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3, 한국 드라마 영향 받아”

일반입력 :2010/04/07 16:55    수정: 2010/04/07 17:25

봉성창 기자

<도쿄=봉성창 기자>일본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으로 평가받는 ‘파이널판타지’ 최신작인 ‘파이널판타지13(이하FF13)’이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돼 선보인다.

오는 5월 말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로 발매될 예정인 ‘FF13’ 한글판은 그동안 언어 장벽에 막혀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없었던 게임 이용자들에게 낭보로 다가왔다. 특히 이번 한글화 결정은 그동안 로컬라이징에 다소 인색한 모습을 보였던 개발사인 스퀘어에닉스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퀘어에닉스는 한글판 이외에도 중국어 번역을 통해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일본 신주쿠에 위치한 스퀘어에닉스 본사에 이뤄진 인터뷰에서 ‘FF13’의 개발을 총괄한 기타세 요시노리 프로듀서와 토리야마 모토무 디렉터는 그동안 한국에도 이렇게 많은 ‘파이널판타지’ 팬들이 있는지 잘 몰랐다며 이번 한글판 ‘FF13’ 대해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 ‘FF13’의 한글화가 이뤄진 경위와 동기에 대해 말해달라

기타세 요시노리(이하 기타세) : 애당초 FF13은 일본과 북미 지역에서만 출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PSP 게임타이틀 ‘파이널판타지 디시디아’를 발매했을 때 홍콩 게임쇼에 두 번 정도 간 적이 있었는데 일본어 임에도 불구하고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 열광을 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보고 아시아 지역의 로컬라이징을 결정하게 됐다.

▲ 이번 한글화를 계기로 향후 시리즈도 꾸준히 한글화를 진행할 계획인가?

기타세 : 게임 타이틀마다 환경이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서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 프로듀서를 담당하게 되면 노력해보겠다. 다만 13편의 경우 처음부터 로컬라이징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은 거의 없었다. 특히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온라인게임으로 출시되는 ‘파이널판타지14’의 한국 서비스 가능성은 있나?

기타세 :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 같고 담당하는 팀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무리일 것으로 본다.

▲앞서 3월에 출시한 일본어판을 구입한 한국 이용자들을 배려해 다운로드 콘텐츠 방식으로 한글화 패치가 이뤄지나?

토리야마 모토무(이하 토리야마) : 그것은 어려울 것 같다. 먼저 구입한 게임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한글판을 별도로 구매해야한다.

■‘누구도 본 적 없는 세계’가 목표

‘FF13’은 개발 기간만 5년이 걸릴 정도로 막대한 물량이 투입된 대작이다. 특히 시리즈 최초로 차세대 플랫폼으로 출시될 뿐만 아니라 뛰어난 그래픽 처리 성능을 갖춘 PS3의 성능을 십분 활용해 마치 영화와 같은 비주얼을 선사하며 일본식 RPG의 자존심을 지켜나갔다.

무엇보다 일본식 RPG 특유의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면 연출은 평소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결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이를 위해 기타세 요시노리 프로듀서는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총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매번 당대 최고의 게임 그래픽을 선사한 만큼 이번 작품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F13’이 PS3의 성능을 모두 사용한 것은 아니라며 차기작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여 벌써부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FF13’의 새로운 전투 시스템은 일본을 비롯한 국내외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토리야마 디렉터는 이번 FF13의 전투 시스템의 컨셉을 ‘속도’와 ‘전략’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연속 입력 방식을 채택해 보다 간편하고 신속한 전투가 이뤄지면서도 ‘옵티마 체인지’ 시스템을 통해 전략적인 측면도 빼놓지 않은 것이 이번 전투시스템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FF13’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토리야마 : 이번 작품은 이용자가 달라진 배틀 시스템을 익히면서 차근차근 스토리 진행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개발하며 중점을 두고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

토리야마 :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얼굴이다. 얼굴을 통해 감정이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데 가장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이용자가 게임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과 같이 연출한 것이다.

▲개발자로서 ‘FF13’을 선보이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토리야마 : 현재까지 발매한 어떤 작품보다 현지화해 빨리 발매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지금까지처럼 아쉬웠던 부분을 반영할 시간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FF13’ 출시 이후 반응이 엇갈렸다. 한편에서는 일본식 RPG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계속 전통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타세 : 아마 자유도가 없는 일직선상의 진행 때문인 것 때문에 나온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갑자기 오픈월드 형식으로 바꾸면 기존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도 있고 갑자기 게임이 어려워 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일단 절충하는 안을 택했다. 챕터10 까지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챕터11 이후부터는 다소 자유도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챕터11에서 등장하는 ‘그란 파르시’의 그래픽이나 설정에 대한 반응이 좋다. 이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토리야마 : ‘파이널판타지’답게 누구도 본적 없는 세계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대자연을 보고 영감을 얻어서 개발에 착수했다.

■‘파이널판타지’ 특유의 매력으로 승부

이번 ‘FF13’ 개발을 총괄한 기타세 프로듀서와 토리야마 디렉터는 스퀘어에닉스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그간 선보인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개발에 관여한 핵심 개발진이다. 특히 기타세 요시노리 프로듀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파이널판타지7’의 디렉터를 맡아 국내서도 이름이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스퀘어에닉스가 한국 게임 시장에 직접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전례가 없어 이들 유명 개발자 역시 우리나라와는 그동안 거의 인연이 닿지 않았다. 심지어 온라인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한국에도 ‘파이널판타지’ 팬들이 많이 있냐며 반문하며 한국 게임시장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다 인터뷰 중 토리야마 디렉터가 깜짝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5년 전 ‘FF13’을 기획했을 당시에 일본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를 보고 감동을 받아 순수한 사랑 표현의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당시 토리야마 디렉터가 감명 깊게 본 드라마는 ‘겨울연가’를 비롯한 사계절 시리즈. 일본에서는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거의 없다며 한국 드라마 특유의 사랑 이야기가 ‘FF13’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실제로 ‘FF13’에는 게임 캐릭터인 ‘스노우’와 ‘세라’의 이룰 수 없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한 토리야마 디렉터는 향후 기회가 닿는다면 게임을 발매할 때 맞춰 한국에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등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 한국 온라인게임을 접해본 경험이 있나?

토리야마 : ‘메이플스토리’하고 ‘리니지’를 잠깐 해본 적이 있지만 시간이 짧아 즐겼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를 만든 개발사가 저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집에 있는 컴퓨터 성능이 좋지 않아 온라인게임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최근에 즐기고 있는 게임이 있다면?

기타세 : ‘갓오브워3’를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서구에서 가장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으로 평가받는 ‘갓오브워3’와 ‘FF13’을 비교하면 어떤 게임의 그래픽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나?

기타세 : 개인적으로 ‘갓오브워3’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게임마다 각각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파이널판타지’에서는 캐릭터 표현에 더 힘을 기울였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언제까지 나올 것으로 보나?

기타세 : 회사 내부적으로는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 물론 14편은 확실히 나온다. ‘FF13’ 개발 스텝 중에는 7편을 해보고 감명을 받은 사람도 있다. 이런 식으로 ‘FF13’ 플레이한 이용자가 몇 년이 지난 후에 ‘파이널 판타지’를 개발 해보고 싶어 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리즈는 무엇인가?

기타세 : PS1으로 최초 개발된 ‘파이널판타지7’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토리야마 : ‘파이널판타지10’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현재 13편에서 연출되고 있는 여러 기법들이 10편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스퀘어에닉스의 저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토리야마 : 경영진이 개발자들에게 부여하는 자유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항상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북미나 유럽에서 개발되는 롤플레잉 게임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기타세 : 현재 14편이 제작중이고 PS3 플랫폼으로는 처음 출시된 작품인 만큼 더욱 분발할 생각이다. 그러나 북미식 RPG는 고유의 매력이 있고 ‘파이널판타지’ 역시 특유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진화해 더 나은 재미를 선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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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3’ 한글판 출시를 기대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기타세 : 현재 한국에서 ‘FF13’ 일본어판이 1만여장 가량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일본어판을 구입한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한글판을 재구입 해주는 것에 대해서 정말로 감사하다. 이번 작품의 판매량이 차기작의 한글화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음 작품도 한글화를 할수 있도록 염두에 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