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이폰 때문에~"...전략폰 쇼옴니아 '흔들'

일반입력 :2009/12/30 10:27

김효정 기자

KT의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인 쇼옴니아가 출시 초기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일반 고객 대상으로 시중에 제품이 풀렸지만 아이폰의 그늘에 가려진 상황. 또한 KT가 추진 중인 기업 유무선융합(FMC) 사업 부문에서도 아이폰이 각광 받는 등 쇼옴니아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아이폰 국내 판매량은 17만여대. 소비자의 아이폰 선호도와 크리스마스 등 연말 특수를 고려했을 때 올해 20만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당성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이폰의 인기가 높아질 수록 KT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아이폰의 인기에 묻혀 쇼옴니아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T의 차세대 전략폰은 아이폰 보다는 쇼옴니아다. 경쟁우위를 가진 자사의 와이브로망과 와이파이(무선랜)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쇼옴니아폰을 통해 무선데이터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반면 아이폰의 역할은 무선인터넷 시장에서의 KT 초기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에 가깝다.

게다가 아이폰의 등장은 국내 시장에서 단말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KT가 이달 중순부터 삼성전자의 쇼옴니아 출시에 나섰지만, 삼성측이 보조금 지원을 최소화하면서 아이폰과 SK텔레콤의 T옴니아2 보다 15만원 가량 비싼(월 4만5천원 정액제 기준) 단말기 가격이 발목을 잡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KT는 쇼옴니아 보조금은 삼성전자와 지속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SK텔레콤의 T옴니아2 역시 초기에는 제조사 보조금이 높지 않았다. 협상에 따라 쇼옴니아 보조금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업FMC 시장에서도 아이폰 인기 높아져

더 큰 문제는 기업 시장에서도 쇼옴니아 보다 아이폰의 선호도가 더 높다는 점.

당초 KT는 초기 스마트폰 전략을 아이폰은 얼리어댑터 등 매니아 층으로, 쇼옴니아는 대중적 성향을 살려 기존 휴대폰 대체용으로 그렸었다. 그렇지만 단말기 가격과 판매비중을 볼 때 일반 고객 시장에서도 아이폰의 우세가 뚜렷하다.

특히 쇼옴니아는 세계최초의 와이브로+와이파이+WCDMA 탑재폰으로 와이브로망 구축과 병행해 기업FMC 주력 단말기로도 키운다는 전략이었다. 그렇지만 기업시장에서도 아이폰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쇼옴니아의 전략이 어긋나고 있다.

현재 KT는 쇼옴니아로 현대중공업에 6천500대 규모, 도시철도공사에 8천대 규모 등 대형 기업FMC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현재 협상 중인 기업들과 수만대 규모의 초기 판매량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KT가 기업FMC 시장에 적극적인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모바일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겠다는 이동통신 부문 기본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즉 단기적인 데이터 수익확충 보다 고객확보를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에 아이폰을 단체 구매한 다음커뮤니케이션, 엔씨소프트, 두산 등 대기업에도 기업FMC 추가 제안을 진행해 가입자 이탈을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기업FMC 제안 고객들 역시 아이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서 FMC 단말로 아이폰이 각광을 받고 있다. 쇼옴니아 기반으로 FMC 도입을 검토했던 한 대형병원은 최근 아이폰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사업 초기라서 정확하게 집계된 자료는 없지만 기업FMC 시장에서 아이폰으 선호도가 더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아이폰이 엔터테인먼트 단말기로 적합한데, 이는 곧 쓰기 쉽다는 것이다. 기업 고객들 역시 아이폰을 선호하고 있어 아이폰과 쇼옴니아를 함께 제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독 단말기 부분에서는 SK텔레콤을 뛰어넘을 수 없었지만 아이폰 출시로 상황이 변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든 개인이든 당분간 아이폰으로 영업을 강화할 수 밖에 없어 쇼옴니아의 상황이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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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KT는 아이폰의 인기로 자사의 쇼옴니아 전략을 조금씩 수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일반 피쳐폰을 대체하겠다는 개인시장 공략은 물론, 와이브로와 결합한 기업시장 공략에도 아이폰의 영향력에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또다른 KT 관계자는 두 단말기 출시 간격이 다소 짧았다라며 그러나 KT의 전략은 변할 것이 없다.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명확한 성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