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스마트북·태블릿, 미래 어둡다"…왜?

일반입력 :2010/01/14 16:42

류준영 기자

시장조사업체(IDC)가 이례적으로 새 폼팩터 PC 시장에 대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올해 PC시장 기대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스마트북, 태블릿PC, 울트라씬, MID 등 이들의 향후 진로가 대중화까진 험로가 예상된다는 진단과 설령 어렵사리 기반을 잡았다 할지라도 시장파이를 확대하기엔 힘겨운 레이스가 될 것이란 전망을 IDC가 내놨다.

14일 한국IDC가 올해 처음 주최한 ‘IDC 디스플레이 컨퍼런스 2010’에선 모니터와 각종 PC 폼팩터에 대한 현 시장의 상황과 전개 양상을 미리 전망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이날 행사엔 특히 각 증권사별 IT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제조사 스마트북 만들어줘…ODM 만들어 본적 없는데

이날 두 번째 강연자로 단상에 오른 헬렌 치앙(Helen chiang) PC부문 대만IDC 연구원은 “스마트북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궤를 맞춰 실효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나 성공을 보장하기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근거자료에 따르면 우선, 스마트북을 만들어 줄 제조사가 당장은 없다.

소비자들의 각기 다른 취향과 선택의 폭이 커진 PC 시장에 구매철학이 스마트북 시장으로 그대로 이어질 경우를 고려해보자.

HP와 델 등 글로벌 PC업체들이 외주 생산 의존도가 꽤 높다는 전제에서 이를 담당할 대만 ODM(제조업자설계생산)들이 암(ARM) 기반 프로세서 제품을 생산한 본 경험이 전무하다. 이는 제조리스크와 직결된 사항으로 불량률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진다.

휴대폰 ODM업체도 마찬가지다. PC에 탑재된 USB와 같은 입출력 단자나 드라이버 개발 능력이 턱없이 떨어진다. 시장 대중화를 위해선 거대 업체 참여가 절실한 데 당장의 진입장벽이 걱정거리란 것. 헬렌 치앙 연구원은 “만일 HP와 델이 완성도가 높은 제품 생산을 요청하기 위해선 퀄컴이나 프리스케일, 삼성전자가 모든 솔루션을 한 번에 제공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또 그는 기존 PC와 호환성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CPU(퀄컴 스냅드래곤)와 운영체제(OS, 리눅스 혹은 구글 크롬) 기반인 스마트북으로 데이터를 전송 받을 경우, 예컨대 문서파일을 읽을 순 있데 편집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이 인간의 혈관과도 같은 스마트북의 '인터넷 대역폭'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헬렌 연구원은 “구글 OS 기반의 온라인 서비스로 무장한 스마트북은 생활주변 환경을 볼 때 근본적인 제약이 따른다”라며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선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스마트북 보급에 취약한 점으로 불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마트북이 인텔 진영의 넷북보다 50달러 가량 저렴한 가격매리트를 지니고, 인터넷 대역폭이 지금보다 더 확충된다면 앞으로 기회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MID도, 태블릿PC 시장도 없다”

밥 오도넬(Bob O’Donnell) IDC 부사장은 “유감스럽게도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 시장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IDC의 수장 격인 그가 인텔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 좌중은 순간 수근됐다.

부사장이 지적한 내용은 MID의 ‘애매한 포지션’이다. “(성능에선)PC 만큼은 아니고, (통신에선)스마트폰 만큼도 아닐 것”이라며 “2년간 MID에 뛰어든 제조사들의 실적은 대부분 저조했고, 시장을 크게 형성하지도 못했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MID 시장을 현재까지도 관측 중이며 특별한 액션을 보이지 않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2010에서 인텔 ‘무어스타운(코드명)’을 채용한 MID를 스마트폰으로 소개하면서 대기업 중 처음으로 이 시장에 발을 담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방편이자 ‘시간 벌기’란 분석도 따랐다.

하지만 LG전자는 지난 수요일(13일) MC(Mobile Communications) 사업본부장 안승권 사장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휴대폰 전략발표회에서 상반기중 퀄컴의 스냅드래곤(Snapdragon) 프로세서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결합한 스마트폰 등 4종을 출시하고 연내 10여 종을 더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MID에 대해선 크게 운운하지 않았다. MID시장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여실히 보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MID 시장에선 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한국 IT제조사들로부터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디넷에 익명을 요구한 제조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MID에 들어가는 실버손 기반 아톰칩은 넷북에 공급되는 아톰칩보다 3배 가까운 납품단가를 맞춰주고 있다”라며 “여기에 윈도7 등 OS 값을 함께 고려하면 국내시장엔 내놔봐야 시장반응이 뻔한 제품”이라며 쌓였던 불만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이와 함께 밥 오도넬 부사장은 태블릿PC 시장에 대한 우려도 함께 던졌다.

CES 2010에서 읽혀졌던 올해 IT시장의 전망과 거리가 먼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시장현황을 정확하게 짚어 내세운 통계자료 앞에선 그의 주장은 치명적인 설득력을 지녔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증권사 IT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혼란한 표정을 연신 지어 보였다. 메모장을 꺼내 빠르게 적어 내려가는 사람과 2~3명끼리 머리를 맞대고 웅성거리기도 했다.

연말 3차원(D) 부품산업주가가 평균적으로 5배씩 올라섰듯 기술주가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더욱 증폭된 가운데 행여나 빗나간 전문가의 예측은 큰 손실을 맞을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경계하는 눈치였다.

밥 오도넬 부사장은 세간의 관심사로 부상한 애플 태블릿PC에 대해 “독특한 가치를 제공한다거나 비싼 가격대에 맞는 제품가치의 타당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태블릿PC란 개념이 처음 소개되던 2001년 그 현장을 난 지켜보고 있었다”라며 “10년이 지난 세월 동안 태블릿PC가 범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필기체 인식의 완성도와 태블릿PC에 맞는 관련 소프트웨어(SW) 개발이 받쳐주지 못했던 부분이 큰데 이 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거나 혹은 커버하려는 PC벤더들은 지극히 드물다”고 꼭 짚어 강조했다.

울트라씬 노트북 10시간 배터리 정말 필요한가요

그 밖에 밥 부사장은 “많게는 10시간 가까이 가는 배터리 수명을 PC의 특장점으로 내세우는 차별화 마케팅은 최소한 컨수머 시장에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소비자가 전원 없이 노트북을 사용하는 비중은 커피전문점에서 짧게 이메일이나 웹 서핑 정도로 사용하는 2시간 가량에 불과하므로 4~5시간 가는 배터리 성능에 대한 어필보단 시스템에서 다른 부분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 제품차별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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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올인원PC에 관해선 “가격대가 노트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선까지 내려와야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IT제품 전문양판점인 베스트바이의 한 관계자와의 말을 빌려와 “(올인원PC가)잠재력은 있으나 노트북과 100달러 정도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면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인텔이 지난해 야심 있게 선보인 울트라-씬(Ultra-Thin) 슬림형 노트북 플랫폼에 관해 “당초인텔은 20%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막상 시장의 뚜껑을 열어보니 전체 PC시장에 2% 선에 머물렀다”라며 싱글코어의 성능저하, 가격차별화 실패, ODD 부재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