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3D 변환, 3DTV 활성화에 '약인가 독인가'

일반입력 :2010/05/31 09:13    수정: 2010/05/31 09:31

이장혁 기자

2D 평면화면을 3차원(D) 입체영상으로 바꿔주는, 이른바 컨버팅 기술이 3DTV 시장 초반 레이스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3D 콘텐츠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인 접근이란 의견도 있고 3DTV에 대한 소비자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삼성전자가 3D 컨버팅 기술을 차별화 전략으로 들고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컨버팅은 과도기적인 단계인데, 제대로된 3D 화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3DTV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바타를 만든 캐머런 감독도 최근 열린 서울 디지털포럼에 참석, 2D를 무작정 3D로 변환하려는 시도에 대해 경고했다.

2D로 찍은 영화 ‘타이탄’을 3D로 바꾸려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것이었다. 캐머런 감독은 3D로 상영할 영상들은 모두 3D 방식으로 철저히 기획되고 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스카이라이프HD 심우찬 PD는 궁극적으로 3D 산업발전을 위해선 ‘리얼3D’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고 현대아이티 오정훈 부장도 3D 컨버팅은 실제로 봤을 때 기대치와 실망치의 갭이 크기 때문에 과도기 수준의 기술로 봐야 한다면서 마케팅 포인트로 보기엔 섣부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3D TV 판매가는 인터넷쇼핑몰을 중심으로 가격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판매가가 40%이상 떨어진 제품을 ‘손품’을 팔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 50인치 3D PDP TV 7000 시리즈가 스탠드형 기준으로 인터넷쇼핑몰에서 300만원대에서 200만원 최저가를 형성하고 있다. LG전자의 3D TV도 20% 안팎으로 내려간 가격대를 형성했다. 엑스캔버스 보급형 3D TV 6500 시리즈가 200만원대로 삼성과 경쟁하고 있다.

대형 LED TV와 견줄만한 가격대에 예비구매자들은 이왕이면 2D와 3D를 동시에 볼 수 있는 3D TV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지사.

게다가 내달 남아공월드컵을 비롯 국내 처음 3(차원)D로 방송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3D TV에 대한 관심을 촉발할 대형스포츠이벤트들이 줄줄이 개최돼 3D TV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매일 접하는 뉴스와 다르게 “지금 구매해도 3D 변환기능이 있어 입체영상을 만끽할 수 있다”라는 대형할인점의 직원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3D 컨버팅, 아직은 시기상조”

대형마트에서 기자가 만난 박진경씨. 증권사 직원으로 혼수제품을 고르던 중에 기자와 마주쳤다. 그는 3D 컨버팅을 통해 시청한 3D TV 화면을 본 후 “3D인지 잘 모르게 입체감이 확실히 살아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이전 ‘아바타’에서 봤던 3D 화면보다는 좀 어색해 보였다”고 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3D로 변환하는 기술은 2D 이미지를 수치적으로 분석해 입체감을 주는 방식이므로 3D로 제작된 전용 콘텐츠만큼의 충분한 입체감을 구현할 수 없다. 업계에선 3D 컨버팅 기능을 통해 생산된 영상을 통상 2.5라고 칭한다. 완전치 않다는 말을 숫자에 빗대 표현한 것.

기본적으로 3D 콘텐츠는 2D 콘텐츠에 비해 제작비나 제작 기간 측면에서 불리하므로 제작비 절감차원에서 우선 2D로 제작해 놓고 3D로 변환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처음부터 2D로 기획되고 제작한 영화에 단순히 입체감만 주고 3D 영화라고 시장에 내놓는 경우 시장에서 혹평을 받는 경우가 있다.

3D 컨버팅 기능은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예컨대 ‘아바타’ 3D붐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타이탄’의 경우 3D 매출이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아바타 5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63.7%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까닭은 이 영화의 3D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

이 작품은 3D 변환기간이 10주에 불과했다. 때문에 국내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은 “3D 입체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상영을 꺼려했다. 그래서 타이탄은 2D 상영관 객석 점유율이 25%, 3D는 이보다 낮은 15% 정도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서울디지털포럼 행사에 참석, 졸속 3D 상영으로 혹평을 받았던 ‘타이탄’을 3D 영화의 실패 사례로 꼽고, 이 같은 작품이 더 이상 나오질 않기를 희망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3D 콘텐츠 품질 우선주의를 내밀며 “2D-3D 컨버팅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죠스’나 ‘반지의 제왕’ 등 고전영화를 중심으로 이뤄지데 이제부터 3D로 상영할 영상들은 모두 3D 방식으로 철저히 기획되고 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캐머런 감독은 ‘2D-3D 컨버팅’ 기술을 마술상자에 빗대면서 “납(2D)을 금(3D)오로 만드는 마술상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선 3D 영화 성공요인을 단순히 3D에만 초점을 맞춘 게 잘못이란 지적도 따르고 있다. 2D로만 상영된 ‘아이언맨2’는 ‘아바타’ 이후 ‘3D 영화=대박’이란 히트방정식을 뒤엎었다.

개봉 전부터 3D로 컨버팅 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 친 존 파브로 감독은 모 영화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2D로 만들어진 영화”라며 한사코 3D 컨버팅 제안을 거절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영화의 국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선 “’3D로 상영할 계획이 없나’라는 질문을 여러 곳에서 많이 받고 있지만 대답은 노(NO)”라고 했다.

2D로 당당히 명함을 내민 ‘아이언맨2’는 스칼렛 요한슨 등의 톱스타와 전편보다 더 화려한 볼거리, 탄탄한 시나리오 등으로 관객들을 유혹, 개봉 10일차인 16일(현지시간) 북미 4천390개 스크린에서 1천544만 달러(약 176억원)를 벌어들여 누적수입 2억1천216만 달러(약 2천428억원)를 돌파했다.

지난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3D 영화와 한국 영화의 미래’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마크 샤베즈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교수는 2D 영화를 3D로 변환하는 트렌드를 놓고 쉽고 얄팍하게 돈을 벌려고 3D 변환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따끔한 지적을 날리기도 했다.

더욱이 3D 영화제작을 계획하고 있는 곽경택 감독도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3D TV의 3D 컨버팅은 3D를 흉내 낸 것이지 제대로 된 콘텐츠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이 정도에 만족한다면 전반적으로 콘텐츠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관련 업계는 “아직 완벽하지 않은 기술로 보여지는 2D 변환 3D 영상이 ‘아바타’를 필두로 극장의 대형 3D 스크린을 경험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3D영화관과 경쟁해 안방에서 재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3D TV가 실감나는 3D영상을 기대하는 소비자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있고, 이럴 경우 초기 3D TV시장 형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하여 3D 컨버팅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 소니는 3D TV의 마케팅 포인트를 ‘밝기’에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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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브라비아TV PM인 오세본 씨는 “외부조명으로부터의 간섭을 피할 수 있는 기능과 3D 영상을 재생할 때 어두워질 수 있는 3D 화면을 ‘부스터’ 기능을 통해 일반 LED TV 밝기의 두 배로 표현, 훨씬 더 구체적인 3D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소니는 계열사인 소니픽처스을 비롯 3D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갖춘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시급한 콘텐츠 부족 문제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만족스런 3D 품질을 완성할 때까지 순차적으로 해결해 간다는 원칙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