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PC시장, 대만의 역습

에이서, 아수스, MSI등 잇단 노크

일반입력 :2009/08/12 14:42    수정: 2009/08/13 16:33

류준영 기자

국내 PC시장에 대만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아수스, MSI에 이어 에이서까지 한국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대만 업체들의 강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으로 버텨온 국내 중견PC업체들이 부담을 떠안게 됐다.

국내 시장에 이미 진출한 아수스와 MSI는 넷북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워가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아수스는 국내 넷북 시장에서 수준급 실력을 과시했다. 올해 1분기 넷북시장 시장점유율은 삼성이 5만4천대로 1위, LG전자가 2만6천대로 2위, 뒤이어 아수스가 1만3천120대로 3위에 올랐다.

HP와 델, 소니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들은 판매량에서 아수스에 밀렸다.

대만 PC업체들은 저가형 이미지가 붙어 있다. 주특기도 아직은 저가형 노트북인 넷북이다. 그러나 PC시장 전체에서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대만 업체들의 공세는 점점 커지고 있다. 본사차원에서의 관리감독도 이뤄지는 모습이다.

오는 20일 한국시장에 재진출하는 이희원 에이서 한국총괄 매니저는 이번 한국시장 진출은 본사차원에서 모든 경영이 이뤄지므로 이전과 같은 철수 해프닝은 없을 것이라며 사후서비스망 확충과 한글 홈페이지 개설, 인터넷 판매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만 돌풍의 또다른 주역, MSI는 한국 법인을 통해 브랜드이미지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MSI코리아(대표 공번서) 노트북 사업부 조민호 차장은 “윈드(Wind)라는 넷북 브랜드는 올해 상반기 국내 가격비교사이트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달성했다”며 “향후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태블릿 및 초슬림 등 특색 있는 시리즈 모델을 공격적으로 출하해 하반기 노트북 시장 순위 5위권내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수스코리아(대표 케빈 두) 역시 마케팅 인력을 대폭 늘려가며 국내시장에 세력팽창을 도모하고 있다.

그래도 자신있다

이 같은 대만업체들의 거침없는 러시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견PC 업체 대표기업인 삼보컴퓨터는 겉보기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우명구 이사는 이메일 답변에서 “대만PC업체들은 유통과 서비스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에 국내시장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라며 “30년간의 PC유통시장을 꽉 쥐었던 삼보는 최근 서비스센터를 전국적으로 70여곳에 확대해 가는 등 소비자 서비스 혜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삼보 관계자는 “국내시장 소비자들의 국산제품 충성도도 시장서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시장위상의 변화없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분기별로 삼보의 노트북 시장 전체 판매대수가 3만8천대에 이를 정도”라며 “이에 비해 아수스는 한 자릿수에 불가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며 대만PC업체가 전체 노트북 시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태도에 관해 우려를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글로벌 기업GM과 같이 자만심이 커지면 아무리 영향력 있는 기업이라도 쇠락의 길로 들어서기 쉽다”라며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며, 나아가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할 것”이란 따끔한 충고를 했다.

넷북은 앞으로 휴대폰 기능이 결합된 '스마트북'과 ‘울트라씬’ 슬림형 노트북의 등장으로 더욱 확장될 모양새다. 때문에 '넷북 시장을 빼면 우리가 앞선다'라는 식의 주장은 예상치 못할 리스크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넷북이란 카테고리에 대한 역량강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현재 삼보의 넷북 시장 판매량은 아수스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IDC 권상준 책임연구원은 “국내 산업구조나 라이프사이클을 분석해 보건 대 정보와 멀티미디어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이라며 “하반기엔 소비 대상을 정확하게 분석한 모바일 제품들, 특히 스마트북과 같은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가진 제품들이 많이 쏟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신기술과 시장개척 의지가 하반기 대만기업과 경합할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각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조급함을 버리고 신중한 자세로 접근할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관련 사례로 울트라모바일PC(UMPC)를 만든 국내 기술벤처기업 라온디지털을 들 수 있다. 시장의 박자를 너무 앞선 탓에 이 회사는 결국 도산했다. 재무적 보수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 기술리더십에 너무 열을 올렸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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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디지털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시장의 흡수력을 간과한 체 제품개발이 너무 앞서간 측면이 적지 않다며 앞선 기술력을 통해 미국 회사와의 합병을 추진하려 했으나, 급등한 환율과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아 결국 좌초됐다고 말했다.

그밖에 국내 중견PC 업체들의 안전궤도 성장을 위한 선결과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따져보고 핵심역량이 될 수 있는 분야에 계속 투자할 것과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고비용 구조의 끊임없는 개선 노력도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