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용량․속도 2배 늘린 차세대 23일 개통

약 1,000억원, 연 인원 7만여명이 투입된 한국거래소(KRX) 차세대시스템이 23일 개통된다. KRX는 20일부터 이행작업을 시작, 주말을 이용해 가동준비를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차세대시스템이 가동되면 그간 코스피, 코스닥, 선물 3개 시장으로 분산 처리되던 주문제출, 매매체결, 시세정보 전달, 고객계좌원장관리 등 모든 업무가 단일 프로세스로 통합, 표준화된다.

시스템 처리용량은 현행 대비 2배 수준인 일 4,000만건 호가로 확대되고 매매체결에 소요되는 시간도 세계 최고 수준인 체결건당 0.08초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다.

KRX는 차세대시스템을 기반으로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다양한 금융상품 라인업을 수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CME, 유렉스 등 국제연계거래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동남아에 한국식 증시표준을 수출하면서 자본시장 IT의 세계 시장 진출 발판의 밑거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RX는 당초 지난 구정 연휴 이후 차세대시스템을 개통할 계획이었으나 연계 증권사의 테스트 미비 등을 이유로 약 2개월을 연기했다.

■KRX 차세대시스템이란?

KRX 시스템은 KRX를 중심으로 450여만명의 투자자, 1800여개의 상장회사, 72개 증권․선물회사, 7개 결제시스템(예탁원 및 시중은행), CME 등 해외시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국내 금융시장의 핵심 인프라다.

KRX는 05년 2월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 등 3개 시장의 운영조직을 통합하면서 이제까지 분리된 형태로 운영되던 시스템의 통합을 추진했다. 차세대시스템 개통으로 4년만에 비로소 3개 시장의 실질적 통합이 마무리된다.

새로운 기술기반 플랫폼은 시장접근 편의성, 상품에 대한 유연성, 처리성능, 안정성 등을 극대화했다.

KRX는 차세대시스템의 개통을 국내외에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EXTURE’로 명명하고 ‘expand the future with us’라는 슬로건 아래 시스템 해외 수출을 대비하고 있다. 국내 상표권은 이미 출원했고 미국, 일본, EU, 홍콩, 싱가폴 등 해외 16개국에 출원 중이다.

■KRX 차세대, 어떻게 만들었나

KRX는 정부 증권선물시장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지난 06년 'KRX IT 통합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플랫폼 결정, 코스콤과의 마찰 등 약간의 진통을 거쳤다. 그러나 이듬해 11월에는 정부의 시장효율화위원회에서 차세대시스템 ‘본사업’에 대한 심의를 받아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게 된다.

거래소시스템은 ‘선도개발’, ‘본개발’로 단계별 구축됐다. 메인프레임에서 오픈시스템으로 전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07년 선도개발에 착수해 매칭엔진 등 핵심 요소기술이 우선 개발됐다. 이를 기초로 07년 11월부터 시작된 본사업은 총사업비 약 1,000억원, 연인원 7만5,000여명(3,400MM)이 투입됐다. 22개월만에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KRX 차세대시스템과 연계된 72개 회원사(증권․선물사)시스템은 크게 3가지 형태로 시스템 환경을 변경한다. 자본시장법 시행에 맞춰 시스템 전반을 재구축한 회원사는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44개사다.

또 조만간 재구축을 완료할 회원사는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SK증권 등 9개사다. 나머지 19개 증권, 선물사는 KRX 차세대시스템에서 구현된 표준화된 포맷으로 송수신 전문만 일치시키는 방법으로 차세대에 참가할 예정이다.

■ 가동 준비 어떻게 진행됐나

자본시장은 전 업계가 공동으로 차세대시스템 테스트에 참가하게 된다. 증권, 파생상품시장 시스템은 투자자와 시장을 연결해 주는 주문전달, 체결결과 송수신 등으로 업무가 이뤄진다.

KRX 차세대시스템은 이와 연계된 증권, 선물사시스템은 단순한 오차가 발생되더라도 국가 금융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 다양한 검증과정이 진행됐다.

우선 거래소시스템 내부에서 호가가 폭주한 날, 연휴 전․후일, 특이한 장운영이 발생한 날 등 매매체결 시나리오만 3,000여개가 넘는다. 또 현행 시스템에서 발생한 수백만건의 실제 호가를 차세대시스템에 입력해 동일한 체결결과가 나오는지를 점검하는 병행가동테스트도 수행했다.

차세대시스템 모의 테스트는 전체 회원사와 공동으로 총 8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2,500여개 증권․선물사 전지점이 참여하는 전국 전지점 테스트도 3차례에 걸쳐 수행됐다.

현재 KRX 차세대시스템과 회원사시스템은 가동준비를 끝내고 현행 시스템에서 차세대시스템으로 전환작업(이행)만 남겨 놓은 상태다.

전환작업은 20일 현행 시스템을 종료하고 3월21 거래소 내부시스템의 이행준비를 완료한 후, 22일 거래소시스템과 회원사 등 관련시스템을 연결해 마무리된다.

KRX 차세대 이행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금융기관 일부 업무가 중단될 예정이다. 중단될 업무는 ▲CMA 직불카드를 이용한 출금업무와 결제서비스 ▲증권사 홈페이지나 HTS를 이용한 서비스 ▲잔고조회, 은행이체 입출금, 사고신고, 예약주문, 종가조회 ▲휴대전화, ARS 서비스 등이다. 은행을 통한 자금이체, CD기 입출금 서비스도 중단된다.

■차세대시스템 기대 효과

KRX는 차세대시스템이 개통되면 시장접근 편의성이 증대되고 매매체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차세대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으로 이에 대한 수익 증대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시스템, DB를 통합하면 시장별로 존재하던 복수의 고객접점이 단일화된다. 시스템별로 상이한 접속 프로토콜을 개방형(TCP/IP)으로 전환해 통신 품질과 속도 향상 효과도 기대된다.

또 차세대시스템은 ‘투자의 시대’에 걸맞는 시장유동성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4천만 건(현행 대비 약 2배 증가)의 호가처리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축됐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에 대비해 타 시장보다 빠르게 가격을 결정하도록 매매체결에 소요 시간도 줄였다. 체결결과 응답시간은 0.08초 미만으로 단축, 현행 대비 약 2분의1 이상으로 감소될 전망이다. 현행시스템 속도는 유가증권 약 2초, 선물 약 0.16초 등이다.

KRX는 시스템 안정성을 극대화하도록 업무지속성계획(BCP)을 수립해 장애발생시에는 다른 장비로 실시간으로 자동 전환․복구되도록 모든 시스템을 이중화했다.

화재, 전쟁 등 재해발생에 대비해 재해복구센터를 서울-부산간 원격지로 구축, 한 지역의 전산센터가 붕괴되더라도 타 지역 전산센터(DR)에서 업무가 재개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오픈 유닉스의 플랫폼 환경에서 초래될지도 모를 해킹 등 내외부로부터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통합관제센터도 구축했다.

이외에도 각 서버의 확장이 용이하도록 시스템을 구축, 시장 유동성이 급증해도 1~2주 이내 용량 증설이 가능토록 했다. 신상품이 상장되거나 제도가 변경되더라도 규칙 및 조건값 등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1~2주 내에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

호가폭주종목이 발생하면 장중이라도 동적 부하분산 메카니즘을 통해 신속하게 매매를 체결하기 때문에 현행과 같은 비상시장조치(매매거래정지 등)가 필요 없게 된다.

KRX는 차세대시스템을 바탕으로 CME, 유렉스, SGX,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라오스 등 해외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할 예정이다.

■ 향후 계획은

KRX는 당장은 차세대 안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후 동남아 시장 등 IT시스템의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KRX는 올해 초 말레이시아거래소 채권매매시스템 구축을 완료했고 시스템 2차 개발을 수주한 바 있다. 베트남 증권시장 차세대시스템 국제입찰도 1차 심사를 통과했다. 이를 바탕으로 증권․파생상품시장의 표준적 모델로 부상할 차세대시스템의 해외 시장 수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KRX는 IT시스템의 해외 시장 개척이 한국형 시장제도를 뿌리내려 증권․선물사의 해외 진출을 용이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