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3콤 "통신시장 재편, 남의 이야기?"

기자수첩입력 :2009/04/06 16:28    수정: 2009/04/06 16:35

김효정 기자

올들어 국내 통신시장은 KT와 KTF 합병이 공식화되면서 빠른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가 이르면 올 5월 통합KT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결합상품시장을 열 것으로 예상되고, SK텔레콤도 새로운 통합브랜드를 발표하는 등  '융합시대'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현재 KT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KTF와의 합병승인을 받아 놓고 유무선, IPTV 등 모든 서비스를 통합한 새 브랜드 '쿡(QOOK)'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세워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는  이러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오는 5월 KTF와의 합병절차를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의 전문가들은 "지금 KT는 더 멀리 뛰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단계"라며 "통합KT의 공식 출범 이후, KT 주도 하에 통신 전분야에 걸쳐 공격적인 현장 마케팅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텔레콤 역시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무선) 시장에서 막강한 주도권을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T-KTF의 합병을 줄기차게 반대해 왔던 이유도 통합KT의 저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무선이 유선에 비해 수익성이 훨씬 높지만, 향후 융합시대에서는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유선분야의 경쟁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IPTV와 인터넷전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KT는 공기업 시절부터 시내전화망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설비확보에 있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 2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인수했지만, 전주와 관로 등 필수설비 측면에서는 KT는 물론, 3위 사업자인 LG파워콤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무선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내세워, '생각대로T'에 이어 새로운 통합브랜드인 'T밴드'를 내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은 T밴드 등 SK브로드밴드와의 협업을 강화해, 올 상반기 중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IPTV'가 결합된 다양한 결합상품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결과, 통합KT가 출범하는 올 상반기 말경에는 양대 통신사인 KT와 SK텔레콤의 통신대전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유독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이른바 'LG3콤'으로 명명되는 LG통신계열사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LG통신계열사는 3사간 합병은 물론, 협업체계 강화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이 유무선 결합상품에 대한 유통망 구축, 새 통합브랜드 발표, 결합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동안 LG는 변함 없이 뒷짐을 지고 있다.

LG통신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공식화된 데이콤과 파워콤의 합병도 현재로서는 시장 상황을 보고 있는 중"이라며 "KT의 합병이 끝나고 난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지 않겠는가"라는 모호한 답변을 할 뿐이다.

국내 통신시장은 통합KT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융합서비스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KT나 SK텔레콤은 시장을 선점하고, 투자와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그 방법이 옳고 그름을 떠나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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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LG통신계열사는 물 속에 발만 담근 채 변화의 물결을 주시하고 있다. 'LG텔레콤은 통신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LG데이콤은 인터넷전화에 다소 강점이 있고, LG파워콤은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한다'는 것이 융합의 시대를 맞이하는 LG통신계열사에게 남겨진 인상이다.

그러나 LG통신계열사들은 현시점에서 통신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도 치열한 경쟁과 고민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지속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