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IT간 인연은 각별하다. 그의 재임 시절, IT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쏟아졌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도 IT산업에 애정을 보였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에도 'IT강국 건설'을 비전으로 내세웠으며 IT인력 100만명 양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 이후에는 '정보통신 일등국가'를 비전으로 내걸었다.
각종 IT행사에도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IT인들은 행사를 통해 '우리 대통령'을 가까이 볼 수 있었고 심리적으로도 그를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변호사 시절부터 프로그램 직접 '개발'하기도
노 전 대통령의 IT 사랑은 그의 전문지식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50대의 '젊은 대통령'답게 직접 IT 프로그램을 개발할 만큼, '지식'을 자랑했으며 노트북을 이용한 브리핑도 청와대에서는 처음 시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IT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의 전문적인 관심은 낙선하고 변호사를 하던 1994년 시작됐다. 그는 이 시기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이란 전문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해 97년에는 기업운용을 위한 그룹웨어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10년 뒤 다시 화제가 돼, 당시 관련 기사를 다뤘던 한 경제지 기사에는 '성지순례'란 이름으로 네티즌들의 방문이 잇달았다.
청와대 시절에도 그는 '최초의 IT대통령'이란 호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IT를 이용한 혁신과 IT를 이용한 변혁을 이끌었다.
그가 개발한 인맥관리 프로그램인 '노하우2000'도 화제가 됐다. 그는 취임 이전에도 '뉴리더 2000'란 이름의 인맥관리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했다.
청와대 업무를 혁신하기 위해 개발된 'e지원시스템' 디지털지식정원의 약자도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구상했다. 당시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는 노 전 대통령의 프로그램 설계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개인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의 토론 전문 사이트를 기획하며 '웹2.0' 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e국무회의 시스템 등 IT로 업무 혁신
노 전 대통령은 'e-국무회의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화면공유기' 스크린 등이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 설치됐다. 국무회의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에는 '정보화를 통한 업무혁신'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
국무회의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그는 온라인으로 같은 DB에서 자료를 보는 것 말고도 각 부처의 내부 전산망 등 필요한 DB에 바로 접근해서 토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무회의에서 첫 노트북 국무회의가 도입된 이래 2004년 6월 국무회의에서는 내부전산망을 통해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급 이상에게 인터넷 생중계가 이뤄졌다.
대통령비서실도 '비서실이 정부의 정보화를 선도한다'는 차원에서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정과제회의는 물론, 수석·보좌관회의 등 내부 회의도 DB에 관련 자료를 저장해 노트북PC를 통해 공유하는 '디지털 회의'로 바꿨다.
수석·보좌관회의의 '디지털화'를 위해 회의가 열리는 집현실에 노트북으로 내부전산망 및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근거리통신망(LAN)을 비롯한 전원선 등이 설치됐다.
그는 외국 순방길에도 노트북을 들고가 자료를 챙겨 읽어가며 IT를 업무에 적극 활용했다.
IT인들이 '최초의 IT대통령'을 떠나보내는 마음에는 그가 청와대 업무를 IT와 함께 숨쉬었으며 정치인으로서도 IT에 대해 가장 관심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그의 유서는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그의 개인 PC에 남았다.
■온라인 추모 가지각색, 누리꾼 ‘눈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누리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의 뜻을 전하고 있다. 빈소를 직접 찾지 못한 안타까움을 인터넷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
24일 현재 네이버, 다음, 네이트, 파란 등에 마련된 특별 추모 코너에는 누리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가 개설한 ‘우리는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페이지에는 24일 오후 9시 현재 32만명 이상의 누리꾼들이 방문에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누리꾼들과 함께 애도하자는 뜻에서 추모 코너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UCC도 새로운 온라인 추모 방식으로 떠올랐다. 노 전 대통령 빈소 모습을 중계하면서 안타까움을 나누는 누리꾼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에는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돌아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 마을로 돌아오시는 길’이란 동영상에 추모 댓글이 달리고 있다. 동영상은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의 운구 과정과 조문객들이 눈물짓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관한 각 공중파 뉴스 등을 모은 영상들도 유튜브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촛불시위 생중계 활약했던 아프리카TV에도 노 전 대통령 추모 영상들이 오르는 중이다. 특히 봉하마을 빈소 현장을 일반 누리꾼들이 독자적 코멘트로 중계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판도라TV, 네이버 등 포털 동영상 코너에도 온라인 조문객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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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동영상은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바일 기기를 통해 무선 중계되고도 있다. 이동 중에도 모바일로 빈소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눈길을 끌었다.
한 누리꾼은 “일반인 입장으로 빈소 모습을 전하는 영상에서 공중파와는 다른 현장감이 전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