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여러 면에서 중요한 때 대표이사직을 맡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며 "일치단결해 좋은 회사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취임사 운을 뗐다.
권 사장은 29일 이천 하이닉스본사에서 취임식에 이어 열린 취임 간담회에서 재무건전성 강화에 대한 비전,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입장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84년 현대전자에 입사, 현대전자 시절부터 10년 이상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몸담아 온 권 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한달 가량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이닉스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였다.
-재무건전성 확보가 관건인데 향후 계획은?
하이닉스 1년 감가상각 규모가 2조8천억원 정도다.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EBIDTA(감가상각전 영업이익) 변동이 있을 것이다. 경기 평균 20% 이상 영업이익을 내야할 것으로 본다. 시황에 따라 장담할 수는 없다. EBIDTA는 4조원 이상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본다. 필요한 생산시설 확충, 연구개발 등의 투자에 상당부분 충당할 예정이다.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에도 활용할까 한다. 적어도 1/3 정도는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을 하고 싶다. 연결기준 7조원 이상 차입금이 있는데 이를 연평균 EBIDTA 수준 이하로 낮출 것이다. 4조원 이하로 낮춰갈 계획이 있는데 시기를 못박긴 어렵다.
올해만 1조원 이상 차입금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재무구조 안정은 좋은 회사를 만드는 기초가 될 것이다. 현금보유고를 더 늘릴 계획이다. 호황기때 재무여력을 비축해서 경기 호불황기 상관없이 성장하도록 하겠다.
-M8(청주) 공장에 시스템IC 전환 계획은?
시스템IC는 언젠가 충분한 사업역량이 축적될 때 확대하겠다. 현재는 핵심사업인 메모리반도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라고 본다. 메모리 사업에서 후발업체가 넘보지 못하도록 확고한 선두 우위를 확보하고 여력이 있을 때 선택적으로 관련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M8은 메모리 공장으로 계속 쓰기엔 부족하다. 낸드플래시, D램 일부를 생산하는데 무엇을 생산할 것인지는 생각해야 한다. 하이닉스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IC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핵심 역량에서 인접한 것부터 사업확대를 추진을 했다. 앞으로 종합적으로 M8공장 메모리 공정 경쟁력이 떨어질 때 어떻게 활용할지를 검토해야 한다.
-마이크론의 뉴모닉스 인수 후, 우시공장 지분 매각 계획은?
마이크론의 뉴모닉스 인수는 빠르면 4~5월내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본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 시장서 경쟁하는 경쟁업체다. 뉴모닉스와 기존 협력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독과점 이슈, 경쟁사와의 기술공유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쌍방이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점진적으로 직접 협력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이크론 사장과 만나 무엇이 이익이 되는지 심층적인 논의를 한 후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중국 공장 지분이 22%다. 마이크론이 이 공장을 가져간다면 하이닉스에겐 매수청구권이 있다. 이를 즉각 행사할 것인지 상당한 기간을 둘 것인지는 검토해야 한다.
-메모리 시장 거품론 등 여러 얘기가 있는데 올해 시장 전망과 투자 확대 계획은?
올해 반도체 시장 여건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은 사상 유례 없는 반도체 불황으로 많은 업체들이 투자를 못했다. 유동성 위기로 몇몇 업체는 공정기술 이행투자도 제대로 못한 상황이다.
현재는 고객들이 요구하는 물량에 공급이 60% 정도밖에 못 따라온다. 시장에 일정정도 거품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는 거품이 심하게 낀 것 같지 않다. 적어도 올해는 시장이 괜찮을 것으로 본다. 세계 경제 회복세, 더블딥 우려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메모리 수급 여건은 당분간 제조업체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본다.
투자는 2조3천억원으로 계획됐고 현재 조정하기는 어렵다. 시황을 모니터하면서 공급부족이 계속된다면 주주단과 협의해 상향할 수 있도록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흑자규모를 예측한다면?
현 시점에서 예측은 부적절하다. 전반적인 시황은 좋기 때문에 매출, 이익규모면에서 상당한 기대감이 있다. IR 활동을 통해 투자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익을 많이 내고 싶다. 매출도 하이닉스 출범 이후로 가장 많은 매출을 목표로 한다. 온 직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후임 우시공장 법인장은 누가 되나?
우시법인장은 지금은 대행체제다, 다음달 초에 한번 전반적인 회사 내부 조직에 대한 정비 내지 보완을 하려고 한다. 다음달 초 결정하겠다. 내정된 바는 없다.
-삼성전자 기술유출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기술유출은 사법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절차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지도록 협조할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유출됐다고 보도된 기술이 하이닉스가 사용한 기술은 아니란 것이다. 그동안 하이닉스를 지켜왔던 직원의 명예를 존중해주길 바란다. 사법절차를 통해 밝히겠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 하이닉스는 하이닉스 기술로 하이닉스 기술진이 만든 기술로 운영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생산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데 점유율 확대를 위한 생산량 확대 계획은?
시황이 어떻게 변동될지 모르고 거시경제는 통제를 벗어나 있다. 이 업종에서 경기는 항상 변수다. 경쟁업체들이 어느 수준으로 생산량을 늘릴 여지가 있는지는 변수가 있다. 연내 짧은 기간 동안 경쟁업체 변수는 크지 않다고 본다. 후발업체는 공정기술 이행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40나노는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중심이 됐다. 해외 업체들은 중심이 돼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큰 문제 없이 44나노 D램, 32나노 낸드플래시 양을 늘릴 것이다. 26나노 낸드플래시 개발, 양산 목표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싶다.
-취임식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비중을 두겠다고 했다. 어떤 변화를 예상하는가?
메모리 산업이 변하고 있다. 공정기술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수요는 점점 다양화되고 복잡해진다. 전에는 표준제품 위주로 생산이 이뤄졌다. 생산, 투자, 공정기술 미세화, 원가절감을 하는 경쟁구도였다면 앞으로 설비기술, 다양한 응용기술, 솔루션 등 부가가치를 증대하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할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전체에 다 적용되는 말이다. 메모리 사업 환경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하이닉스가 앞으로 3년 동안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맞춰 역량을 더욱 강화하지 않으면 힘들어질 수 있다. 앞으로 3년 동안 하이닉스는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요구되는 미래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 명실상부한 선도적인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채권단 하이닉스 지분에 대한 블록세일이 진행됐는데 대주주가 필요하다고 보나? 이상적인 지배구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성공적인 블록세일로 금융기관 지분은 현재 28%에서 줄어 22.4% 정도만 남았다. 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런지 대규모 물량에도 할인 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재무적 투자를 위한 수요는 상당히 많다. 상반기에 비하면 하반기 물량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다. 금융기관은 당분간 15~17%의 지분을 남겨 경영구조 안정화를 위해 도움을 줄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채권 금융기관이 대주주 역할을 하는 것은 과도기적인 구도라고 생각한다. 현재 금융기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이닉스의 현안 중 하나가 훌륭한 대주주를 찾는 것이다. 노력을 계속 해야한다고 본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한국의 경영문화 특성상, 훌륭한 주인이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장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반도체 육성 의지가 있고 나름의 재무적인 여력이 있는 주인이라면 좋겠다. 좋은 주인을 찾는 것이 좋고 어렵다면 주주단과 협의를 해서 대안적인 지배구조를 모색해야 하지 않나 싶다.
-낸드플래시 시장서 점유율이 떨어졌는데...
2004년 아무것도 없이 낸드 시장에 진입을 해 점유율 18%를 달성한 저력이 있는 회사다. 최근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크게 줄었는데 하반기 20나노급 제품 양산이 시작되면 세계적인 낸드업체와 대동소이한 기술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시장규모면에서 그들보다 불리한 면이 있으나 탄탄한 기술력만 확보되면 승산이 있다. 올해 7천억~8천억 정도를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32나노 제품 비중을 높여 생산량이 시장평균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 조금씩 점차적으로 시장 위상과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종갑 전임사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 구분은?
김종갑 전임사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일을 하게 됐다. 김 의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이사회 중심의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정착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하이닉스 이사회는 활성화 됐고 투명하다. 모범적인 이사회로 운영될 것이다. 아직 대주주를 만나지 못한 하이닉스에 이사회는 매우 중요하다. 김 전 사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경영책임은 대표가 지게 된다. 김 의장이 과거 3년 동안 하이닉스를 이끌었기 때문에 대표가 의장님께 조언도 받고 필요하면 대외관계 협력도 구할 것이다. 대표이사만이 경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체제가 되도록 할 것이다. 한분 더 힘을 보탠 것으로 이해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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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의 인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LG그룹을 하이닉스 인수 적임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LG그룹 인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LG그룹과 하이닉스는 인연이 있다. LG그룹은 세계적인 전자사업을 이끌고 있고 모범적이고 존경받는 기업이다. 대주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훌륭한 주인이 될 수 있는 그룹임이다. 하지만 LG그룹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LG그룹 나름 전략이 있을테니 더 이상 언급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