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 각층의 추모 논평이 쏟아졌다.
정계, 재계, 노동계, 시민단체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충격적이고 안타깝다는 논평과 함께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단체 성향간 논평의 뉘앙스는 엇갈렸다.
■ 재계, 애도 성명 잇따라 발표…행사도 연기
재계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면서도 경제 위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 소식에 충격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경제계는 국민과 함께 이 슬픈 소식을 이겨내 본연의 임무인 경제 살리기와 국가 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도 논평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면서 경제위기 극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가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경제위기 극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육성에 남다른 관심과 큰 기여를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이 매우 충격적이고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아울러 유족에게도 정중한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당초 예정됐던 행사를 장례 일정에 맞춰 연기하기로 했다.
LG그룹은 25일 경기도 파주에서 열 예정이던 LG디스플레이 파주 LCD 8세대 공장 준공식을 연기하기로 했다. 삼성테스코도 대형마트 홈플러스 창립 10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 예정이던 '큰바위 얼굴 경영 언약식'을 연기했다.
시민단체들도 한목소리로 충격과 안타까움을 전했다.
참여연대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대통령이 된 분에게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갑작스런 서거에 너무도 큰 충격과 안타까움, 깊은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발표했다.
일부 보수단체는 노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악용되서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수 성향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고인의 죽음에 비통한 심정을 누를 수 없다면서도 정량적 악용은 경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이었던 만큼 법조계도 착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민변의 창립멤버이자 회원이었던 분”이라며 한 시대를 상징했던 인물이 스러진 만큼 가슴이 무척 아프다”고 말했다.
■ 주요 외신들, 톱뉴스로 비중있게 처리
주요 외신들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긴급뉴스로 비중있게 다뤘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노 전 대통령이 자살 직전 PC에 유서를 남겼다고 전하고 일부 유서 내용도 소개했다. NYT는 또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한국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고 덧붙였다.
미국 CNN 방송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톱뉴스로 다뤘다. 로이터와 영국 BBC 방송은 잇따라 별도의 부고 기사나 인물 기사를 내보내고 노 전 대통령이 걸어온 정치 역정을 집중 조명했다. AP통신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정치 역정과 지난 2004년의 탄핵 파동, 그리고 2차 남북정상회담 등 재임 기간의 주요사건을 소개했다.
CCTV 방송 등 중국 언론들도 긴급 기사로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타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가 한국사회에 미칠 파장에 관심을 보였다.
■ 방송3사, 예능 프로그램 방송 취소
23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면서 방송 3사는 방송 편성도 재조정했다. 주말 프라임 타임에 방송되던 예능프로그램은 줄줄이 결방됐거나 결방될 예정이다.
KBS는 23일 오후 방송 예정이던 예능프로그램 2TV ‘스타골든벨’과 ‘샴페인’ 등의 편성을 취소했다. ‘스타골든벨’의 빈 자리는 ‘30분 다큐’와 ‘뉴스 특보’가 ‘샴페인’은 ‘대한민국은 한가족입니다’로 대체 편성됐다.
24일 일요일 오전 8시 40분 방송 예정이던 ‘도전 황금 사다리’와 낮 12시 40분 방송 예정인 ‘개그콘서트’ 재방송과 오후 2시의 ‘상상더하기’ 역시 결방됐다. 오후 9시 5분 방송되던 ‘개그콘서트’ 역시 ‘환경스페셜’로 대체된다.
MBC와 SBS의 예능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MBC는 토요일 방송되던 ‘무한도전 스페셜’, ‘찾아라 맛있는 TV’, ‘황금어장 스페셜’, ‘쇼! 음악중심’,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와 ‘무한도전’, ‘세상을 바꾸는 퀴즈’, ‘오늘밤만 재워줘’ 등의 방송 일정을 취소했다. SBS의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과 ‘놀라운 대회 스타킹’도 결방됐다.
동아∙조선 등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보수 신문들도 24일자 사설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그러나 박연차 리스트에 관련된 여권 인사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외동포들의 애도 물결도 쏟아지고 있다. 미주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미시USA'가 개설한 추모 게시판 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추모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