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최근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 기류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인 KT의 적극적인 행보에 비해 확연하게 여유(?)있는 움직임이다. 무선데이터 수익 극대화로 성장정체를 극복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차세대망 구축 딜레마에 빠져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우리나라 국민 총인구를 뛰어넘어 101%의 휴대폰 보급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음성통화 기반 사업모델로는 성장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무선데이터 매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마트폰은 고사양 단말기를 찾는 소비자의 니즈는 물론, 이러한 통신 시장의 흐름에 부합해 확산일로에 있다.
KT가 먼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동통신 만년 2위 사업자인 KT가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무선데이터 사업에 올인했다. 내년까지 무선통신 부문 매출을 전체 매출비중의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KT는 기존 확보한 무선랜(와이파이) '네스팟'과 와이브로망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계륵과도 같았던 KT의 무선인프라가 스마트폰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직전이다.
KT는 현재 3만5천여개 무선접속장치(AP)로 구성된 전국 1만3천여개의 와이파이존(네스팟존)을 운영하고 있으며, 수도권 중심으로는 와이브로망을 구축해 놓은 상태이다. 또 내년에는 와이파이존을 최대 6만개로 확대하고 와이브로망 역시 주요도시를 대상으로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쇼옴니아 정액가입자에게는 무료로 AP를 나눠줄 예정이기도 하다.
■SKT, 와이파이 확보 위한 검토 착수...그러나
반면 SK텔레콤은 고민에 빠졌다. 고사양 단말기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성향이 아이폰 국내 출시로 대폭 증대했고, 이에 따라 기존 음성통신(3G)망이 아닌 와이파이 같은 IP기반의 무선망이 필요한 상황. 당장은 3G망으로 스마트폰 가입자의 무선데이터 수요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내년부터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급격하게 증가할 경우 와이파이 및 와이브로와 같은 무선인프라 확충이 핫이슈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자체적인 와이파이존이 없는데다 와이브로 인프라 역시 KT에 비해 상당히 뒤쳐진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와 15일부터 개인대상으로 실시하는 FMC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와이파이 전략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 지난 2002년 유료 무선랜 서비스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곧 사업을 접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을 통한 무선인터넷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와이파이(Wi-Fi)망 확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망을 기반으로 무선AP를 핫스팟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이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아이폰으로 인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주목 받으면서 SK텔레콤도 와이파이 확보 움직임을 가시화하기 시작했다라며 와이파이망 임대나 인프라 쉐어링 방식 등을 논의 중이지만, 경쟁사와의 관계 때문에 직접 구축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1월에 아이폰의 대항마로 모토로라의 '드로이드'폰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역시 와이파이존 확충이 해결되지 않으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이파이존 확대로 단기적 수익저하 현상이 발생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라는 것.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 중 와이파이 및 스마트폰 관련 전략을 명확하게 정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신 SK텔레콤은 전국적으로 500만여개에 달하는 사설 AP가 존재하고 있어 우선 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계자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가 언급한 인프라 쉐어링 방식도 사설AP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 1월에는 스마트폰 외에도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일반 휴대폰을 출시할 예정이며, KT의 '에그'와 같이 와이브로를 와이파이로 바꿔 쓸 수 있도록 하는 '브릿지'라는 제품 출시도 계획돼 있다.
또다른 SK텔레콤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이미 와이파이 및 무선 AP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큰 그림을 그린 상태다. 그러나 와이파이에 대한 투자를 SK브로드밴드를 통해서 할 지, 아니면 SK텔레콤이 직접 할 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LTE' 바라보는 SKT, 스마트폰 활성화로 고민
그렇지만 몇몇 SK텔레콤 관계자 및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SK텔레콤의 계획은 말 그대로 '검토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유는 한 가지. SK텔레콤이 4G로 LTE(롱텀에볼루션)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LTE는 쉽게 말해 IP망과 음성망, 데이터망을 하나로 묶는 개념의 기술로, 기존 2G 및 3G망이 자연스럽게 LTE로 진화되면 와이파이나 와이브로에 대한 고민이 일거에 해결되낟. 고속 무선데이터 전송이나 이로 인한 음성통화 품질의 하락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SK텔레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네트워크 투자 효율성이나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통신사업자가 LTE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4G LTE망 구축은 정부의 주파수 분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현 상황에서 SK텔레콤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또 LTE로 방향을 잡았더라도, LTE망이 상용화까지는 최소한 2~3년이 소요된다. 시장에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의 열기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SK텔레콤은 이 기간 동안 KT의 공세를 막아낼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 WCDMA망 기반으로 요금할인 및 단말기 보조금 인상 등의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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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국의 사설AP를 활용한다는 것은 보안문제가 걸린다. KT 네스팟의 경우 인증을 받고 사용해 보안 위험이 낮아지지만 사설AP는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국회에서도 사설AP에 대한 인증제도를 논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스마트폰에 대해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KT가 와이파이 및 와이브로망을 적극 활용해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한다면,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KT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마케팅 강화에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