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IT비용, 왜 이렇게 복잡할까?

일반입력 :2009/02/24 09:19

최영석

투자대비효과(Return On Invest)라는 용어는 IT분야와 사용자간의 화두로 많이 언급된다. 복잡한 공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대비효과를 설명해내려는 시도는 IT조직이나 벤더가 주관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통해 IT조직의 신규 투자나 기존 비용에 대한 정당성을 증명하려고 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 IT조직 중에는 IT운영에 대한 투자 또는 비용을 스스로 파악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IT비용 구조의 정당성을 비즈니스나 사용자측에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가뜩이나 골치 아픈 재무적인 분야에 그 근거 데이터가 부실하니 누가 봐도 이해가 안가는 복잡한 결과물이 탄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쪼개지지 않는 IT비용 구조

IT조직이 비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분석해 낼 수 있는 가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테스트해 보면 된다. 임의로 IT시스템이 지원하는 ‘비즈니스 활동’(예를 들어 CRM 시스템의 경우, 비즈니스 활동은 마케팅부서의 ‘마케팅’이 된다.)을 하나 선정해 본다.

그리고 이 활동을 지원하는 IT시스템(즉, CRM시스템)의 투입 자원들(일반적으로 설비 비, 인건비, 기타 서비스 비용 등)을 뽑아본다. 여기서 IT조직의 재무적인 능력이 판가름 난다. 일부 IT조직들은 특정 비즈니스활동을 위해 기여하는 특정 IT시스템의 자원을 전체 IT비용에서 ‘발라’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특정 비즈니스 활동으로 쪼개봐야 하는가?

근래의 IT세계에서, ‘전체 IT비용’에 대한 투자대비효과를 요구하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것은 비즈니스 조직의 개별 사업부 책임제 추세와 궤를 같이 한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사업부나 부서별로 각자가 수행하는 비즈니스 활동에 대한 비용을 스스로 책임지게 되므로, 비즈니스 활동을 더 잘하기 위한 IT도입을 특정 비즈니스 활동 별로 쪼개서 볼 수 밖에 없다.

즉 마케팅 사업부에서는 마케팅 활동을 위해 고객 성향에 대한 자료 조사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것인가, 아니면 CRM과 같은 IT시스템을 통해 고객 성향을 뽑아낼 것인가를 비용 면에서 검토하게 되는 것이다.

IT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자원들의 비용이 자료 조사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면, 마케팅사업부에서는 CRM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IT조직으로부터 제시되는 IT시스템의 도입과 운영 비용이 불분명하다면 비즈니스는 주저할 수 밖에 없다.

공통비용 또는 간접비의 분리가 어렵다?

IT조직이 특정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하는 IT시스템의 비용을 뽑아내지 못하는 표면상의 이유는 간접비 때문이다.

이들 IT조직들은 전체 IT시스템에 투입되는 비용들은 알 수 있으나, 특정 IT시스템을 위해 온전히 들어가게 되는 간접비 항목들은 다른 IT시스템과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전체 IT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투입되는 ‘공통 시설비용’과 여러 개의 IT시스템을 공통으로 지원하는 ‘서버, 네트워크 장비 및 IT운영인력’을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분리해 낼 수 있으며 분리한 결과가 맞는지를 누가 자신할 수 있는가를 오히려 반문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어카운팅(accounting) 활동이 없다

이런 IT조직의 전형적인 특징은 IT비용에 대한 어카운팅 활동을 한 번도 시행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카운팅 활동은 우리 말로 번역할 때 ‘회계활동’이라고 주로 번역을 하지만, 이 활동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 아직까지 적당한 우리 말을 찾지 못했다고 본다. IT측면에서 어카운팅 활동의 목적은 IT제공 활동을 위해 사용한 비용을 용도에 맞게 분석해내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IT서비스 국제 표준(ISO/IEC 20000-2 6.4.4 Accounting)에서는 어카운팅 활동을 통해 IT 서비스의 수준에 따른 비용이 정당한지를 증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라고 적혀있다. 이것은 특정 IT 시스템의 비용을 모두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IT시스템의 지원 수준이 낮거나 높은 경우 이에 투입되는 비용의 ‘출렁임’ 까지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IT시스템에 사용된 IT비용을 한 번도 뽑아보지 못한 IT조직은 간접비에 대한 고민을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다고 보면 틀림없다. 간접비에 대한 분배 기준은 IT조직 스스로가 이러한 활동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누가 정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주입식 교육의 폐단이 IT조직에도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논리적인 상상도 해본다.

증발해버리는 IT활동들

좀 더 IT내부로 들어가보자. IT비용구조에 있어 인건비의 비중은 상당하다. 인건비는 IT활동을 수행하는 IT인력에 의해 발생한다. 그런데 IT활동들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특정 IT시스템의 기여를 증명하지 못해 증발해버리는 것들이 유달리 많은 IT조직들이 있다.

이런 IT조직들은 인건비의 정당성을 입증해 낼 수가 없다. 실제 무의미한 IT활동들도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IT활동들은 특정 IT시스템 또는 공통의 IT시스템을 위해 실행된다. 이 조직들은 이러한 IT활동들의 노력을 직간접으로 식별 또는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IT서비스 국제표준은 13개의 업무 프로세스라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IT활동들이 이러한 공간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IT 비용 구조를 이해하는 노력이 절실

투자대비효과에 대한 논의는 이를 제시하는 IT조직과 이를 평가하는 사용자 조직 모두에게 골치 아픈 일이다. 그래서 양자간의 적절한 합의(?)를 통해 ‘전체 IT비용’ 수준으로 상호 검증하거나 IT직원의 ‘머릿수’ 정도를 합의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러나 IT조직들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사용자 조직의 요구사항에 따라 그렇게 맞추어 준 것 일뿐, IT조직의 투자대비효과 분석의 노력을 면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IT조직의 경쟁력(요즈음은 생존력)을 유지하려면 IT조직이 제공하는 IT서비스의 투자대비효과를 IT조직 스스로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필요하면 즉시 이를 사용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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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투자대비효과 분석을 쉽고 정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IT조직내의 업무프로세스 및 활동이 개별 IT시스템과 사용자 조직을 위해 어떠한 IT프로세스를 경유하여 얼마만한 비용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서 IT조직은 기술적인 능력과 더불어 IT재무 분석 능력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