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 있는 디지털 음악파일을 오디오와 연결해 아날로그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외장형 DAC(디지털-아날로그 컨버터)'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외국 업체들을 제치고 시장을 선점해 주목된다.
스타일오디오가 주인공.

이 회사는 외장형 DAC시장에서 '피시파이(PC-FI)'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지난해 외장형 DAC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이뤘다고 자체 평가했다. 규모가 작다보니 공식 통계는 없지만, 일일이 온오프라인 쇼핑몰 판매량을 계산해가며 분석한 결과란게 회사측 설명이다. 매출도 꾸준히 느는 모습이다. 올해 매출 목표도 80억원으로 늘려잡았다. 2007년에 창업하고 직원수 6명인 신생회사가 매출 100억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셈이다.외장형 DAC는 틈새시장으로 분류된다. 김동호 스타일 오디오 대표는 가정마다 가지고 있는 PC를 오디오와 연결해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외장형 DAC 시장에 뛰어들었다. 노트북이나 PC에 내장된 사운드카드만으로는 충분한 음질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
오디오 동호회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고음질을 추구하는 마니아들의 요구를 먼저 파악할 수 있었어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하게 된 거죠.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하기는 힘들다. 김동호 대표는 제품을 내놓자마자 고객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전술에 집중했다. 부품도 가급적 좋은 것을 갖다썼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을 유지했다.
좋다고 외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죠. 그래서 가능한 가장 비싼 부품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진짜 좋다는 걸 눈으로 확인시켜 주기 위해서 '위마'나 '오스콘'같이 실제 하이파이 오디오 제품에 쓰이는 고급 부품으로 내부를 구성했죠.
김동호 대표는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차별화를 이뤘다고 자평한다. 사운드 카드와는 질적으로 다른 제품이란 평가도 받고 있단다.
차별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했어요. 적어도 7가지는 다른 제품들과 다르게 만들자라고요. 제품 외관을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으로 채택한 것도, 제품 매뉴얼을 비닐봉지에 담는 게 아니라 고객에 보내는 편지처럼 카드에 써 종이봉투에 담은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죠.

스타일 오디오의 선전에 온쿄같은 해외 유명 업체들은 한국에서 힘을 못쓰는 모습이다. 김동호 대표는 외장형 DAC 사용자들 사이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두텁게 자리를 잡았다고 자신했다.김동호 대표는 스스로가 오디오 마니아 출신이다. 오디오 수입업체를 다니다가, 국내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어 퇴직금 60만원만 달랑 들고 엔지니어로 있는 친구에게 시제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비즈니스맨의 길로 나섰다.
사무실은 없었다. 집에 있는 거실이 곧 사무실이었다. 김동호 대표는 그곳에서 첫 제품 300대를 만들었다. 만들었지만 앞날은 불확실했다. 고객들도 산꼭대기에 위치한 김 대표의 집이자 사무실을 찾는 것을 꺼려했던 시절이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일본에서 바이어가 찾아왔죠. 두꺼운 서류뭉치를 들고 왔는데 그걸 치우고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듣자고 했어요. 한시간이 지난 후 곧바로 계약을 체결했죠.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반응도 생각보다 좋았어요. 곧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 됐으니까요.
그는 올해 '패리도트,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 이름으로 이루어진 외장형DAC 기본 라인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이후에는 새로운 시장인 ‘헤드폰 전용 엠프’시장에 도전할 계획.
요새는 MP3 플레이어 같은 미디어기기가 인기잖아요? 그래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한테서 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게 하는 제품에 대한 요청이 있어요. 올 하반기에는 그쪽 시장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그는 오디오가 남성3대 장난감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했다. 제품에 보석이름을 채택한 것도, 상호명에 '스타일'을 집어넣은 것도 그런 이유. 여성들이 즐겨 찾는 첫 오디오 제품이 된다면 진짜 성공아니냐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독특한 시도로 성공을 이루고 있는 만큼 후배 창업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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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없었던 영역, 남들이 시도 안 했던 부분을 해야 해요. 일단 시장이 커지고 나면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마구 뛰어들곤 하죠. 그러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제가 아끼는 동생들한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영업하고 마케팅이 뭐가 다른지 아느냐는 거죠. 영업은 시장이 만들어져 있는 곳에 가져다 파는 거예요. 그런데 마케팅은 달라요. 시장 수요를 만드는 거죠. 그런 제품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수요층을 찾아내는 게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엣지'라는 그는 청음실을 겸비한 조그만 사무실에서 온종일 직접 고객 문의 전화를 받는다. '하이파이 오디오'가 전문영역인 만큼 대답 하나도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올해 외장형DAC 시장은 경쟁이 더 치열해 질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어느정도 성장한 만큼 해외 고가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뛰어들고 있어서다. 국내 중소기업의 분투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