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분기 세계 PC 출하량 고점 찍어"

일반입력 :2010/01/15 08:14    수정: 2010/01/15 13:50

류준영 기자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지난해 4분기 세계 PC출하량이 9천만대를 초과해 지난 2008년 4분기에 비해 22.1% 증가율을 보였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가트너가 지난 7년간 실시해 온 증가율 조사데이터 중 최고 수준이다. 넷북과 같은 저가·이동형PC가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가트너 애널리스트인 키타가와 미카코(Mikako Kitagawa)는 “이번 결과로 PC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들었음이 확인됐다”라며 “지난 3분기에 이미 미국과 아태지역에서는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났고 있었으며, 이번 4분기 결과는 경기회복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증거”라고 밝혔다.

또 “EMEA(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은 미국과 아태지역보다 늦게 경기불황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회복도 지연됐다”라며 “이번에 EMEA 지역은 3사분기만에 처음으로 긍정적인 출하량 증가 성장을 보였으며, 라틴아메리카와 일본도 출하량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키타가와는 “출하량 증가는 대체로 노트북과 미니노트북을 망라한 저가의 이동형 PC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는 경기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구매자들이 가격에 매우 민감해진 상태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저가형 PC로 만족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4분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인 ‘윈도7’ 출시가 PC 시장의 성장을 유도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연말연시 마케팅 도구로 유용했을 뿐 PC 시장의 수요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엔 미진했다. 업체별로는 HP가 지난 4분기 세계 PC 출하량 기준으로 델을 누르고 미국 내 판매업체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와 동시에 EMEA 지역에선 1위 자리를 되찾는 쾌거를 이뤘다.

에이서는 거점 시장서 500달러 이하 저가형 PC 부문 내 선두 지위를 굳혔다. 브랜딩 전략 개선으로 업체들과의 협력 현황이 호전된 점도 에이서 선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델은 세계 평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에 밀리는 가격정책으로 연말연시 판매호황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9년 4분기 미국 내 PC 출하량은 2008년 같은 분기에 비해 26.5% 성장한 1천980만 대에 달했다. 전세계 통계와 마찬가지로 미국시장의 이번 분기간 출하 증가는 지난 7년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키타가와는 “PC 벤더 및 판매업체들의 공세적 홍보가 소비자 PC 수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라며 “그 중 몇몇 벤더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손해가 날 정도의 가격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판매업체 1위를 차지한 HP는 가격 경쟁력 향상과 대형 소매상들과의 성공적 제휴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HP에게 자리를 내준 델은 소비자 시장에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고전했다.

소매 부문의 치열한 가격 싸움에서 밀린 델은 대기업 부문에서 기존 취약점 역시 극복하지 못해 성장률 저하를 경험했다고 가트너는 전했다.

EMEA 지역 PC 출하량은 2009년 4분기 2천970만 대에 달해 2008년 4분기 대비 3.6%의 증가를 보였다. 특히 미니 노트북 출하는 전체 이동형 PC시장의 20%를 차지했다. 전문가용 시장에서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였으나 지난해 잔여 예산으로 PC를 구입하는 조직들이 생겨나면서 앞으로 호전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아태지역 PC 출하는 2008년 4분기보다 무려 44.4%나 증가해 2천710만대를 초과했다. 이 같은 선전에는 지역 내 PC 출하의 61% 이상을 차지한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아태지역 기업수요는 자유재량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었으나, 예산 잔여분을 처리하기 위한 지출도 일부 나타났다. 기업들은 아직 대규모 PC 구매를 단행하기 보다는 지출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고 가트너는 설명했다. .

라틴아메리카 PC시장은 2009년 4분기에 42.7%의 대성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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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성장률은 2009년 4분기 출하량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데에 기인하는 면도 있으나, PC시장에서 미니 노트북 위치가 확장되면서 그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 있는 것도 한 원인이 됐다. 가트너는 “최근 상품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라틴아메리카 내 몇몇 수직시장에서 PC구매가 촉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일본 PC 출하는 4.7% 증가세를 기록, 총 360만 대에 이르렀다. 분기중 “School New Deal Project (교육 부문의 PC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일본 정부 차원의 조치)” 사업의 추진으로 인한 출하량 증가로 전문가용 시장이 예상을 넘는 고속 성장을 보인 것이 큰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