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용자 폭주로 인한 IT중단, 투자로 해결?

일반입력 :2009/01/29 13:34    수정: 2009/01/29 13:56

최영석

사회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관련 기관 또는 회사의 홈페이지가 네티즌의 대규모 접속으로 마비되었다는 기사와 홈쇼핑 회사의 파격적인 마케팅 이벤트라든지 빅스타의 인터넷 공연 예매 등이 사용자 폭주로 인한 IT시스템 장애로 중단되었다는 뉴스를 가끔 접하게 된다.

이러한 사건들은 해당 기업의 이해당사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해당 기업에게는 실질적인 매출 손실의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IT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을 ‘용량관리’ 의 실패 사례로 규정한다. 물론 사용자 폭주가 예측을 벗어난 돌발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경우는 ‘관리’ 또는 ‘계획’의 영역을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상당수의 사례들은 용량관리의 중요한 기능인 ‘미래 용량의 예측 과정’을 통해 충분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IT전문가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전통적인 용량관리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IT조직들에게는 이러한 사건들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투자를 통한 신규 증설만이 유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IT에 갇힌 용량관리 활동들

‘전통적인’ 용량관리라는 의미는 IT조직이 IT시스템 자체만을 용량관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즉, IT시스템 용량의 ‘증감’과 ‘특이한 현상들’을 IT시스템 자체의 관점에서만 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원시부족들이 수인성 전염병을 신이 내린 벌이라고 이해하고 제(祭)를 지내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IT시스템 용량의 패턴은 근본적으로 IT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주체의 의도’와 이러한 의도에 따라 접속하는 ‘사용자의 사용 행태’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런 사용 행태의 특성을 IT용어로 업무부하특성(Workload characteristics)이라고 부른다. IT에 대한 업무부하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IT 용량관리 활동을 수행하는 IT조직들은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IT관리 활동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부족

사용자의 업무부하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사용자의 비즈니스를 이해한 이후에나 가능하다. 사용자의 비즈니스가 제조업인지, 금융업인지 또는 연구개발 분야인지에 따라 업무부하특성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동일한 회사라 할지라도 업무 용도나 부서에 따라서 업무부하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사용자의 지리적인 위치에 따라서도 업무부하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국내가 아닌 외국에 신규 지사나 법인이 추가되는 경우 새벽녘에도 IT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업무부하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 국내 IT조직들 중에는 아직도 사용자측의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한 채 IT시스템의 기술적인 부분에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IT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사용자측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족

IT조직이 업무부하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용량관리 활동에 반영하고 있다라고 하자. 그러나 정형화된 업무부하특성이 아닌 돌발적인 사용자 폭주가 발생하는 경우는 이들 IT조직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돌발적인 상황은 어떻게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돌발 상황의 대부분은 사용자측의 특정 부서가 제공한다 라고 보면 틀림없다. 인터넷쇼핑몰의 사용자 폭주는 주로 마케팅부서가 기획한 마케팅 이벤트에서 발생하고, 대기업 내에서 인사시스템의 사용자 폭주는 구정선물 신청을 기획한 인사부서의 복지프로그램에 의해 발생하는 식이다.

하지만 마케팅부서와 인사부서의 담당자가 IT조직에 이러한 계획을 사전에 알리고 IT 용량이 기획의도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지원가능한지를 문의하고 있는 가가 문제다. 국내는 이 부서들과 IT조직간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규칙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전통적인 용량관리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IT조직이 속한 기업의 경우는 이런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아예 없다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는 사용자부서와 IT부서간의 공통적인 관심사항이 있다는 것을 아직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설득시켜야 하는 당사자는 물론 IT조직이어야 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용량관리 활동을 수행하는 IT조직은 여기에까지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돌발적인 사용자 폭주의 발생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커뮤니케이션 부재 상태를 이용하는 의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투자만을 요구하는 IT조직들

업무부하특성에 영향을 주는 비즈니스 활동이 계획되어 있어, 업무부하특성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거나 신규 사용자 접속이 증가할 것이라는 명백한 정보가 사전에 사용자측과 IT조직에 알려지는 경우, IT조직에서는 IT시스템의 용량 산정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IT조직이 사전에 사용자 증감과 업무부하특성이 IT자원의 변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알고 있지 않다면 용량산정 작업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하드웨어 벤더에서 제공하는 일반적인 성능자료를 기반으로 용량 산정 결과를 도출하게 되고 그 결과는 대부분 IT시스템 증설로 귀결되게 된다.

이것은 업무부하특성의 변동을 IT시스템 자원의 요구량으로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용량관리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IT조직에게는 이러한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IT시스템의 용량 언어에만 익숙해 있을 뿐 업무부하특성의 변동을 IT시스템 자원으로 번역해본 경험이 없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량관리 측면에서 IT조직이 개선해야 하는 것들

전통적인 용량관리 활동을 수행하는 IT조직들은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활동들을 수행해야 한다.

첫째는 사용자측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와 사용자들의 사용 습성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측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간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사용자가 어떤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단계에서 IT를 활용하게 되는지를 이해해야만 IT용량관리의 핵심인 업무부하특성의 본질적인 원칙을 도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작성된 비즈니스 프로세스 문서를 참조하여 실질적인 사용자 관점의 IT사용 습성을 파악해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IT개선회의 같은 회의체를 활용하여 이러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중의 하나다.

둘째는 IT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용자측의 비즈니스 계획이나 단기 이벤트 활동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비즈니스 계획이나 이벤트가 IT에 영향을 주는 지 여부를 사용자측이 판단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므로 모든 비즈니스 계획이나 이벤트 정보를 이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통해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데스크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IT조직인 경우는 서비스 데스크 매니저 또는 IT서비스 매니저가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책임지도록 한다면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는 업무부하특성의 변동을 IT자원 용량 요구사항으로 번역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쌓여있는 IT자원 용량정보들을 분석하여 사용자수나 트랜잭션이 IT자원에 부과하는 부하용량의 상관 관계를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상관 관계를 찾아내기만 한다면, 업무부하특성에 영향을 주는 사용자측의 비즈니스 계획이나 이벤트 건에 대해 ‘발 빠른’ 용량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투자를 통한 IT자원 증설의 정당성을 사용자측으로부터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넷째는 IT투자 없이도 사용자 폭주에 IT자원이 견딜 수 있는 대체 방법들을 IT조직이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사용자의 피크타임을 사용자측에서 자발적으로 조정하도록 유도한다거나 정해진 사용자 접속 수를 초과하는 경우 아예 추가 접속이 불가능하도록 기술적으로 제한하는 방법들이 있다.

또 IT를 사용하는 만큼 요금을 청구하는 경우는 피크타임 때의 IT접속에 대해서는 초과비용을 물리거나, 한가한 시간대의 사용에 대해 할인을 해주는 시간대별 차등 요금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방법들은 IT조직이 일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용 절감이라는 공동 목표 하에 약간의 불편함을 사용자측에서 수용한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다.

ITIL에서는 용량관리를 ‘자원과 비용간의 균형’ 그리고 ‘요구와 공급간의 균형’을 항상 유지해야 하는 ‘균형 활동’(balancing act)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IT자원을 비용대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와 요구하는 미래의 자원용량을 적절하게 유지해 줄 수 있는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7~8 년 전에 모 대기업의 IT담당자가 인터뷰 도중 던진 말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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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용량관리가 필요 없습니다. 제일 성능 좋은 장비를 도입해서 현재 사용률이 10%입니다. 향후 10년간 버틸 수 있는 용량이지요.”

용량 고민을 단박에 해소할 수 있는 투자가 밥 먹듯이 일어나는 ‘IT의 호시절’이 앞으로 다시 올까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