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으로 돌입한 통신시장

최근 전세계 통신사들은 매출증가세 하락과 손실 등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반입력 :2009/08/03 08:10    수정: 2009/08/03 09:08

김효정 기자

수년간 호황을 누려왔던 통신시장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 통신사들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치열하게 생존해야 하는 레드오션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통신사들이 분기 실적발표를 하고 있다. 일부를 제외하면 의미 있는 성장을 한 회사는 없다. 매출 증가세 하락과 손실이 발생하는 등 기존 전통적인 서비스 위주로는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주요 통신사인 AT&T의 지난 2분기 순익은 전년동기 대비 15% 하락한 32억달러를 기록했고, 버라이즌 또한 14억8천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해 21%가 떨어졌다. 이들에 이어 미국 내 3위 이통사인 스프린트 넥스텔은 매출이 10% 하락해 3억8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의 경우, 지난 1분기(4~6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9.3% 증가한 107억파운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파운드화 약세와 M&A 효과로 인해 실적이 증가했을 뿐, 실제 매출은 오히려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KDDI는 지난 분기(4월~6월)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액은 2% 감소했다. NTT도코모는 매출액 7%, 영업이익 15% 하락했다. 다만 소프트뱅크만이 엔화 강세와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2.9%, 영업이익 27.3%가 증가해 체면을 세웠다.

■시장포화, 유선 하락 등이 실적악화 원인…새 수익모델 필요

우리나라 통신시장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 2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텔레콤의 매출 3조679억원을 기록해 전년비 4.7% 증가했다. 그러나 동기간 9천48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마케팅비용을 사용하면서, 순익이 전분기 대비 1.6% 하락하는 등 과열경쟁으로 수익이 떨어졌다.

LG텔레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이 회사의 2분기 서비스 매출은 9천2억원으로 전년비 3.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비 38.8% 하락한 581억원을, 순익은 43.3% 하락해 383억원을 기록했다.

초고속인터넷 부문은 SK브로드밴드가 2분기에 416억원의 순손실를 기록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LG데이콤과 LG파워콤은 IPTV와 인터넷전화 등 신규사업 및 법인사업의 호조로 좋은 실적으로 보였다.

이러한 전반적인 통신업계 실적악화는 마케팅비용 증가와 경기침체, 유선시장의 퇴보 등이 주요 원인이다. 국내 통신사 모두 마케팅비용이 두자리수 증가세를 기록했고, 특히 이통3사의 분기 마케팅비용은 사상 최대인 2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AT&T는 아이폰3GS 출시에 따른 보조금 지급과 유선매출의 급감, 버라이즌도 유선사업 부문 하락과 올텔 인수비용 등의 수익하락 요인이 작용했다. 국내 통신사의 경우도 포화된 시장상황과 유선매출 하락, 과도한 마케팅비용 지출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오는 7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KT 역시 유선사업의 지속적인 하락세와 인건비 부담을 비롯, 합병 이후 브랜드 재정비 등에 적지 않은 마케팅비용을 지출해 과거의 성장세를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이제 통신시장은 가입자에게 음성통화나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 망만 깔면 누구나 서비스에 가입하던 좋은 시기는 지나갔다. 포화된 시장에서 신규수익 창출을 위한 IPTV, 인터넷전화 등 신성장동력 창출과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더 나아가 개도국 진출 등 미개척 시장 선점으로도 시선을 돌려야 하는 시대가 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통신사들의 실적을 분석해 보면 아이폰과 같은 무선인터넷 특화 단말기를 통한 가입자 증가와 무선데이터 매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며 분기 영업이익 1천억엔을 넘겨 발군의 경영능력을 보여준 일본 소프트뱅크 수익 원천이 아이폰3GS의 판매신장 등 이동통신에 집중된 것과, 중국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