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멘로파크 마법사의 빛

일반입력 :2009/10/15 10:40    수정: 2009/10/20 20:08

이재구 기자

[이재구코너]멘로파크 마법사의 빛-1879년10월 22일. 에디슨 전구 발명하다

■발명왕의 가장 중요한 발명

필라델피아 멘로파크연구소에서 밤새 빛나던 백열광유리전구는 깨지고 빛이 꺼졌다. 14시간 반! 수백가지의 필라멘트재료를 사용해 실험한 끝에 채택된 말굽모양의 탄소필라멘트 전구가 견딘 시간이었다.

뉴어크에서 연구소를 옮긴 지 3년 째인 1879년 10월 22일. 멘로파크의 마법사 에디슨이 세계 최초로 실용적 전구를 탄생시킨 순간이기도 했다.

‘10일마다 사소한 것을, 대략 6개월마다 중요한 것을 발명키로’ 한 에디슨의 평생에 걸친 1000여개 특허발명 중 첫 손가락에 꼽힐 발명이었다.

그는 이전의 발명가들과 달리 백열전구 제작 초기부터 필라멘트를 만들 때 저항이 매우 큰 물질이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항상 네트워크 비용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에디슨에게 전송용 구리전선의 살인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얇은 구리전선을 통해 매우 낮은 전류를 흐르게 해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했다.

옴의 법칙에 따라 계산한 결론은 ‘110V 전압에 200옴(Ω)의 저항을 갖는 전구’였다.

그는 1882년 가을 뉴욕 펄 스트리트에 전기네트워크를 구축해 100여 전구를 동시에 켬으로써 실용적 전기 시스템을 처음 입증해 보였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편리하다.

에디슨의 백열전구 전깃불은 이전까지 조명의 대명사였던 가스등을 대체하면서 한차원 높은 삶을 이끌었다. 이전의 기름램프, 가스등, 석유램프와 비교할 때 전구의 장점은 확실했다.

1700년대 유럽과 아메리카 대도시의 전형인 런던에서는 근 100년간 고래기름을 쓰는 이른바 ‘아르강 램프’로 밤을 밝혀 왔다. 고래기름 수요가 폭증했다. 1851년 발표된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낸터킷 항구는 실제로 고래기름을 확보하기 위한 연료의 중심기지였다.

1790년대에 들어 고래가 줄어들면서 석탄을 가열해 가스를 만드는 법이 나왔다.

가스등은 거리를 따라 파이프로 전해진 가스를 사용했으며 일일이 사람이 켜고, 꺼 주어야 했다. 전등의 그을음을 청소해야 했으며, 연소 중 암모니아와 황이 방출됐다. 사람들은 가스등이 켜진 방에서 건강에 조바심해야 했다. 게다가 조명이 희뿌옇고 그리 밝지 않았다.

잉글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 ‘가스등(1944)’은 런던 배경의 불안정한 가스등 조명과 불안한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1850년대 말 터진 미국의 오일러시가 20년 성세를 끝날 무렵 에디슨의 전구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전깃불은 깨끗하고,안전하고,편리했다.

현대문명의 실마리, 에디슨효과

에디슨의 필라멘트 백열전구는 빛과 함께 현대 전자산업 발전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전구가 개발된 지 4년. 에디슨은 필라멘트 전구 유리 안쪽에 생기는 검은 그을음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된다. 진공상태의 전구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에디슨의 연구팀은 높은 온도로 가열된 금속 표면에서 전자가 방출되면서 그을음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교류로만 흐르는 것으로 알려진 전류가 직류로 바뀌어 흐르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이 현상은 저 유명한 ‘에디슨 효과’로 명명된다.

그을음의 원인 규명 과정에서 나온 발견은 전자문명을 열 중요한 부품의 발명으로 이어진다. 인류는 빛과 함께 진공속에서 초당 1만번이 넘는 깜빡임으로 신호를 보내는 이 전구를 통해 전자 제어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1904년 한 영국인이 이 현상에 기반해 전자신호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진공관을 발명하면서 현대 전자산업의 서막을 연다. 그는 멘로파크를 드나들던 괄괄한 성격의 대머리 과학자 존 앰브로즈 플레밍이었다.

■전구 130년만에 퇴출-영원의 빛을 찾아 나서다

인류의 빛으로 맹활약하며 환영받아 온 빛의 사도 백열전구는 올들어 130년 만에 첫 퇴출의 수모를 겪는다. 현대문명을 연 빛조차 전지구적 환경살리기의 대세를 비껴가지 못했다.

유럽위원회(EC)가 지난 9월 1일자로 유럽의 상점에서 100와트(W)짜리 백열전구 사용을 금지시킨 데다 2016년까지 기존방식의 모든 백열전구를 퇴출시키는 결정을 내린 것.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인류에게 효율성 15%미만의

‘전기먹는 하마’ 백열전구는 이제 ‘불편한 이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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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1906년 아인슈타인이 규명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광전현상(Optoelectronc Effect)은 100여년 만에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세계 연구소와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하루5~6시간 사용할 경우 수십년을 사용할 수 있는 LED전구까지 시장에 내놓고 있다.

전세계는 1993년 일본 니치아의 나카지마 슈지가 개발한 이래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는 청색LED조명,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광전현상을 실용기술로 살려낸 솔라셀 등의 상업화 성과에 힘입어 또다른 영원의 빛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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