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A기획] 파티는 다시 시작되는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장속도, 관련업계 기술보다 비즈니스 가치 확보에 집중

일반입력 :2009/08/26 09:04    수정: 2009/08/26 17:13

황치규 기자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가 SOA(서비스지향아키텍처) 개념을 선보인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글로벌 IT업체들이 '차세대IT패러다임'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SOA 대중화에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건지도 5년이 다되어간다. 강산이 반은 변했을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제 뭔가 볼만한 '거리'들이 나와있어야할 시점이다. 한국IBM, 한국오라클 등 내로라하는 IT업체들이 몇년에 걸쳐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대세론으로 띄우려했던 SOA다.

그러나 지금까지 업체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에 못미친다. 현실속의 SOA는 예전에 쏟아졌던 핑크빛 전망에선 크게 벗어나 있다. 여전히 '미완의 대기'란 꼬리표가 붙어있다. 국내의 경우 해외에 비해 확산속도가 더욱 더디다는 평가다. 기업들의 IT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다보니 급기야 SOA 회의론까지 등장했다. 초반에 만들어진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맞춰 엔 토마스 메인이 쓴 'SOA는 죽었다'(SOA is dead, Long Live Services)란 도발적인 제목의 글은 해외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글은 서비스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었지만 제목이 섹시해서인지 인터넷에서 고수들간 논쟁으로 이어졌다. 통합를 기치로 걸고 반짝 돌풍을 일으켰다 사라졌던 '코바'(CORBA)의 운명을 따를 것이란 까칠한 시선도 나왔다. SOA가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아직 대세론이 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뜰 것 같았는데 뜨지 못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시적인 시행착오일 수도 있고 대중화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서일 수도 있다. 현재로선 시행착오쪽에 무게가 실린다. IT기업도 고객들도 SOA의 가능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나친 기대, 기술위주 접근 반성론

SOA는 특정 기술이나 제품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이나 조직이 IT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론에 가깝다. 키워드는 '공유'와 '재사용'이다. 이를 기반으로 IT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공유와 재사용의 기본 단위는 '서비스'다. SOA는 공유할 수 있고, 재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콤포넌트를 기반으로 SW를 만들자는 것이다. '레고 블록'처럼 필요할 때 누구든 꺼내 조립(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조립에 쓰이는 서비스는 1회용이 아니다. 다른 시스템을 개발할 때 다시 꺼내(재사용) 쓸 수 있다.

서비스는 '특정 업무'로 생각하면 된다. 기능이나 솔루션 관점은 아니다. 예를 들면 연말정산 '서비스', 급여계산 '서비스', 입출금 '서비스' 등 SW가 제시하는 '임무'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서비스를 업무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 이유다. 

개념만 놓고보면 SOA는 미래 지향적이다. 공유와 재사용은 기업들로 하여금 변화에 유연한 IT인프라를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재사용은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IT기업들이 '혁명적인 변화'를 외치며 SOA 마케팅에 뛰어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뜨거웠던 열기는 깜짝쇼에 그쳤다. 지속되지 못했다. SOA 마케팅 시대는 2006년께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였다. 분위기 확산에 필수인 의미있는 레퍼런스들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SOA를 지원하는 제품은 많이 팔렸는데 SOA의 핵심인 공유와 재사용이 적용된 사례는 상대적으로 너무 적었다는 지적이다.

"2~3년전만 해도 SOA가 뭐고 어떻게 적용해야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열기가 많이 꺼졌어요."

고객들을 상대로 오랫동안 SOA 비즈니스를 펼친 글로벌IT업체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대충 두가지 대답으로 요약됐다. 국내 기업들이 IT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성향이 SOA가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고 투자대비효과(ROI)도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한국 기업들은 IT인프라를 빨리빨리 구축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ROI도 바로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SOA는 ROI 커브가 있는데, 효과를 체감하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해요. ROI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거든요. 그러다 SW 재사용이 늘어나면 일정 시점에서 ROI가 가파르게 증가하는거에요. 이런점이 고객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강조했듯, SOA의 핵심은 서비스 재사용이다. 이래야 SOA를 구현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재사용 환경이 마음먹는다고 뚝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컨설팅과 방법론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초기 투자시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들이 재사용 환경 적용에 부담을 느끼는 또 하나의 이유다.

비즈니스보다는 기술중심주의적으로 SOA에 접근했다는 것도 회의론을 부추긴 주역이다. 기술중심적 접근에 대한 비판은 IT업체와 고객모두에서 제기된다.

한국오라클의 강승우 상무는 "비즈니스 가치를 찾은 뒤 SOA에 접근한 고객들은 성공한 반면 기술과 방법론에 주력한 고객들은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서 "한국의 경우 비즈니스 가치를 먼저 보고 SOA를 적용한 기업이 많지는 않다"고 전했다. 기술과 제품 그리고 방법론이 선봉에 서면서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어떤 통신 업체가 결합 상품을 빨리 만들 수 있는 IT환경이 필요하다면 이를 위해 SOA로 가는게 좋은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가는 것은 '필패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김은주 박사 역시 기술중식적 접근이 지금의 상황을 야기했다는 입장이다. 김 박사는 "국내는 해외에 비해 SOA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라며 "기술이나 솔루션 측면으로만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 SOA를 도입하는 데 방해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SOA가 국내에서 받아든 1라운드 성적표는 기대이하였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감도 없지 않다. 초반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IT업체들이 SOA에 대해 유토피아적인 환상을 심어줬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다보니 기대치와 실제 경험치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발생, SOA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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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게임은 끝난게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다. 많지는 않지만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 등 의미있는 SOA 프로젝트는 계속 나오고 있다. 공공 분야서도 중량감있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그 속도가 생각보다 느릴 뿐이다. IT기업들은 시행착오는 있지만 SOA의 근본적인 가능성 자체를 의심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관련 업계의 전략에도 변화가 목격된다. 기술보다는 고객과 비즈니스가 전진배치되고 있다. 마케팅도 다시 강화되고 있다. 근거없는 낙관주의는 수그러들었다. 과도한 기대보다는 차근차근 접근하는 현실주의가 대세다. 파티는 과거와 달리 요란스럽지 않다.조촐하다. 아쉬웠던 1라운드가 끝나고 2라운드가 시작되는 국내 SOA 시장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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