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 "정부가 만드는 인터넷세상"

정부의 캠페인은 당연하다. 그래도 찜찜함은 감출 수 없다...

일반입력 :2009/06/03 19:50    수정: 2009/06/03 19:53

이택 기자

 "세상에서 나쁜 일은 인터넷 세상에서도 나쁜 일 입니다" 6월 정보문화의 달에 맞춰 공익성 광고가 전파를 탔다. 이달 한달 동안 주요 지상파 TV와 라디오에서 동영상과 음성 캠페인 광고를 만날 수 있다. 정부의 계획이 그렇다.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다. 인터넷 역기능을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그간 일부 시민단체들의 열성이 조명 받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선플달기 운동 같은 캠페인이 그랬다. 운동가들의 열정이 빛났지만 관심은 순식간이었다. 

악플이 사회적 핫이슈로 대두될 당시에만 반짝했다. 항상성과 발전성에 문제가 있었다. 늦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예산을 투입하고 실행에 나선 것은 퍽 고무적이다. 게다가 매체 친화력이 가장 뛰어난 TV와 라디오를 통해 다가가는 것도 좋은 발상이다. 

정부의 선의를 폠훼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지지를 보낸다. 그럼에도 무언가 찜찜함을 감출 수 없다. 시작부터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 온다. 물론 비판세력의 맹목적 발목잡기로 치부할 수 있지만 그쪽도 나름의 명분과 근거가 있다. 

화살은 정책 집행의 타이밍과 의도에 맞춰져 있다. 가뜩이나 인터넷실명제를 비롯해 사이버 공간의 규제를 강화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현 정부이다. 미디어법 통과도 앞두고 있다. 정부의 캠페인은 이같은 정치상황과 맞물린다. 사전 정지작업 내지는 여론몰이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하필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달아오를 때로 달아오른 지금에 와서야 정부가 대대적인 운동에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지상파 방송사는 TV는 배제된 채 라디오방송에만 광고를 배정 받았다.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부가 광고를 앞세워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저의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쪽에서도 인터넷의 현 정부 비판 기능을 아예 제거하겠다는 고도로 계산된 캠페인 아니냐며 수용을 거부한다. 대부분 정치적 시각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관 주도형 사회운동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한계성과 정치성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추후 범 사회적으로 전면적 확대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정부는 손을 떼라. 출발선에 이르기까지는 정부의 역할이지만 이제부터는 시민사회에 맡겨라. 정치적 논란이 거세질 질수록, 운동의 순수성은 훼손된다.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하기도 한다. 

캠페인 성공의 열쇠는 누리꾼과 인터넷 사업자들이 쥐고 있다. 그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다면 그 어떤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누리꾼과 사업자의 동력을 끌어내는 것은 정부이지만 뒤에서 후원하고 지원하면 된다. 첫 발을 제대로 떼었으니 '의욕'을 조절하라는 것이다. 

화제를 모으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 역시 민간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한 발 물러나는 것이 좋다. 장차관들 출동하고 학생들 동원해 사진찍고 축사해봐야 반감만 살 뿐이다. 결과는 전시행정으로 전락한다. 

학교에서 윤리 교육시키고 가정의 밥상머리 가르침도 환경만 갖추어 주면 된다. 선생님과 부모들이 '내 일' 처럼 나서지 않으면 헛 일이다. 타율적, 순응적 행동으로는 그 어떤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현 정부의 '삽질 프레임'이 인터넷 세상에서 재연되면 곤란하다. 벌써부터 누리꾼과 사업자들은 캠페인의 핵심에서 이탈(?)했다. 5개부처 장차관들이 참석한 행사에는 얼굴도장 찍기 바빴겠지만 후속작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세상을 움직이는 주체들은 규제와 강압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이를 밀어부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하나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실체적 권력을 취고 있는 정부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선의로 행하는 정책도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것이 비록 사회적 합의를 이룬 정책일 지라도 그렇다.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세상에 접근하는 일은 훨씬 조심스러워야 한다. 인터넷 공간의 자정능력에 호소하는 편이 지난하지만 더욱 효과적이다. 

인터넷은 처벌과 금지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겁주고 압력 가하면 움추리겠지만 요요현상이 확실한 곳이다. 더구나 과거의 모습에서도 진보했다. 비주류, 소외세력의 탈출구에서 이제는 어엿한 주류세력으로 변모했다. 

쓰레기 정보에서부터 집단지성의 탄생까지 거대한 소통의 장으로 변했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고 제어해서도 안된다. 우리 삶의 일부분이고 역기능 보다는 순기능이 수백 수천배 더 크다. 누르면 될 것이라는 철학으로 다가간다면 70년대 유신시대의 이념을 계승하는 철부지들이 틀림 없다. 

마침 정부의 캠페인 내용이 너무도 정곡을 찔러 되묻고 싶다.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고 집단적 광기가 표출되는 곳이 인터넷 세상뿐인가. 악의적 정보왜곡과 전파,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 익명성에 숨어서 사이버 인격 살인을 벌이는 곳이 인터넷 세상뿐인가. 

캐치프레이즈가 옳다. 세상에서 나쁜 일은 인터넷세상에서도 나쁜 일이다. 인터넷에서 횡행하는 역기능은 도구의 차이만 있을 뿐 현실세계의 또다른 자화상이다. 오히려 시급히 바꿔야할 쓰레기 문화는 오프라인이 더욱 많은 짐을 안고 있다. 

관용,화합, 소통,개방성과 동등성이라는 인터넷세상의 가치는 거꾸로 오프라인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계몽하고 계도해야할 대상은 인터넷이 아니라 부조리한 현실세계가 우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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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역기능은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의 캠페인도 바람직하다. 그렇기에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에게는 금도가 요구된다. '개입'과 '지원'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개입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권력은 반발과 저항에 직면한다. 오프라인의 온갖 불합리를 외면하고 인터넷에게만 "바담 풍" 외쳐봐야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모처럼 '역작'을 선보인 정부이다. 도우미에서 한 발 더 나가는, 정부가 만드는 '아름다운 인터넷세상'은 환상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