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정치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붙은 여러 별명 중 하나다. 그에게 유튜브는 소중한 정치 파트너다. 지난 연말 당선인 시절부터 시작한 유튜브 주간연설은 세계적 인기 콘텐츠가 됐다. 청취율 바닥을 친 부시 전 대통령의 라디오 주간연설과는 비교 불가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후 300억달러 예산을 편성, 초고속인터넷 확산에 나선 이유도 주간연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위트 섞인 말들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달 20일(현지시간) 유튜브를 통해 반목해 온 이란 국민들에게 화해 메시지를 보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튜브 화면 속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의 건설적 새 미래를 열자” 외쳤고 각국 정상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제 유튜브는 블랙베리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IT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도 나름 유튜브 정치를 준비해왔다.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공식블로그 '푸른팔작지붕아래'서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을 유투브로 제공하겠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동영상 연설이 화제라지만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한 일이다”고 공지했다.
공지글의 제목은 ‘대통령 라디오 연설 유튜브에도 뜬다’였다.
헌데, 이명박 대통령이 유튜브에 뜨는데 잡음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가 한국 설정 사용자들에 대한 동영상 업로드와 댓글달기를 9일자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전제한 표현자유 보장'을 외쳐온 유튜브가 한국 정부의 실명제 요구를 피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
결국 청와대도 유튜브서 '한국'을 설정하면 이명박 대통령 연설을 못 올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일반 누리꾼들이야 국가 설정을 해외로 바꾸고 업로드하면 되지만, 우리나라 상징 청와대도 같은 방식을 취하는 것은 '망신'이란 소리가 나온다.
9일 민주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 연설을 '한국 외 나라'로 설정해 망신을 당할 것이냐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0일 이명박 대통령 연설은 본래 해외 홍보를 겨냥한 것이라며 국가 설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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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구설수는 멈추지 않는다.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분명 다르지 않느냐는 목소리다. 청와대가 혹여 국가 설정을 한국으로 바꾸고 싶다 해도, 한국에 반기(?)를 든 유튜브의 정책변화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
오바마 대통령의 파트너 유튜브가 청와대에게는 딜레마가 됐다. 누리꾼들은 “청와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