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의 관우가 등장하는 게임…“그게 말이 돼?”

일반입력 :2010/03/26 10:45    수정: 2010/03/26 11:28

봉성창 기자

누상촌의 가난한 촌부 유비는 어떻게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됐을까. 의형제인 장비와 관우를 얻게 된 것이 첫 번째요, 삼고초려로 제갈량을 얻은 것이 두 번째다. 마지막으로 조운, 황충, 위연 등 오호대장군과 서서, 방통, 강유 등 빼어난 지략가들을 휘하에 둔 것이 촉한을 세운 원동력이 됐다.

이렇듯 삼국지의 최대 매력은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을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필두로 많은 게임들이 소설 삼국지연의와 실제 역사에 등장하는 수백 명의 명장들에 대한 능력, 성격, 외모 등을 구현해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다.

재미있는 점은 삼국지 게임의 필수 요소인 개성 넘치는 명장들이 온라인게임으로 넘어오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모든 게임 이용자가 제갈량과 관우와 장비와 같은 명장들을 원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모든 이용자에게 명장들을 안겨주기에는 희소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몰입도를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넥슨이 지난 3일 공개시범서비스를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신작 웹게임 ‘열혈삼국’은 이러한 고민을 떨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게임 내에 오로지 명장은 한 명으로만 설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웹게임이라는 점이 이를 가능케 했다.

국내 서비스 3주가 지난 지금 결과는 예상대로다. 제갈량, 관우, 장비 등 최고의 명장을 얻기 위한 수천 명 ‘열혈삼국’ 게임 이용자들의 숨 막히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명장을 차지하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열혈삼국’에 등장하는 장수는 약 900명 가량. 소설과 정사를 통틀어 등장하는 인물 전부가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숫자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 최신작이 약 600명 가량의 명장이 등장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알만하다.

이들 명장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소설 속에서는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한 유명한 일화가 있지만 ‘열혈삼국’에서는 삼백고초려(三百顧草廬)라도 해야 한다. 물론 방문이 아닌 전쟁으로 말이다.

‘열혈삼국’에는 명장이 주둔해 있는 성이나 지역 등이 중국 전역에 분포돼 있다. 물론 어떤 성에 어떤 명장이 있는지 처음부터 알 수는 없다. 때문에 정찰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명장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이후 성을 함락시켜 해당 명장을 자신의 수하로 포섭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원하는 명장을 다른 이용자가 먼저 가로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해당 이용자를 공격해 함락시키면 된다. 물론 한 번의 공격으로는 쉽지 않다. 수차례의 전쟁을 통해 상대방을 완전히 무너트려야 상대방이 소유한 장수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명장의 능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제갈량이나 관우 등과 같은 정상급 무장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열혈삼국’에서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유명 삼국지 장수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무명 장수들도 얻기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명장을 획득했더라 하더라도 혼자서 이를 지킬 수 없다. 결국 다른 이용자와 힘을 합쳐야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연맹으로 이어진다.

■열혈삼국은 지금 ‘폭풍전야’

연맹은 여타 온라인게임의 길드와도 같은 개념이다. 비단 명장 획득 뿐 아니라 연맹을 맺어야만 중원 통일이라는 큰 꿈에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설 수 있다. 결국 게임 이용자들 간의 연대가 이뤄지는 셈이다. 요즘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끈끈한 커뮤니티가 바로 ‘연맹’이다.

서비스를 개시한지 약 3주가 지난 지금 ‘열혈삼국’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소규모 국지전이 이따금씩 일어나고 있지만 연맹 간의 대규모 전투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는 아직까지 이용자들이 각자 발전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역시 시간문제라는 것이 대형 연맹 운영자들의 반응이다. 일단 이용자들이 NPC성을 공략해 명장을 얻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이를 차지하기 위한 연맹간의 열띤 경쟁이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쓸만한 명장들이 대부분 사라지면 그때부터는 게임 이용자간에 명장을 획득하기 위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열혈삼국’ 이용자들로 하여금 마치 후한말 삼국시대 한 가운데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평이다. 아울러 짜여진 대로 알아서 흘러가는 PC패키지 게임의 컴퓨터 인공지능이나 이용자 간 밸런스를 무시할 수 없는 온라인게임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재미다. 바로 사람이 사람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열혈삼국이 서브 게임이래?”

흔히 웹게임은 서브(Sub) 게임으로 인식된다. 가령 자원을 채취하고 건물을 지어 병력을 뽑아내기까지의 과정이 간단한 마우스 클릭으로 이뤄지지만 그 사이에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과 병행해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혈삼국’은 이용자가 하루 종일 하고 있어도 끊임없이 할 것을 제공한다. 물론 부분유료화 게임인 만큼 그 사이에 아이템을 구입하는데 적당한 이용 요금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욕심에 달린 문제다.가령 ‘열혈삼국’에서 자원 채집을 하는 것은 세 살먹은 어린아이도 할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자원채집을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이용자마다 전략이 다를 수 있다. 병력에 치중에 전쟁을 함으로서 자원을 강탈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최소한의 병력을 두고 모든 인구를 자원 채취에 투입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최초 서브 게임으로 시작해 ‘열혈삼국’의 매력에 푹 빠진 이용자들은 기존에 즐기던 게임보다 오히려 ‘열혈삼국’을 플레이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표현이 알맞다.

그만큼 ‘열혈삼국’은 여타 웹게임과 비교해도 즐길만한 거리가 많은 편에 속한다. 이는 중국서 수년동안 많은 사랑을 받으며 쌓인 다량의 콘텐츠 덕분이다.

지난해부터 웹게임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부장님 몰래 즐기는 게임’이라는 별명이 생겨났다. 그러나 ‘열혈삼국’은 걸려도 혼나지 않을 부장님이 눈치 안보고 회사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에 좀 더 알맞다.

물론 ‘열혈삼국’에도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우선 인터페이스가 초보 이용자에게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진다. 물론 어느 정도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적응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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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 용어는 최대한 국내이용자들에 정서에 맞게 윤색된 흔적이 역력하다. 서비스사인 넥슨 측은 자연스러운 번역을 위해 20여명 가량의 전문 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몇몇 용어들은 웹게임에 익숙치 않은 이용자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공개서비스 이후 줄곧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열혈삼국’은 이용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지난 24일 네 번째 서버 ‘파죽지세’를 새롭게 선보였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신규 이용자들은 보통 가장 인기 있는 서버에서 게임을 시작하지만 웹게임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이용자가 가장 적은 곳에서 해야 그만큼 경쟁이 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