 삼성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지난 2005년 여름 일본디베이트연구협회라는 곳에서 ‘삼성이 두렵다’는 제목의 삼성 분석서가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5년 만에 미국 EE타임스의 일본인 기자 요시다 준코가 또다시 삼성관련 기사를 써 주목을 끌고 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EE타임스의 기사 제목은 ‘일본이 삼성을 두려워하는 5가지 이유’다. 요약하면 ▲한국지도자들의 정치적 리더십 환경 ▲위기의식 공유 ▲기술혁신가의 자세 ▲글로벌시장 경쟁법 이해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결단 등이었다.

지난 2005년 ‘삼성이 두렵다’라는 책 역시 일본인이 써서 화제가 된 책으로 당시 이 책에서 삼성은 ‘외계인(에일리언) 기업’으로 묘사됐다.

이 책에서는 “삼성 성장의 참된 원동력인 이건희라는 경영자는 천재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유감스럽게도 일본의 경영자 중에 그런 사람은 없다"면서 "혼다의 창업자나 마쓰시타전기의 창업자에 필적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또 "이 인물이 있는 한 삼성은 항상 봄날을 구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희 회장을 '걸어다니는 광고탑'으로도 묘사했다.

또 다른 삼성성장의 비밀로는 ‘인재와 교육’이 꼽혔으며 이건희회장의 '1인의 천재가 10만을 먹여살린다'는 인재전략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와함께 '모방에서 창조로 진화'한 삼성이 '무어의 법칙'을 깨는 개발스피드를 보인 점과 함께 스피드를 유지하는 거액의 설비투자에도 주목한 바 있다.

삼성을 바라보는 이런 시선은 삼성이 구글과 애플같은 혁신적 기업들과 경쟁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우리의 대표기업 삼성에 대한 외부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요시다 준코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서 쇼킹한 한국과 일본사이에 놓인 갭의 길이를 말해보자며 5가지를 지적했다. 요시다 기자는 일본이 최근에야 뒤늦게나마 자신들이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있을 때 한국이 무엇을 했는지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재계가 삼성의 부상에 시끌벅적하고 있지만 삼성에 대한 충분한 이야기는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의 서점 어느 곳을 가더라도 ‘삼성의 글로벌마켓전략', '일본의 새로운 성장계획:어떻게 삼성에 지지 않을까’, ‘삼성의 약점’ 또는 ‘삼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같은 책들이 날개돋친 듯이 팔린다고 소개했다. 또 일본 전자산업계에서 일하는 비즈니스맨과 얘기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삼성의 분석으로 대화가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그리고는 왜 일본인이 삼성에 대해 자신감을 잃었는지, 왜 그들이 지금까지 채찍질하던 한국에 채찍질 당하는 느낌을 받는지에 대한 다음과 같은 5가지 이유를 소개했다.

■정치적 리더십을 가진 가진 국가 환경

일본의 경제는 오랫동안 정치적리더십의 진공상태로부터 고통을 겪었다. 90년대 초 경제버블의 거품이 꺼지자 경제는 안절부절하면서 거대한 부채를 떠안았다. 이는 일본기업들의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한국은 기적적인 회복세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벗어났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지속적으로 국가적 경제목표를 정확하게 제시했다. 이명박대통령이 2008년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는 747계획을 통해 연간 7%의 경제성장, 개인소득 4만달러,세계7대 경제강국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위기의식 공유

한국은 진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사람들을 국가적 목표를 위해 단결하게 만든다. 국가적 목표를 위해 공유되는 이와 매우 유사한 위기의식이 2차대전후 일본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전후 가장 카리스마가 넘친 지도자로 여겨지는 이케다 하야토수상은 1960년 향후 10년내 국민소득을 2배로 만드는 데 도전했다. 이러한 영감이 불타오르면서 일본인은 1965~70년사이에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했으며 73년 오일 위기때만 침체했을 정도다.

한국에서의 위기감은 정부 주도로만 오는 것은 아니었으며 이 나라 최대의 기업이자 한국수출의 13%를 차지하는 삼성으로부터도 왔다.

이건희회장은 윤리적 문제와 사기 스캔들로 사퇴한 지 2년만의 공백 끝에 올초 복귀해 삼성을 이끌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서구의 기준에서 본다면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삼성직원들 사이에서는 거리낌이 없다. “그는 이 위기의 시대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지도자”라고 한 삼성의 직원은 말했다.

이달 초 이 회장은 '회사가 위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최고의 회사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에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향후 10년내 오늘날 삼성을 대표할 사업과 제품은 사라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회장의 코멘트는 '무뚝뚝하고 계시적'인 것인데 한재용 삼성LCD사업부 부사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희 회장이 정말 LCD사업이 10년내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인가? 혼란스럽지 않은가?"

그러나 한 부사장의 언급은 “이회장은 항상 비전을 제시해 왔다. 우리는 그가 말한 것을 현재로선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놀란다. 몇 년만 지나면 그가 말한 대로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일본의 전자산업계는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회장의 사망 이래 강력하고 굳세고 거침없이 말하는 지도자를 가져보질 못했다.

■기술혁신적 자세

첨단기업의 진실은 신발이나 옷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서 미국을 비판한 글의 저자들에 대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1989년 나온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모리타아키오 소니공동창업자와 당시 자민당을 주도하던 이시하라 신타로 교통성장관이 공저한 에세이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즉, 미국인들의 사업은 ▲인수합병(M&A)같은 머니게임에 너무 집중하면서 실질적인 제품과 생산력에는 충분히 집중하지 않으며 ▲해외에 생산기지를 옮기는 등 단기 이익에 너무 집착해서 장기사업을 희생하며 ▲임원은 너무 많이 월급을 받아 이것이 회사에 누를 끼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가지고 2010년으로 급히 시간을 돌려보면 모리타가 당시 발견한 미국기업의 잘못된 관행은 거의 정확하게 현재의 모든 일본의 주도적 기업들에 대한 언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삼성은 여전히 생산에 대해 큰 믿음을 갖고 있는 신자다. 또는 더욱더 정확하게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을 경영한 윤종용 삼성고문은 “우리는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신발이나 옷은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전 부회장은 “제품개발을 할 기술과 첨단제품을 갖지 못하면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부회장은 최근 EE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전자산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공유했다. 하지만 그가 삼성을 위해서만 말한 것은 아니었다.

영구고문인 윤 부회장은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꼽은 애플의 스티브잡스에 이어 '가장 뛰어난 실적을 보인 최고경영책임자(CEO)'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삼성을 ‘메모리칩과 짝퉁제품 메이커에서 디지털제품을 파는 이노베이터로 바꾼’ 인물로 인정받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윤 부회장에 대해 “세상의 이목에서 벗어나 있었던 리더”라며 “그의 재임기간 중 삼성의 주가는 1270억달러로 불었으며 조정된 수익은 1458%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법을 안다

삼성의 윤 전 부회장은 한국이 일본전자산업을 제치는 데 도움이 됐던 2가지 기본적 사실을 지적했는데 그것은 한국내수시장이 일본보다 작고, 생산비가 싸다는 것이었다.

윤부회장은 작은 내수시장은 삼성이 글로벌시장에서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한다.낮은 노동비용과 관련해서는 “과거엔 일본의 절반이어서 외주를 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전자회사들은 지난 20년간 그들의 엔지니어링 능력을 급속히 성장하는 일본 내수시장을 돌보면서 소비했다.

이들은 때로 지나치게 다양한 특징을 가진 호화스럽고 놀라운 품질의 제품을 내놓았다. 이들의 목표는 자신들처럼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진보에만 사로잡힌 다른 일본회사와 경쟁해 이기는 것이었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결단(크리티컬 매스)

많은 일본전자회사들이 자원 및 경영자의 결단성 부족으로 투자를 하지 못하는 동안 삼성은 주저없이 210억달러를 새로운 사업, 즉 태양전지와 생명의학 등이 포함된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에 쏟아넣었다. 새로운 사업개발로 이 회사는 2020년까지 연간 50조원의 매출을 자회사에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은 누구보다도 지구상의 모두가 LCDTV를 갖게 될 것을 알고 있다. 더많은 LCD패널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다음세기까지 회사를 성장시키기엔 충분하지 않다.

윤종용 삼성 고문은 이런 삼성의 움직임에 대해 “보험을 드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윤고문은 “보험을 드는 것은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서 삼성의 투자비는 지난 해 8조원에서 올해 18조원(156억달러)로 껑충뛰어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여기에 연구개발비용을 포함시키면 26조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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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물쓰듯 쓰는 투자비는 확실히 LCD와 반도체에서 경쟁자에 비해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윤 고문은 “그것은 모두가 임계질량(Critical Mass)에 관한 것”이라며 “임계질량은 투자비를 분할해 상환해줄 것이며 공장시설은 가치가 하락할 것이다. 그 대가는 경쟁입지의 강화”라고 말했다.

요시다 기자는 이 말은 일본 기업들이 20년 전에 하던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