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 시장에서 공공과 민간 시장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공시장은 확산이 이뤄지는 반면 민간 시장은 천천히 SOA 시장이 '익어가고' 있다.
국내 SOA 시장은 지난 2004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도입 사례는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도입사례도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 통신업종에서는 KT,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가 SOA를 도입했다.
하지만 민간부문에서는 아직 "SOA로 크게 효과봤다"는 기업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구축이 완료된지 얼마 되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으로 SOA의 가장 큰 장점인 재사용성을 거론할 만한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동일업종에서 경쟁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꺼리는 국내 기업의 '마인드 부족'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은행・보험 등 도입사례 '늘어난다'
SOA 시장 도입 초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분석됐던 업종은 금융권이다. 금융권은 기업 규모가 커 SOA 솔루션인 기업 서비스 버스(ESB) 장점 중 하나인 통합 기능을 이용할 시스템도 많고 서비스도 다양하다. 대외기관과의 연계 필요성도 크며 채널이 다양해 재사용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금융기관은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은행, 증권보다는 보험업종에서 확산이 진행됐다. 동양생명이 먼저였고 LIG손해보험이 바통을 이었다.
은행권에서도 하나은행이란 굵직한 사례가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월 완료된 차세대시스템에서 멀티채널아키텍처(MCA)에 SOA를 적용했다. 하나은행은 원래 전사(전 회사) 시스템을 자바 기반, SOA로 구현하는 것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한달반 이상의 논의 끝에 계정계는 C 기반으로 기타 영역은 자바로 구현하기로 했다. 기타 영역중 MCA가 SOA 적용 대상으로 최종 선택됐다.
적용 서비스는 총 94개로 추려졌다. 이벤트 등록, 메시지 보내기, 단문메시지서비스(SMS) 등 각 행위 별로 쪼갤 수 있는 수준에서 서비스 단위가 결정됐다.
■성과 있지만 재사용성에서는 "글쎄…"
하나은행 SOA 사례는 성과도 있었다. 한 채널을 위해 개발한 서비스가 다른 채널에서도 쉽게 사용된다. 가령 CD기를 위해 만든 서비스가 다른 채널에서도 활용된다. CD기에서 돈을 찾을 때 특정 상품에 대한 광고 이미지가 노출됐다면 인터넷뱅킹 등 다른 채널에서도 그 이미지를 쉽게 활용할 수 있다.
하나의 상품에 대해 동일한 메시지를 꾸준히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벤트가 등록될 때 여러 채널별로 시스템을 구현하지 않고 서비스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재사용성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유시완 하나은행 본부장은 "이제 5월에 시스템을 개통해 약 3개월 가량이 지났을 뿐"이라며 "구현된 SOA 기반으로 또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볼 기회가 없어 서비스 재사용 효과에 대해서는 논의하기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동양생명도 마찬가지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10월 개통된 차세대시스템에 SOA를 적용했다. 기간계 상품시스템에 계약, 유지관리 등 40개의 서비스가 구현됐다. 동양생명 역시 SOA 구축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차영 동양생명 이사는 "아직 서비스 컴포넌트를 활용해 상품시스템을 크게 손봐야할 만큼의 개편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약 10개월 가량이 지나 효과를 논하긴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KT가 과거 KTF '엔스텝'에 SOA를 적용한 사례가 있으나 이번달 초 시스템을 개통해 이 역시 통합 이외의 재사용성 효과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자바 성능개선・전문인력 문제 '해결돼야'
SOA 도입효과를 보고 SOA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몇가지 지적되고 있다. 성능 개선, 인력 양성 등이 그것이다. SOA가 확산돼 기업 외부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지면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나은행 유 본부장은 "전 영역에 SOA를 적용하기에는 아직까지 무겁다"며 "성능을 고려해 적용 가능한 부분이 한정됐다"고 지적했다. 성능은 점차 개선되는 추세지만 대용량을 처리해야 하는 은행은 SOA 기반 기술인 자바를 구현하는 데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인력양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융업무와 SOA 모두를 아는 인력이 아직은 부족해 구현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
하나은행, 동양생명 모두 SOA를 구현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것이 서비스를 어떻게 구분하는가였다. 이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만한 인력은 아직 국내에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동양생명 정 이사는 "SOA가 도입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기업간에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시스템과 연계할 때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단일 기업의 SOA 기반 시스템은 대단히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