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결합상품 '주도권 잡기' 나섰다

일반입력 :2009/01/14 08:00    수정: 2009/01/14 12:05

이설영 기자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2일 기존 '브로드앤올(초고속인터넷+IPTV+인터넷전화)' 상품에 이동전화까지 합친 상품을 내놨다. 지난해 한가족이 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시너지를 내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것.

이번에 출시한 상품은 기본료를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것으로, 만약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과 SK텔레콤의 휴대폰 서비스를 각각 5년 이상 사용해 총 10년 이상 사용했을 경우 브로드앤올과 휴대폰 기본료를 각각 20% 할인받을 수 있다.

가입 년수가 올라갈수록 기본료의 할인폭은 최대 50%까지 확대된다.

올해 통신 시장이 이와 같은 결합상품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신시장의 두 축인 KT와 SK텔레콤의 치열한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특히 합병을 앞두고 있는 KT와 KTF에 반해 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로 묶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좀 더 불리한 모양새. 이에 따라 SK텔레콤 측은 연초부터 결합상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방통시장은 지금 결합상품 전쟁 중

현재 우리나라 방송통신융합시장은 KT와 SK텔레콤의 두 회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속화 되고 있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뿐만 아니라 유무선 융합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KT는 현재 KTF와의 합병을 준비 중이고, SK텔레콤도 지난해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하면서 유무선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통신산업의 주도권을 끌고 가려는 두 회사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부터 각각 IPTV 서비스를 시작한 KT와 SK텔레콤은 여러가지 서비스를 한대 묶어 저렴하게 제공하는 결합상품을 중심으로 올해 방송통신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KT와 KTF는 초고속인터넷, IPTV, 휴대폰 등을 묶은 '원더팩'을 일찌감치 내놓고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앞으로 KT와 KTF가 합병한 뒤에는 결합상품을 통한 가입자 증대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결합상품은 여러가지 서비스를 한대 묶어 이용할 경우 할인을 해주는 것으로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시기를 공략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의 상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기존 고객에게 추가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통신비 증가에 부담을 느껴 기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성과가 날 수도 있다.

■주도권 먼저 잡는 쪽이 유리

SK텔레콤이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KT와 KTF의 합병으로 시장의 주도권이 KT 진영으로 완전히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동일법인'과 '같은 계열'은 하늘과 땅차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엄연히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텔레마케팅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각 서비스들이 끈끈하게 연관돼 또 다른 가입을 유도하는 결합상품의 특성상 텔레마케팅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KT 측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SK텔레콤의 발걸음은 매우 바쁘다.

유통자회사를 설립 계획은 이미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직영 대리점을 더욱 강력히 관리하고 대고객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다.

호재도 있다. 결합상품을 이용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이 이동전화를 해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번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라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이동전화 시장에서 50% 점유율을 갖고 있는 SK텔레콤은 그만큼의 고객이 결합상품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 KT 메가패스가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지만 마냥 마음을 놓고 있을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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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측이 연초부터 SK브로드밴드와의 결합상품을 대폭 홍보하고 동시에 유통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리점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일정한 시스템 속에서 보다 능률적으로 마케팅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KT와 KTF가 합병이 되면 아무래도 SK진영 보다 이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SK측이 텔레마케팅이든 유통자회사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결합상품만을 내놓고 가입자를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