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에 있어서 2008년은 ‘불황’이란 한마디로 요약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토건 중심의 국가 정책 속에 업체들은 살길 찾기에 급급했다.
보안 분야는 문제가 특히 심각했다. 효과가 눈에 딱히 보이지 않는 보안이기에 기업들은 투자를 줄였고 사고는 반복됐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 삼아 사업을 확 키운 곳들도 있다. 일명 ‘산업스파이 킬러’로 통하는 DRM(디지털문서관리) 업체들이 그렇다. 불황에도 계속 기승을 부리는 산업스파이들은 기업 입장에선 꼭 막아야할 존재로 통한다.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핵심 기술까지 유출된다면 심각한 기업 존폐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국내 DRM 업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파수닷컴 조규곤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 설사 기업들의 투자 우선 순위서 보안이 밀려난다고 해도, DRM 만큼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7일 조규곤 대표를 만났다. 조 대표는 불황속에 더 빛나는 DRM의 특성과, 해외사업 청사진들을 풀어 놓았다.
■ “DRM은 선택 아닌 필수”
조규곤 대표가 보는 국내 산업스파이 현황은 실로 심각하다. 기술 발전과 함께 점점 늘어나고 있고, 잠정 피해액은 수십조원대의 천문학적 수치로 올라간다.
실제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 6건이었던 기업정보 유출 사건은 올해는 7월까지만 27건에 달했다. 알려지지 않고 기업들이 쉬쉬한 사건들까지 포함하면 사건 사례가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 때문이다. 조 대표는 해외사업에 힘을 쏟으면서도 국내 시장 공략도 매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간 DRM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고, 잠재 수요도 엄청난 것으로 조 대표는 보고 있다.
“DRM을 필수 솔루션으로 인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형 기밀유출 사건이 계속된 것도 이유지만, 그간 국내 DRM 업체들의 인식 제고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밀유출로 인한 피해를 생각해보면 DRM은 적은 돈으로 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값진 솔루션입니다”
현재 파수닷컴은 포스코와 삼성계열 등을 주 고객으로 잡고 있다. DRM 특성상 한번 구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 시스템 변동에 따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기에 사업전망은 고무적이다.
■ 미국시장 개척 전망 밝아
최근 파수닷컴을 둘러싼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미국시장 개척이다. 전투 경험이 많기 때문일까. 파수닷컴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의 DRM 기술력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꼽힌다. 조규곤 대표가 동남아나 중국 등지 보다 미국시장 공략을 우선시 하는 것도 이같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여러 업체들이 파수닷컴을 주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일찍이 파수닷컴을 파트너로 점찍어 함께 사업에 나섰고, 조 대표의 위상도 꽤나 올라갔다.
일례로 조규곤 대표는 이달 초 세계적인 DRM/CMS(콘텐츠관리시스템) 행사인 ‘길베인컨퍼런스’에서 직접 구축사례 등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엔터프라이즈 DRM 시장 추세를 통찰력 있게 읽고 있다”는 현지 애널리스트들의 평도 들었다. 지금도 길베인 그룹의 우수사례 연구집에는 파수닷컴의 KTF 문서보안 구축사례가 올라있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미국시장이 가장 큰 것이 사실입니다. 여전히 기회의 땅임을 누구도 부인 못하지요. 기술력만 있다면 도전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MS와의 구체적인 협력 상황에 대해 물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MS ECM(기업 콘텐츠 관리)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셰어포인트 서버 2007(이하 MOSS)’에 연동되는 DRM을 개발했다는 것.
사실 MS는 MOSS에서 윈도 오피스 파일 정도는 유출방지를 해왔다. 하지만 다른 문서파일은 제대로 지켜내기 어려웠고, 이에 파수닷컴과 손을 잡은 것이다. 파수닷컴의 ‘DRM 원 포 셰어포인트’은 개발 단계부터 MOSS 보안에 초점을 맞췄고, 합격점을 받았다.
여기서 나오는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MOSS가 잘 팔리면 파수닷컴 사업도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파수닷컴은 MS 글로벌 영업망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MS 입장에서는 ECM 시장에서 EMC나 오라클, IBM 등과 경쟁할 새로운 무기를 탑재한 셈이다.
조규곤 대표는 “해외사업에 대한 모든 준비는 끝났고, 2009년이면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경쟁사와 차별점 확 키운다
다시 국내 사업 얘기로 돌아왔다. 현재 DRM 업계에서 파수닷컴의 위치가 ‘지존’은 아니다. 소프트캠프와 마크애니 등 토종 업체와 함께 ‘DRM 고수 3인방’으로 분류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업체들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제까지 국내 고객들은 DRM 3인방의 차별점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3사 모두에게서 제안서를 받은 다음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고객들도 많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가 개성을 살려야 고객들도 똑똑해지고, 자기네에 필요한 제품을 잘 고를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조 대표는 험난하겠지만 기술 및 서비스 차별화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ERP를 비롯한 고객사 시스템에 DRM을 제대로 녹일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노하우를 2009년에 확 키우겠다고 했다. 더 이상 ‘필요는 하지만 도입하기 까다로운 솔루션’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조규곤 대표는 중소기업 시장 공략 계획도 밝혔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적은 부담으로 구축할 수 있는 패키지형 DRM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처럼 하이엔드 시장 공략도 함께 병행한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맞춤형 DRM의 이점을 맛보게 하겠다는 것이 조 대표의 2009년 목표중 하나다.
조규곤 대표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경쟁력 없는 회사는 더 어려워지고 강자들은 더 돋보인다. 파수닷컴은 후자임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