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북 시대, '윈텔의 해방구' 탄생할까

일반입력 :2009/12/30 18:42    수정: 2010/01/05 14:15

남혜현 기자

더 싸고 가벼운데 가격까지 저렴한 휴대용 노트북이 나온다면?

디지털 가전 업계 이슈가 쏟아지는 소비자가전쇼(CES) 개막을 앞두고 넷북과 스마트북간 경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9년 세계 PC시장을 뒤흔들었던 넷북 시장을 스마트북이 어느정도 파고들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에 기반한 넷북은 저렴한 가격과 이동성을 앞세워 올 한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갓 데뷔한 스마트북은 ARM 기반 프로세서를 탑재한다는 점외에 대부분 넷북과 유사한 특징을 제공한다. 외신들이 넷북과 스마트북의 경쟁구도로 몰고가는 이유다.

스마트북의 가능성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는 비교적 후한 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PC관련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스마트북의 성공가능성을 비중있게 다뤘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앞서  CES에서 등장할 ‘스마트북’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내년초에만 30여종에 달하는 스마트북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몇몇 PC업체들 또한 스마트북과 관련한 승부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북, 어떤 형태로 나오나?

넷북과 스마트북을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스마트북 성능이나 가격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마트북이 넷북보다는 저렴하게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탑재되는 프로세서와 운영체제(OS)가 넷북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스마트북은 PC나 노트북이 널리 쓰이는 인텔이나 AMD 칩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쓰이는 ARM 칩을 탑재한다. ARM칩은 1GHz 프로세싱 파워를 제공하며 전력소모량이 적은게 특징. 배터리 수명도 넷북보다 두배 이상 오래간다는 평가다. 스마트북은 윈도OS 대신 리눅스를 탑재한다. 넷북보다 저렴하면서도 PC제조업체들에게는 보다 많은 수익을 안겨줄 것이란게 스마트북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스마트북 진영을 이끄는 주역들은 퀄컴이나 엔비디아, 프리스케일 같은 휴대폰용 칩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이미 ARM 마이크로프로세서 디자인과 자사 제조기술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스마트북은 외관도 넷북과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 선보일 스마트북 중 일부는 전형적인 노트북 디자인을 따르겠지만 기존 노트북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북은 PC 플랫폼 시장을 틀어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 이른바 윈텔 진영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다. 헨리 리차드 프리스케일 부사장은 "인텔과 MS에 의해 움직이는 혁신의 법칙에서 벗어났을 때 무엇이 가능한지 보면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RM 기반칩은 휴대용 기기에선 또 하나의 인텔로 불린다. 아이폰을 비롯한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ARM 기반에서 돌아가고 있다. 아마존 전자책 리더 '킨들'도 ARM 기반이다. 이에 대해 인텔은  무어스타운칩을 앞세워 ARM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 x86칩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른 무선기기에 사용하기 적합한지에 대해 아직까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아마존 킨들과 같은 전자책 제품들은 ARM 칩을 사용하고 있으며 OS역시 내부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것. 수많은 루머를 뿌리고 다니는 애플 태블릿 역시 아이폰과 같은 칩 기술을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쉽지 않은 넷북의 벽 

알려진 것만 놓고보면 내부구성요소를 제외한 많은 부분에서 스마트북은 넷북과 닮아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스마트북과 넷북이 같은 성능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에 대한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스마트북에 탑재될 것으로 보이는 리눅스나 구글 안드로이드 OS는 MS워드나 애플 아이튠스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쓰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넷북 시장의 경우 초반 레이스는 리눅스가 이끌었지만 애플리케이션 문제로 소비자 저항에 부딪히자 윈도로 권력이 교체됐다.

벤 루돌프 MS 윈도 담당 수석 매니저는 "소비자들은 (이와 비슷한 까닭 때문에) 리눅스 기반 스마트북보다는 계속해서 윈도 넷북 PC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스마트북 가격은 넷북보다 저렴한 200달러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가격과 성능의 한계 때문에 넷북보다는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게임기가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로저 케이 엔드포인트 테크놀로지 어소시에이츠 애널리스트는 "(스마트북이) 휴대폰이 되기에는 너무 크고 콘텐츠를 쉽게 창작하기에는 너무 작다"면서 "소비자들이 (스마트북) 카테고리를 좋아할만한 증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텔의 공세도 무시할 수 없다. 인텔은 최근 차세대 넷북용 아톰칩을 소개했다. 파인트레일로 불리는 새칩을 통해 인텔은 넷북을 더 얇고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먹혀들면 스마트북의 매력은 감소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넷북 출하량이 올해 3천300만대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내년에는 19% 정도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북 출시가 늦어지는 것도 악재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까지 ARM칩을 사용하는 PC제조사들은 노트북용 키보드가 달린 제품보다는 노키아 N900이나 PC-Z1 같은 포켓크기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프리스케일 관계자는 내년 중반까지는 스마트북이 다양하게 출시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WSJ은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하는 어도비 플래시 같은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스마트북의 적응문제도 출시연기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스마트북, 모바일 환경서 날개 달까?

스마트북이 한걸음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폴 제이콥스 퀄컴 대표는 지난달 애널리스트와 미팅에서 레노버에서 만든 울트라씬 노트북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플래시를 비롯한 HD비디오를 무리 없이 재생했다. 제이콥스 대표는 이 제품을 ‘첫번째 스마트북’이라고 명명했다.

이날 선보인 제품에 대해 레노버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WSJ는 레노버가 내년 CES서 상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의 고위임원은 "젊은 세대들은 그전세대에 비해 PC환경에 열려있기 때문에 더 쉽게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른 제품쪽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사람들은 자기 목적에 적합한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스마트북과 넷북은 그러나 두 제품은 모바일 환경에서 ‘부분적으로’ 구별된다. 스마트북 지지자들에 따르면 이 새로운 제품이 내장된 3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더 빠르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북 지지자들은 비평가들이 네트워크와 항상 연결돼있다는 스마트북의 장점을 과소평가한다고 주장한다. 스마트북은 3G네트워킹을 내장하면서 근거리 무선통신 와이파이를 동시에 탑재하고 있어 ‘모바일’부문에서 넷북을 크게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메시지를 전달할 때 자동으로 기능을 실행할 수 있어 로그인하려 기다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한다는 설명이다. 영화시간이나 날씨,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할 때 앞으로는 ‘초단위’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스마트북 캠프에서는 주장한다.

스마트북 vs 넷북, 보조금 경쟁 오나?

스마트북이 저렴하게 판매될 것이란 기대는 통신사의 보조금 정책도 한 몫 한다. 음성시장을 넘어 데이터시장에서 수익성을 찾는 통신사들이 스마트북에 보조금 정책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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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넷북제조사들도 통신사의 3G서비스 정책을 따라 보조금 정책을 취하고 있다. AT&T와 에이서는 에스파이어원 넷북을 149.99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북이 비즈니스 부문에서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주장은 통신사들의 비용문제와 관련있다고 WSJ은 전했다. 즉, 제품 하나당 들어가는 보조금의 양이 더 적어도 기기값은 그만큼 저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루이스 페네다 퀄컴 마케팅앤프로덕트 부문 부사장은 "우리는 보조금이 스마트북 출시를 위한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제이콥스 퀄컴 대표 역시 "AT&T가 레노버 스마트북의 출시를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AT&T는 아직 아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