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결합서비스 300만 돌파, '앞으로는'

통신-케이블업계, 차세대 수익모델로 결합상품 지목

일반입력 :2009/04/22 14:54    수정: 2009/04/22 18:45

김효정 기자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인터넷전화 등을 한데 묶어 사용하는 통신 결합상품 가입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중 상당수가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 등 2가지 상품에 가입해 진정한 의미의 결합서비스 활성화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통합KT 출범은 국내 통신시장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KT가 KTF를 합병하면서 거대한 유무선통신기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결합상품이 새로운 시장 트렌드라는 점에서 통합KT는 시장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더욱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결합상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고 있다. LG데이콤도 이르면 하반기 LG파워콤과 합병이 예상되며, 합병 이후 LG텔레콤과의 협력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서비스 브랜드화, ‘결합상품이 곧 통신상품’

통합KT는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인터넷전화, IPTV, 와이브로 등 자사의 통신상품을 '쿡(QOOK)'이라는 브랜드로 통합했다. 또한 올 6월부터 물리적인 KTF 합병 이후, 이동전화까지 가세한 '쿡앤쇼' 브랜드도 선보인다.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는 이동전화를 중심으로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과 IPTV, 인터넷전화 등 유선통신 서비스를 역시 'T밴드'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했다.

LG3콤(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은 아직 결합상품 브랜드화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 그러나 결합상품 판매 활성화를 위한 물밑작업으로 대리점 효율화를 추진 중이며,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 결합상품이라 할 수 있는 'LG파워투게더할인' 상품을 전국 1,200여개 대리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 통신서비스는 개별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결합상품의 브랜드화를 통해 이것이 결합상품이라는 인식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통신시장의 트렌드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블TV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IPTV 출범을 두고 통신사들과 접전을 벌였던 케이블TV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케이블TV 추진과 인터넷전화 사업 진출, 그리고 MVNO로 이동통신 시장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의 무선통신 진출은 우리나라의 시장 구조와 정책상 표류하고 있지만, 1500만이라는 광범위한 케이블TV 가입자를 기반으로 인터넷전화 사업 확대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4월초 기준 케이블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35만여명. 일례로 최근 CJ헬로비전은 케이블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10만명이 돌파하는 등 '케이블TV+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의 결합상품 경쟁력을 다지고 있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인터넷전화 10만 가입자 확보는 향후 본격적인 결합상품 경쟁의 토대가 될 것이다라며 기업용 인터넷전화 상품 등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결합상품 어디까지 왔나?

이렇듯 통신산업은 자연스럽지만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 포화에 따른 통신업계의 차세대 먹거리 만들기에서 출발했다. 또한 휴대전화 보급률과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모두 80~90%를 넘어선 국내 소비자의 높은 서비스 요구 수준도 이러한 변화를 불러온 계기라고 할 수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 매출 성장률이 정체되거나 하락하고는 있지만, 이는 기존 개별서비스 매출의 한계일 뿐이다. 통신업계가 지금의 변화를 잘 견뎌낸다면 밝은 융합서비스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통신 결합상품의 수준은 어느 단계까지 와있을까.

국내 결합상품 가입자 규모는 3월말 현재 약 273만명 수준. 지난 2007년 2월부터 KTF와 함께 가장 먼저 유무선 결합상품을 출시한 KT가 현재 218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가장 앞서가고 있다. 이어서 SK텔레콤이 37만여명, LG텔레콤이 18만여명 수준이다.

지난해 8월말 기준 통신3사의 유무선 결합상품 가입자는 72만여명. 6개월만에 200만명이 늘어났다.

여기에 케이블TV 사업자의 결합상품 가입자 35만여명까지 가세하면 총 308만여명 수준이다. 케이블TV의 경우 '통신' 개념을 부여하기 위해 현재의 인터넷전화 가입자수를 총 결합상품 가입자수로 책정했다.

■현재는 DPS 위주, TPS 이상 결합서비스 활성화돼야…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이러한 수치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 고객들이 실제 어떠한 상품을 몇 개씩 묶어서 가입했는지 업체별로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2가지를 묶은 DPS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활성화 단계에 가깝게 다가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케이블TV협회의 관계자 또한 케이블TV업계는 방송 위주의 결합상품이 우세하지만 전화 서비스는 약하고, 통신업계는 IPTV가 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강점이 있지만 IPTV와 같은 방송서비스가 약하다고 말했다.

DPS(2가지 결합)를 뛰어넘어 TPS(3가지 결합)와 QPS(4가지 결합) 가입자가 늘어나야 단순한 결합상품을 넘어선 진정한 융합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는데, 아직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차세대 통신융합시장이 형성됐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결합상품 가입시 할인혜택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지고, 신규 수익창출을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이 더해지면 결합상품의 정착도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KT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결합상품의 할인혜택을 실감하는 데 일정 부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마케팅 강화와 더불어 현장에서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알려주고 결합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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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통신 융합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통신업계는 IPTV를, 케이블TV업계는 이동통신 및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현재 IPTV의 채널수급 문제를, 케이블TV업계는 MVNO로의 이동통신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통신 결합상품 시장의 형국은 통신업계와 케이블TV업계가 서로의 앞길을 막고 있는 형태라며 더구나 결합상품 자체가 소비자를 한 서비스제공업체에 귀속시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