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이단아’ 혹은 ‘비주류’라는 별칭이 붙어있었다. 가난한 고학생에서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의 영남출신 의원으로 고단한 삶을 살았다.
이런 그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까지 절대적 공헌을 한 게 바로 인터넷과 누리꾼들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를 비롯한 지지자들은 인터넷에 노무현 열풍을 몰고 왔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신문권력들은 ‘친노’ 누리꾼들이 쏟아내는 막대한 콘텐츠에 맞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도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민주주의가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었다.
이를 기점으로 인터넷은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으로 떠올랐다. 일부 매니아 층의 전유물이었던 인터넷이 기존 오프라인 언론을 위협할 정도로 커버린 대 사건이 벌어진 것.
인터넷은 탄핵된 노 전 대통령을 제자리로 복귀시켰고, 촛불시위를 일으키며 정치권을 떨게 했다. 오프라인 언론의 호평을 받았지만 누리꾼들에게 밉보여 상처 입은 정치인들이 여럿이다.
이에 따라 여야를 막론한 ‘인터넷 정치’ 풍토가 생기기 시작했다. 적잖은 정치인들이 노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홈페이지나 포털 토론장에서 누리꾼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연예인들처럼 만든 미니홈피도 쉽게 눈에 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당선 후에도 인터넷 정치를 계속 했다. 정치 이슈에 대한 생각을 청와대 사이트에 종종 올렸고, 퇴임 후에는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현실 정치를 논했다.
그러던 중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를 받으면서 괴로운 심정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4월22일 측근인 정상문 전 비서관이 구속되자 절필을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자신의 인터넷 정치가 끝났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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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달 정도 지난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은 절벽 위서 몸을 던지며 세상을 떠났다. 그의 정치 파트너였던 인터넷 세상에는 사상 유례없는 ‘온라인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허나, 그가 ‘인터넷 소통’ 문화 형성에 있어서 크게 공헌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