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걱정…“자녀보호기능 써보셨어요?”

일반입력 :2010/04/22 11:33    수정: 2010/04/23 08:51

봉성창 기자

“PC방 가봐라. 온갖 욕설에 교복입고 머리통 부수는 게임하는 청소년들이 대다수인데…”

‘스타크래프트2’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심의 등급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나온 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현실이 그렇다. 아무리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등급을 매긴다 하더라도 이를 일일이 관리감독 하기는 어렵다. 결국 가정은 물론 PC방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청소년들이 버젓이 등급을 준수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 과몰입도 문제다. 최근 사건 사고로 이슈가 크게 불거지면서 정부에서는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 역시 이에 동참하겠다며 셧다운제(심야 시간 서비스 중지), 피로도 시스템 등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국내 대부분 컴퓨터의 운영체제로 사용되고 있는 윈도 비스타 및 윈도7(이하 윈도7)에 자녀보호기능이 탑재돼 있다는 사실을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아 눈길을 끈다.

윈도 자녀보호기능은 그 자체가 워낙에 강력한데다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부모라 하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별다른 비용 없이 손쉽게 아이들이 컴퓨터 사용 시간을 조절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사용시간 조절 효과적…비밀번호 모르면 절대 풀 수 없어

윈도7의 자녀보호 기능은 간단한 설정만으로 사용시간을 요일 및 시간 단위로 조정할 수 있다. 가령 평일에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만, 주말에는 오후 4시부터 9시까지만 하도록 자녀들의 생활패턴에 맞춰 게임을 계획적으로 즐기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2008년 이후 출시된 윈도 제품에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정한 심의등급이 반영됐다. 따라서 게임물의 연령 제한에 따라 자녀들이 해당 게임을 할 수 없도록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심지어 폭력성, 약물, 선정성, 언어의부적절성과 같이 세부적인 항목을 설정하면 부모의 교육관에 맞는 게임만을 하도록 하는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즉, 부모는 관리자 계정으로 접속해 마음대로 PC를 사용할 수 있지만, 자녀가 가진 계정은 정해진 시간과 미리 설정된 등급의 게임 이외에는 플레이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것이 자녀보호기능의 강점이다.

특히 윈도7의 자녀보호기능은 부모가 미리 설정해놓은 비밀번호를 알지 못할 경우 자녀들이 결코 임의로 풀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자녀보호기능이 효과적으로 활용된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자국내 시판되는 모든 TV에 ‘V칩’을 넣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V칩’은 윈도7의 자녀보호기능과 마찬가지로 계정 관리를 통해 자녀들의 TV 시청 시간 조절 및 심의 등급을 준수하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다.

■등급 준수 기능은 ‘무용지물’

이러한 강력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등급 준수 여부 측면에서 윈도7의 자녀보호기능은 현실적으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문제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국내 온라인게임이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윈도 자녀보호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법적인 의무사항도 아닐뿐더러 이 기능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게임사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게다가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미 회원 가입시 본인 인증 등을 통해 사용 연령에 대한 제한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윈도 제품의 자녀보호 기능까지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여러 자녀 보호 프로그램이 출시된 가운데 유독 윈도7에 내장된 프로그램을 지원하도록 강제할 경우 끼워팔기 내지는 독점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그러한 기능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고 전제한 뒤 “만약 알았더라도 굳이 특정 회사의 이익을 위해 국내 게임사들이 이 기능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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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절대 다수의 PC 온라인게임이 윈도우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활용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한 전문위원은 “만약 우리나라 모든 게임사가 단순히 심의 등급을 게임 화면에 표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운영체제나 대다수의 자녀보호 프로그램이 인식하도록 조치한다면 등급 준수 측면에서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