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냉장고 불량률 제로 선언한 까닭은

일반입력 :2009/12/16 16:45    수정: 2009/12/16 20:18

류준영 기자

LG전자(대표 남용)가 `냉장고 불량률 제로`를 선언했다.

냉장고 업계 처음으로 핵심부품인 ‘리니어 컴프레서’ 10년 무상보증 카드를 뽑아들었다. 전체 생산라인에서 불량률이 2%만 되도 LG전자는 대략 40~50억원 가량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해외시장에 이미 공급된 LG전자 리니어 컴프레서는 올해 70만개로 추정된다. 내년엔 150만대로 두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LG전자의 무상보증카드는 파격적인 행보다. 불량률이 높아지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LG전자는 강공책을 예고했다.

LG전자가 다른 회사처럼 1년 보증에, 핵심부품 4년 보증이란 ‘소비자피해보상’ 규정을 적용치 않고 ‘파격에 파격을 더한 AS(애프터서비스) 정책`을 들고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사용자 눈길을 사로잡는 마케팅을 위해서? 아닌 듯 하다.

그럼 왜?

최근 경남 창원 소재 LG전자 홈 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에서 기자와 만난 김석로 수석연구원은 기술력을 앞세운 야심만만한 승부수임을 분명히 했다. 15년째 창원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LG전자 냉장고에 대한 기술리더십을 진두지휘하며 10년 무상보증 AS정책이 세상에 나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김석로 수석연구원과의 영상인터뷰는 지디넷코리아 홈페이지 내 메가뉴스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냉장고 소비전력 20%↓…침엽수 40그루 효과

‘리니어 컴프레서’ 개발은 모든 냉장고 제조사들이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품화에 성공해 대량 생산체제를 갖춘 곳은 LG전자가 유일하다. 원천 특허는 미 태양전지업체인 선파워가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상용화시킨 회사는 LG전자였던 것.

LG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컴프레서 개발 관련 LG전자가 등록한 특허권만 수백 여건에 달한다. 연구기간만 10년 가까이 걸렸다고 하니 그만큼 까다로운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다. ‘리니어 컴프레서’에 관해 김석로 수석연구원은 “인간의 심장과 같은 곳”이라고 표현한다. `리니어 컴프레서`는 전체 생김새는 물론 측면 절개한 단면 내부도 심장과 흡사한 모양새다.

심장이 온몸에 새피를 공급하듯 이곳에선 냉장고 냉매 가스를 압축해 동력원으로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김 연구원은 LG전자 독자기술로 만든 `리니어 컴프레서`에 대해 자부심이 남다르다. 10년 무상보증이란 보기드문 AS 정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기술력에 대만 믿음 때문이란다.

그는 ‘리니어 컴프레서’가 지구촌 생존문제에 직면한 탄소감축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종전 컴프레서는 인간의 심박동에 해당한 실린더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마찰손실이 크게 났으나 ‘리니어 컴프레서’는 직선운동만 하기 때문에 마찰개수를 4분의 1로 줄일 수 있죠. 일반 가정에서 절감할 수 있는 소비전력은 약 20%대로 한해 소나무 40그루 이상 심은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냉장고에서 컴프레스의 역할을 점점 커지고 있다. 요즘 신혼부부들이 빌트인 냉장고를 선호함에 따라 컴프레스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빌트인 냉장고는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열 교환 효율성 문제에 부닥치게 되죠. 그래서 컴프레서의 새로운 설계방식과 에너지절감 부품들을 통해 상쇄시킬 수 있어요”

김 연구원에 따르면 내년께 적용할 리니어 컴프레서는 컴프레서 자체에서 7~8%, 열 교환기 등 냉장고 각 부품 별로 2~3%로, 단열에서 2-3%까지 소비전력을 감축할 수 있어 지금보다 10% 향상된 소비전력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단다.

이 같은 소비전력절감 노력을 통해 LG전자는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냉장고 ‘스타’가 된다

최근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에너지스타` 라벨이 부착된 절전형 가전 제품을 구매하면 50~200달러의 현금을 보조해 주는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에너지국(DOE) 기준인 에너지 효율 20%, 소비전력 5%를 달성할 경우에 해당한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시행에 따라 LG전자는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그린가전`으로 승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경쟁사인 S사는 컴프레서 개발이 LG전자 특허권에 묶이자 자체 생산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최근 미국 에너지국의 새로운 정책 탓에 리니어 컴프레서에 대한 해외 제조사들의 ‘러브 콜’이 줄을 잇고 있죠. 예컨대 미국 GE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LG전자는 현재 미국 수출 냉장고의 70%에 에너지 라벨을 부착, 판매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미국 수출모델 전 품목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첨단 기술력으로 한 차원 진보한 컴프레서를 도입, ‘에이투플러스(AA+)’ 등급의 냉장고를 내년 2월초 내놓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LG전자의 고객 인사이트(Insight, 통찰력)를 통해 내년께 선보일 대형냉장고의 특징을 이처럼 설명했다.

“외곽사이즈는 동일하데 내부크기는 확장되고, 육류나 생선 등을 안 얼린 상태에서 1~2주간 보관해도 신선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특별한 냉장고 신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될 거에요”

문제는 컴프레서가 냉장고 전체 제조비용의 2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가격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컴프레서 제조비용을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지금은 타사 제품(컴프레서)과 동일한 수준까지 제조비용을 떨어뜨린 상태입니다. 종전 컴프레서와 제어방식이 달라 상대적으로 고비용으로 책정됐으나 지금은 기술력 향상을 통해 시판되는 일반 컴프레서 가격대와 비슷하죠”

관련기사

덕분에 LG전자 컴프레서는 라이벌사인 M사 냉장고에도 소량 공급 중이다. “경쟁사 냉장고에도 저희 컴프레서가 들어가요. 김치냉장고 시장 순위에서 경쟁사가 1위라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부분에서 LG전자의 제품이 뒤질 게 없다는 뜻이죠” 김 연구원은 컴프레서 및 에너지절감 기술 등 핵심역량을 통해 오는 2012년 전세계 시장 1위 업체로 우뚝 서겠단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인도시장에선 LG전자 제품이 시장 절반을 차지해요. 문제는 브랜드인지도겠죠. 2010년은 유럽과 중국, 러시아, 중남미, 인도 등 전 세계 6개 핵심거점에서 한국 가전의 능력을 발휘하는 원년이 될 거에요. 지금은 월풀과 일렉트로닉스가 글로벌 시장에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가까운 2012년엔 한국기업들이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믿어요.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