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아이팟 신화의 시작

일반입력 :2009/10/22 10:15    수정: 2009/10/22 17:19

이재구 기자

[이재구코너]아이팟 신화의 시작

애플 아이팟 공개-2001년 10월 23일, 21세기의 워크맨 내놓다.

'힌트: 맥은 아닙니다

2001년 가을. 실리콘밸리 한복판 쿠퍼티노에 자리잡은 애플의 홍보부에서는 본사에서 열릴 미디어 행사 초청장을 발송했다.

거기엔 행사내용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다만 ‘획기적인 디지털 신제품 발표를 하는 행사‘라고만 쓰여 있었다.이와 함께 ‘10월 23일 오전 10시’라는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과연! 출시 전까지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비밀로 하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다웠다.

하지만 마지막 줄에 인쇄돼 있는 글귀에서는 신화적 기기의 등장을 예고하는 듯한 묘한 뉘앙스가 풍겨졌다.

“힌트: 맥은 아닙니다.“

오전 10시. 프리젠테이션의 달인 스티브잡스가 직접 나서서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약 200명의 참석자들의 시선은 5GB의 내장형 HDD에 1000곡의 노래를 저장할 수 있다는 초소형,초박형 단말기에 쏠렸다.

그것은 1979년 소니가 내놓은 아날로그 워크맨의 20년 판매기록을 단 8년 만에 뛰어설 소형 디지털오디오기기였다.

컬트브랜드 ‘아이팟 신화’의 시작이었다.

디지털 음악의 물결을 타다

1990년대말 PC업계의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애플은 위기를 맞고 있었다. 시장에는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는 보급형 PC가 대거 소개됐다.

아웃소싱을 하지 않는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였다.

애플의 맥은 컬트브랜드이긴 했지만 비쌌고 맥 ‘신도’의 비율은 전체 PC시장 점유율 4% 대를 넘지 못했다. IBM컴패터블과도 호환되지 않았다.

매킨토시 확산의 결정적인 걸림돌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애플의 앞날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1999년 혜성같이 등장해 인기를 얻었던 인터넷 음악파일(불법)공유 사이트인 냅스터가 2001년 폐쇄되자 애플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미국 내 18개 음반사는 냅스터에 대해 제기한 저작권침해 소송에서 승소했고 냅스터는 2001년 8월 문을닫기에 이른다.

마침 애플에게는 회사를 회생시킬 또다른 기회가 함께 찾아오고 있었다.스티브잡스는 아이팟기기를 개발하다가 그만 둔 실리콘밸리의 사업가 겸 엔지니어를 개발팀장으로 받아들이고 매일 진도를 체크할 정도로 관심을 쏟는다. 1년도 안돼 MP3 플레이어 아이팟이 등장했다.

애플은 2003년 4월과 10월에 각각 매킨토시와 윈도버전으로 유료음악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다. 저 유명한 아이튠스 서비스였다. 아이팟의 폭발적 인기는 주력인 PC사업의 수익을 웃도는 실적을 낳는다.

■워크맨 vs. 아이팟

소니의 워크맨은 비행기 여행중 오디오를 듣고 싶어한 소니 회장을 위해 개발됐다. 전축으로 불리던 대형오디오기기, 작아져 봤자 야외전축 정도로 만족해야 했던 기기를 손안에 넣은 독창적 감각이 세계적 선풍을 일으킨 아날로그 워크맨 신화의 비결이었다.

애플의 아이팟은 디지털 음악 다운로드 및 재생기기다. 이미 한국의 엠피맨닷컴,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프랑스 아코스 테크놀로지 등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2003년 처음 소개한 아이튠스스토어를 통해 아이팟과 거기에 담을 콘텐츠인 음악구매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두 기기는 선풍적 판매량과 대중적 인기를 얻은 컬처코드이자 컬트브랜드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실루엣을 이용한 아이팟 광고는 22년 앞선 소니의 광고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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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은 뛰거나 역동성을 강조하는 실루엣으로, 쿨한 패션감각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팟을 듣는 체 게바라까지 내세우면서 혁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79년 당시 소니의 광고도 긴 금발을 올려묶고 경주용 오토바이에 걸터앉은 소녀, 핫팬츠에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소녀 등 젊은 층의 속도,이동성을 강조했다. 젊음과 스포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워크맨과 아이팟의 광고컨셉트는 22년의 갭을 찾기 힘들다.

■마술램프에서 지니를 나오게 하다

아이팟은 굳이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21세기의 워크맨’이라도 불릴 만한 문화코드가 됐다.

세상에 나온 후 8년. 애플은 해커들이 나노팟을 이용해 활용하던 다양한 응용 기능들까지 연구해 끊임없이 제품에 최적화 시키며 진화를 이끌었다.

그 결과 아이팟,아이팟셔플, 아이팟나노,아이팟클래식,아이팟터치, 그리고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혁신적 제품군의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애플은 2007년 1월 등장한 아이팟 진화의 최신 버전인 아이폰을 전세계에 보급하면서 이제 아이폰 문화를 전파해 나가고 있다.

차이나유니콤이 지난달 500만대의 와이파이 기능을 없앤 아이폰을 구매했을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하다. 단말기를 통해 열릴 인터넷 세상을 접할 자국민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두려움이 읽힌다.

전세계 기업들은 애플의 주력 매킨토시를 저 멀리 제껴 놓을 정도로 괴력을 발휘하는 황금광 아이팟의 교훈을 얻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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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혁명이라는 마술램프 속에서 아이팟과 아이튠스라는 지니를 나오게 한 중심에는 스티브 잡스가 자리한다. 그는 '접속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융합비즈니스 미학의 절정을 보여 준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