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스마트폰 바람이 거세다. 무선데이터 수익 창출로 새로운 수익원을 갈구하는 통신사와 날이 갈수록 고사양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취향, 그리고 무선통신 시대의 개화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이에 따라 올해 이동통신사들의 승부처는 각사의 스마트폰 전략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 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말 KT에 의해 출시된 아이폰이 촉발점이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이 출시한 T옴니아와 T옴니아2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지만 그 규모나 소비자 인식면에서 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K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이폰 판매대수는 20만대가 넘어섰다. 출시 한달여만에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KT는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다. 데이터 요금 인하와 더불어 3G 이동통신망에 와이브로, 와이파이까지 지원하는 3W폰 '쇼옴니아'를 내놓으면서 개인고객뿐 아니라 기업용 유무선융합(FMC) 서비스 시장 전격 진출을 선언했다.
■통신사, ARPU 높은 스마트폰 가입자 확보에 집중
각 통신사의 스마트폰 출시에 따라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시장은 물론 개인고객 부문이다. 스마트폰은 일반 휴대폰(피처폰)과 달리 가입자당매출(ARPU)가 높다. 일례로 지난해 KT 이동전화 가입자의 ARPU는 약 3만6천원. 아이폰이나 쇼옴니아폰 등 스마트폰 최소 요금제는 4만5천원으로 향후 무선데이터 활용 정도에 따라 훨씬 높은 매출을 보장해 준다. 이는 다른 통신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폰 출시 초기인 지난해 12월 초 한때 KT의 번호이동(MNP) 점유율이 57.4%로 급상승했다. 판매량도 한달여만에 20만대를 넘어섰다. KT가 애플 측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단기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이로 인한 수익성 향상이 통신사에게는 더 중요하다.
KT는 아이폰 효과를 이어 나가기 위해 조만간 TV CF 등 쇼옴니아폰의 대대적인 마케팅 시작과 함께, 올 상반기 2종의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SK텔레콤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지난해 12월 MNP 점유율을 평월 수준으로 되돌렸다. KT의 MNP를 34.4%로 억제하고 자사의 점유율을 41.9%로 높였다. 공짜폰 경쟁도 치열했겠지만, 스마트폰 부분에서 T옴니아2에 대해 삼성전자와 함께 아이폰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판매량을 지난해 말 기준 18만5천여대로 높인 것도 한 몫 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개인고객 유치를 위한 스마트폰 라인업 확대와 보조금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올해 출시될 50여대의 휴대단말기 중 스마트폰을 최대 15종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 라인업의 30% 수준이다. 그리고 오는 2월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모토로라 스마트폰 출시를 기점으로 다수의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해 아이폰에 응수한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이제 대세이다. 다양한 OS 기반의 스마트폰을 선보인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올해는 2월 모토로라의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안드로이드폰에 비중을 두고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통합 LG텔레콤 역시 스마트폰에 대한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오즈옴니아를 출시 1만여대 가량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3G망이 없고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도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포털 및 게임업체와의 콘텐츠 제휴 및 안드로이드폰 출시 등 스마트폰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기업FMC에도 스마트폰 입김 작용
이들 통신 3사는 올해 기업시장에서도 경쟁을 벌이게 된다. 아직 국내 기업FMC 시장은 형성되지 않은 상태지만 기업고객의 스마트폰 선호도에 따라 초기 시장 선점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업계 의견이다. 현재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T의 경우 아이폰 출시가 영업에 상당 부분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KT가 이미 기FMC 고객으로 삼성증권, 대한약사회, 진코퍼레이션, 오리엔트조선, 대구텍, 문경제일병원 등 130여 고객을 확보한 상태. 아직 초기 단계로 단말 보급수는 높지 않지만,최근 현대중공업, 도시철도공사 등에 아이폰과 쇼옴니아로 수만명의 기업FMC 가입자를 확보하는 중이다.
기업FMC의 경우, 와이파이 등 무선 IP망을 활용해야 하므로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룰 수 밖에 없다. 특히 기업FMC로 스마트폰을 취득한 고객도 잠재적인 무선데이터 활용 고객이 되므로 통신사 입장에서는 가입자 확보 측면에 도움이 된다. 또한 통신장비 및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는 B2B 사업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이 때문에 KT는 아이폰과 쇼옴니아, 옴니아팝, LG전자(KU2100) 스마트폰 등을 기업FMC 전용폰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올해 10종의 FMC폰을 출시한다. 그리고 기존 아이폰을 단체 구입한 엔씨소프트, 다음커뮤니케이션, 두산 등 대기업에도 기업FMC를 추가 제안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올해부터 기업FMC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와이파이존이나 와이브로망 부족으로 KT에 비해 인프라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기업특화형 FMC 전략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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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얼마 전 기상청에 모바일 오피스 공동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상청 본청에 FMC시스템을 구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전화, 3G, 와이파이, 스마트폰을 융합해 자체 개발한 모바일 통합커뮤니케이션(UC)과 그룹웨어를 제공하는 것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은 레퍼런스 확보가 안 된 상태지만 기업FMC를 강화하고 있어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향후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은 FMC용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LG텔레콤 역시 FMC를 올해 1분기 중 발표하고 경쟁에 합류한다. LG텔레콤은 기존 인터넷전화 강자인 LG데이콤과의 결합으로 유무선 융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출시될 기업FMC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우선은 개인고객 대상의 홈FMC가 우선이 될 계획이지만, 단계적으로 기업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타사와 달리 피처폰에 FMC 기능을 대거 탑재한다는 계획이어서 스마트폰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