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가장 주목해야 할 '웹게임'은?

일반입력 :2010/03/19 09:15    수정: 2010/03/21 20:02

봉성창 기자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종주국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양질의 작품들이 쏟아지며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초 텍스트 기반의 머드(Multi-User Dungeon 또는 Dimension)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역사는 그래픽이 더해진 머그(Multiple User Graphic)으로 진화해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클라이언트 기반 게임으로 발전 변모해왔다.

그래픽 역시 2D에서 3D로 넘어오면서 더욱 사실감을 더했고 MMORPG를 넘어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켰다.

우리가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동안 주요 온라인게임 수입국 중 하나인 중국과 최근까지 온라인게임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은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웹브라우저 기반 게임(Web Browser based Game) 즉 ‘웹게임’이다.

컴퓨터 사양이 낙후돼 있고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못했던 이들 국가에서 웹게임이 발전한 것은 필연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고사양 PC와 네트워크 인프라가 잘 갖춰진 우리나라에서 웹게임은 일부 소수 마니아에 의해서 즐기는 마이너 장르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웹게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일부 중소 게임업체들이 중국이나 유럽 등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웹게임을 수입해 국내에 실험적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이 그 시발점이 됐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부터 입소문을 타고 저변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넥슨, 엔씨소프트, NHN 등 메이저 게임업체들까지 가세해 웹게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야말로 웹게임은 올해 게임업계의 뜨는 블루칩이자 최고의 화두가 됐다.

■웹게임이 뜨고 있는 이유는?

웹게임이 게임업계와 이용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바쁜 현대인들에게 웹게임은 그야말로 인스턴트 식품과도 같은 접근성을 제공한다. 기존 온라인게임은 회원 가입과 함께 적지 않은 용량의 게임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받아 설치해야 했다.

때문에 이용자가 게임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직후부터 플레이하기 까지 적게 잡아도 10~20 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웹게임은 별다른 설치 없는 까닭에 회원 가입만으로 곧바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게다가 부담감도 적어 이용자들이 손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단순하게 빨리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이 웹게임이 가진 편리한 접근성의 전부는 아니다. 독특한 게임 플레이 방식도 접근성을 높이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 온라인게임의 경우 끊임없이 조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 하는 동안에는 다른 작업이나 일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 웹게임은 몇 번의 조작만으로 간단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계속 모니터를 들여다 볼 필요도 없다. 웹게임이 초창기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높은 접근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게임이 최대한 가벼워져야 하는 것이 게임업계의 정설이다. 캐주얼 게임이라는 말도 바로 여기서 유래됐다. 그러나 콘텐츠 적인 측면을 볼 때 웹게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 한번이라도 게임을 해본 이용자들의 평가다.

물론 이는 장르적 특성과도 관계가 깊다. 지금까지 국내서 인기를 끈 웹게임들은 대부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바둑’이나 ‘스타크래프트’ 등과 같이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개별적인 진행 방향을 이용자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결코 적지 않다.

가령 최근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VTC코리아의 ‘웹삼국지-병림성하’를 예로 들면 최초 이용자는 자원을 캐고 병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 좋은 장수를 모집하고 성을 차츰 늘려가게 된다. 이렇게 내정이 마무리되면 다른 이용자와 동맹을 맺고 전쟁을 하며 세력을 더욱 키우는 작업이 진행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결국 중원대륙을 차지하기 위한 끝 없는 전쟁이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게다가 온라인게임에서의 커뮤니티는 웹게임에서 거의 전부라고 할 만큼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얽혀 만들어내는 스토리에 끝이 있을 리 만무하다. 온라인게임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웹게임의 깊은 게임성은 이렇게 완성된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웹게임은 상당히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웹게임을 개발하는데는 고가의 게임 엔진이나 막대한 그래픽 작업이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개발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비용이나 운영에 따른 제반 비용 등도 아낄 수 있다.

해외에서 서비스되는 웹게임을 국내에 들여와 서비스하는 비용 역시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게임에 비해 저렴한 편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에는 많은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웹게임을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비용이 다소 올라간 상황. 그럼에도 여전히 수십억 혹은 수백억원이 투입된 외산 온라인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퍼블리싱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초기 투자 비용은 저렴하지만 이들 웹게임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결코 적지 않다.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게임 마다 격차는 있지만 온라인게임과 비교해서 가입자 당 매출이 오히려 더 높다는 이야기도 들릴 정도다. 이용자층 대부분이 구매능력이 높은 20~30대 성인들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 게다가 여전히 국내 웹게임 시장은 성장할 여지가 많아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주목해야 할 웹게임은 무엇?

지난해가 웹게임이 중소게임사들에 의해 국내에 소개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이들 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년간의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통해 적지 않은 자본과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메이저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웹게임 사업 행보가 볼만하다.

‘리니지’, ‘아이온’ 등으로 MMORPG 장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개발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지난해 12월 21일 ‘무림제국’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MMORPG 명가답게 ‘웹게임’과 기존 MMORPG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이 주요했다는 평이다. ‘무림제국’을 ‘아이온’이나 ‘리니지’ 시리즈 등과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는 서브 게임으로 포지셔닝하며 무료 이용권 등을 걸고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넥슨(대표 서민, 강신철)은 ‘열혈삼국’ 하나로 2010년 웹게임 대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지난 3일 정식서비스에 돌입해 불과 열흘 만에 새 서버를 추가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국의 실력있는 웹게임 개발사 조이포트가 선보인 ‘열혈삼국’은 중국 대륙 전체에서 인기순위 1위를 기록하며 검증받은 게임성으로 한국 이용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특히 삼국지라는 친숙한 소재와 900명에 달하는 수많은 명장들이 ‘열혈삼국’이 가진 최대 매력 포인트다.

그런가하면 NHN(대표 김상헌)은 국산 웹게임 ‘바이시티’와 조이포트의 최신작 ‘L.O.S.T(이하 로스트)’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바이시티’는 기존 웹게임 인기 장르인 무협 혹은 판타지 풍의 전략시뮬레이션에서 탈피해 부동산 투자 시뮬레이션이라는 차별화된 소재와 장르로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 개발사인 블라스트가 직접 진행한 테스트를 통해 참신하다는 평가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던 ‘바이시티’는 NHN이 서비스하게 되면서 보다 탄탄한 완성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로스트(중국 서비스명 마정환상)’는 차별화된 그래픽과 탄탄한 콘텐츠로 이미 중국 내에 1천 5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웹게임이다. 특히 플래시를 기반으로 제작돼 보다 화려한 효과와 롤플레잉적인 요소를 다수 도입해 기존 웹게임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새로운 게임성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엔플레버와 합병을 통해 게임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온소프트(대표 박승현) 역시 올해 2종의 웹게임을 서비스 할 예정이다. 우선 지난 25일 2차 비공개 시범 서비스에 돌입한 ‘무림영웅’은 웹게임으로서는 드문 롤플레잉 장르를 채택하고 있어 복잡한 전략적인 요소를 좋아하지 않는 이용자들에게 딱 알맞다. 반복전투에서 오는 지루함을 최대한 줄이고 롤플레잉의 핵심 재미만을 제공해 MMORPG를 즐기고 싶어도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략 시뮬레이션 웹게임 ‘캐슬오브히어로즈’는 중세 판타지를 소재로 해 마치 유명 고전게임 ‘히어로즈오브마이트앤매직’을 연상시키는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이다. 특히 ‘캐슬오브히어로즈’는 아직까지 티저사이트 만 공개돼 무협 소재 웹게임과는 어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밖에도 CJ인터넷,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 내로라하는 중견 개발사들이 상반기 신작 웹게임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웹게임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체된 온라인게임 시장 기폭제 될 것

일부에서는 중국이나 유럽에서 개발되고 있는 웹게임이 한국 게임업계를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오히려 게임을 즐기는 연령층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게임인구 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웹게임 소비자는 게임 마니아가 아니라 인터넷 이용자 전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같다.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웹게임이 게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한 20대 후반부터 30대나아가 4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조작이 쉽고 간단한 반면 생각해야 될 심오한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 기존 온라인게임에 익숙치 않은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나아가 웹게임은 게임을 주로 즐기는 10~20대와 잘 즐기지 않는 40~50대 층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치 닌텐도DS가 특유의 쉬운 조작과 게임성으로 게임 인구를 확대 했듯이 웹게임 역시 장기적으로 온라인게임을 비롯한 전체 게임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웹게임은 특성상 여러 게임을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잠식보다는 오히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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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웹게임은 올해 최대 IT 트렌드인 스마트폰과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웹브라우저에서도 충분히 웹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게임으로는 아직 구현이 어려운 휴대용 온라인게임 시대가 웹게임을 통해 열리게 되는 셈. 이는 자연스럽게 이용자들로부터 하여금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게 될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게임 수급과 관련해 지나치게 해외업체의 의존도가 높은 점은 차츰 개선해야할 부분으로 지적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후발주자로서 개발 노하우가 부족해 양질의 웹게임을 선보이지 못하는 상황.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하위 장르인 웹게임 역시 국산화는 물론 향후 수출도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