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코너]유나바머 선언서 등장

기술에 대한 왜곡된 경고 메시지

일반입력 :2009/09/17 11:37    수정: 2009/09/20 15:49

이재구 기자

■NYT,WP에 유나바머 선언서 등장 1995년 9월15일-기술과 환경의 미래에 대한 왜곡된 경고

◇NYT,WP에 실린 테러범의 선언서

1995년 9월 19일 아침. 미국의 양대 신문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지가 ‘유나바머’로 널리 알려진 폭탄테러범의 글 ‘유나바머 선언서’를 게재했다.

대학교,항공기 연쇄 폭파범으로 지목된 그의 실체를 알수 없었기에 FBI는 그의 폭파사례를 언급하는 특징적 단어를 조합해 ‘유나밤(Un+A+BOMer)’이란 별명으로 불렀다. 이후 미디어는 그를 유나바머로 부르기 시작했다.

범인은 게재에 앞서 1995년 4월24일 뉴욕타임스에 편지를 보내 만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그의 선언서를 싣는다면 폭탄테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자로 게재된 ‘산업사회와 그 미래’란 제목의 유나바머 선언서에서 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폭파는 극단적이지만 대규모 사회에 요구되는 현대기술에 의해 반드시 따라붙는 인간자유의 훼손에 대한 주의를 끌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술, 과학, 환경인사에 폭발물 소포로 증오 표현

최초의 우편물폭탄은 1978년 5월 노스웨스턴대학의 버클리 크라이스트교수에게 보내졌다. 소포꾸러미는 일리노이대 주차장에서 발견됐으며 크라이스트 교수에게 반송되도록 주소가 쓰여져 있었다.

하지만 크라이스트 교수는 반송주소의 필체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신고를 받은 대학구내 경찰관이 소포를 열자 폭발했다.

6년 간 뜸하던 소포폭발물은 1993년 예일대 컴퓨터학과에 폭탄이 발송되면서 재개됐다. 연이어 대학의 컴퓨터 공학자, 유전공학자 등에게 협박전화와 편지, 그리고 폭발물 소포가 보내졌다.

발데스만 석유유출사고 이후 이를 대중에게 호의적으로 PR하는데 이바지한 버슨 마스텔라 임원도 ‘그’의 우편물폭탄을 받고 사망했다. 이러한 유형의 사고는 목재산업계 로비스트의 폭발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1996년 범인이 검거되기까지 17년 동안 총 16개의 우편물폭탄으로 23명이 상하거나 죽었다. 그는 나름대로 범행대상을 기술과 과학, 그리고 환경관련 인사들에게 집중시켰다.

◇역사상 가장 지능이 높은 테러범

유나바머. 본명 테드 커진스키인 그는 1942년 폴란드 출신 이민 2세를 부모로 태어났다. 조용한 외톨이로서 수학에 뛰어났던 그는 15세에 고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 진학해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이어 버클리대에서 사상 최연소 교수로 임용된다. 그의 논문은 1967년 그해 최고의 수학논문으로 인정받았을 정도다. 1967년 가을 버클리대의 수학조교수로 일하다가 2년도 안돼 그만 두고 몬태나의 숲으로 은거한다.

그런 그가 갑자기 이른바 신러다이트주의자(Neo-Luddist)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알려진 대로 러다이트 운동이란 산업혁명시절인 1811년 영국에서 기계화에 따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벌인 기계파괴운동이다.

테드 커진스키의 원래 목표는 폭파범이 아닌 몬태나의 숲속에서의 자급자족의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월든’의 데이비드 소로우를 꿈꾸던 그는 1983년 여름 자신이 산책하는 가장 좋아하는 코스가 도로 개발로 폭파되자 반기계,반 개발주의자로 돌변한다.

그는 1999년 한 환경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연쇄폭발의 주인공으로 내 몬 결정적인 요인으로 당시의 사건을 설명하면서 “이후 나는 자연에 적응하는 기법을 배우기보다는 시스템에 복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기계,반문명주의자의 인류애와 왜곡된 메시지

그의 신러다이트 운동, 혹은 기계문명에 대한 불신감을 넘어선 혐오감은 과연 한낱 폭파범의 미치광이 짓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그의 왜곡된 방법론만 뺀다면, 그의 주장은 현대 기술발전에 기여한 지성들에게 자기 생각의 한 끝자락을 걸치고 있다.

유닉스를 개발한 천재이자 썬의 공동창업자인 빌 조이조차도 1999년 4월 기술잡지 와이어드에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인간의 종을 바꾸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유전자, 나노기술에 이어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었다.

석학 레이몬드 커즈와일도 ‘그 너머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단속적 변화가 이뤄지는 소위 ‘특이점’개념을 통해 급속한 기술변화가 인간생활을 되돌릴 수 없는 시점으로 몰아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면서 발생할 미래사회의 위협에 대한 경고에는 이미 영화감독들도 가세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세계를 지배할 것이란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매트릭스’),인간을 뺨치는 로봇의 등장( 'i로봇'은),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류가 주도권 탈환에 나설 것(m,’터미네이터‘)이란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유나바머는 빌 조이가 그의 철학적 배경을 인정할 만큼 인류애를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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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왜곡된 성장배경과 IQ167의 잘못된 결합은 폭탄테러라는 결과를 낳았고 전세계는 그의 주장보다 그의 비뚤어진 행동에 더 관심을 가졌을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유나바머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반문명,반기계 운동은 반쪽짜리 교훈만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형의 신고로 덜미가 잡힌 그는 현재 종신형을 받고 수감중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