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DMB기술의 수출본격화를 앞두고 IT강국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년이면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등지에 한국의 DMB기술이 수출될 전망이지만 국내에서조차 DMB단말기가 새로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등 오작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가 생산한 DMB지원단말기는 지상파DMB방송기술표준을 정확히 적용하지 않거나, 공인된 기관에서 단말기 인증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단말기 오작동 문제는 2006년 이래 줄곧 제기됐지만 정부와 제조사들은 마땅한 대책 없이 무사안일로 대응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DMB 수출 본격화 후 해외 현지에서도 국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상파DMB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 DMB표준이 수출되면 국산 단말기도 함께 수출된다라며 해외에서도 오작동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제조사 이미지에 큰 손해를 준다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는 DMB업계가 내년부터 양방향데이터방송인 DMB 2.0과 재난방송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단말기 오작동이라는 장애물에 부딪쳐 사업개시마저 지체되고 있다.
■올해도 터져나온 'DMB단말기 대량 리콜 위기'
지상파DMB가 새로운 방송서비스를 시도할 때마다 먹통단말기 이슈는 반드시 터져나온다. 올해도 재난방송과 관련된 DMB단말기의 오작동 사례가 적발됐다.
지금까지 3차례 오작동 시험에서 단말기의 50%가 DMB 방송 수신에 문제를 드러냈다. 실험 대상 34개 단말기 가운데 17개 기종이었다.
첫 시작은 2006년 지상파DMB가 데이터방송(BIFS)을 시험 송출할 때였다. 단말기 대다수가 데이터방송을 지원하지 않아 오작동을 일으켰던 것이다. 당시 시험단계에서 나온 오작동 사례는 6건이었다.
오작동 증상은 TV, 라디오 채널을 재검색할 경우 단말기가 채널을 검색하지 못하거나, 단말기 화면이 나오지 않는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원인은 DMB 단말기가 방송기술표준을 완전히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DMB 방송기술표준은 방송유형별(영상, 음성, 데이터, 재난방송 등)로 ID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단말기는 다양한 유형의 방송을 ID번호를 통해 분류하게 된다. 방송사와 제조사는 별도 협의 없이 각자의 업무만 준비하면 된다.
원칙대로라면 단말기는 DMB방송의 어떤 서비스형태든 지원해야 한다. 방송사는 표준에 맞게 방송만 하면 된다. 하지만 단말기 제조사들은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방송유형만 인식하도록 제품을 만든다. 단말기가 신규서비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생산되기 때문에 먹통이 되는 게 당연하다.
■DMB기술표준 만들어 놓고도 툭하면 수정
뉴미디어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향후에도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나온다. 하지만 현상태로는 새로운 DMB서비스가 선보이기 힘든 상황이다.
2006년 BIFS 문제가 터졌을 당시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기술표준에 따른 제품을 내놓거나 인증을 받지는 않았다.
지금은 멀쩡한 기술표준을 놔두고 방송사가 표준자체를 바꾸는 형편이다. 재난경보방송은 당초 지난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수신기 오작동문제로 방송사가 주도해 오작동 개선을 위한 표준을 3차례나 개정해야 했다.
DMB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DMB기술표준은 관련항목을 세부적으로 명시해놓고 있어 임의로 조정할 수 없고 표준자체를 바꿔야 한다라며 멀쩡한 표준을 두고 방송사만 이중삼중의 중복투자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자 피해 때문에 제조사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방송사는 표준 그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DMB업계, 정부가 나서 단말기 인증 의무화해야
국내에 DMB단말기 인증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올해 1월부터 지상파DMB 단말 인증제도에 대한 업무 협약을 체결해 DMB 단말기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중이다. 인증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 대당 천원이다.
현재까지 인증을 받은 DMB단말기 제조업체는 2곳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네비게이션 제품이어서 일반인들은 인증제도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DMB를 지원하는 단말기는 휴대폰, 네비게이션, MP3, PMP 등으로 국내에 약 120곳의 제조업체가 있다.
방송사와 TTA측은 정부가 나서 단말기 인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은 업계자율로 인증을 받고 있다. DMB업계는 새로운 DMB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오작동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증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TA의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비용을 이유로 인증받기를 꺼리고 있다면서 DMB방송사가 광고도 하고 TTA자체적으로 단말기 업체와 접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나가는 한국산 DMB, 이미지 손상만 줄 수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월 재난방송 관련 테스트로 오작동 문제가 발생하자 관련 사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4개월 동안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정작 단말기 제조업체를 맡아 단속해야 할 지식경제부는 감감무소식이다. TTA의 이 관계자는 적어도 방통위는 대책 검토에 나섰다는 얘기라도 있었지만 지경부는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2006년 당시 DMB단말기의 수는 200만대였다. 지금은 2천만대를 훌쩍 넘겼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이중 천만대가 오작동 우려가 있다.
국내의 경우 방송사가 서비스 시작 전에 충분한 실험을 거쳐 오작동을 수정할 수 있어 시청자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DMB의 해외수출이 본격화되면 오작동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현재까지 한국산 DMB는 캄보디아와, 몽골 등에 수출되고 있으며, 한국지상파DMB기술표준이 유럽표준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 한국 지상파 DMB, 캄보디아서 시범방송2009.12.29
- 지상파DMB 4주년 생존동력 찾을까?2009.12.29
- 지상파DMB, 유럽 진출 본격 추진2009.12.29
- DMB·IPTV, 재난방송 활용방안 논의2009.12.29
하지만 DMB단말기의 오작동문제가 미해결된 채로 수출이 이뤄질 경우 향후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측은 실제로 BIFS 오작동 사례가 해외로 알려지면서 유럽의 DVB-H 진영에서 한국 DMB의 단점으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DMB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의 DMB사업이 문제점을 해결한 뒤에야 해외수출이 더 활발해 질 수 있다라며 결국 피해는 시청자에게 간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