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소기업 팀장인 최모씨(38)는 단톡방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장 상사 등산 모임에 끌려갔다가 산악회 단톡방에 강제로 초대된 뒤 하루에 수백개 카톡이 오가면서 알림이 쉬지 않고 울려서다. 하루에도 수십번 '나가기'를 누르고 싶지만 상사 눈밖에 날까봐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2. 신혼부부 직장인 조모씨(35)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업무 스트레스'에 더해 '시집살이'로 괴로워하고 있다. 시댁 단톡방에 초대되면서 시부모님과 소통해야할 일이 많아져서다. 가족 행사나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는 방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다 조모씨가 초대된 뒤 시부모 말씀에 어떻게 일일히 답장해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유료 구독 서비스 ‘톡 서랍’ 이용자들만 개설할 수 있는 '팀채팅방'에 참여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방을 나갈 수 있는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도입했다. 이에 일반 단체 카톡방(단톡방)에도 해당 기능이 적용해달라는 이용자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다만, 카카오는 단톡방 도입 시점은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최근 트위터 및 이용자 공지를 통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인 '팀채팅방'에서 팀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방을 나갈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일반 단톡방이나 오픈채팅방에서는 채팅방을 나가는 순간 'OOO님이 나갔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지만, 팀채팅방에서 퇴장 시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선택할 경우 이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방장과 참여자 모두에게 나갔다는 사실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팀채팅방은 카카오톡 유료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인 '톡서랍 플러스'를 사용하는 방장이 개설할 수 있고, 일반 이용자들은 초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는 단체톡방이다. 팀채팅방은 단톡방과 달리 중간에 참여해도 이전 대화를 모두 볼 수 있으며 방장이 참여자를 강제 퇴장 시킬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카카오는 팀채팅방이 주로 팀 프로젝트, 동아리 등 협업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이용이 끝난 뒤 이용자들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방을 나간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것을 고려해 조용히 나가기 옵션 기능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다수 이용자들은 단톡방에도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팀채팅방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아 사용 비중이 단톡방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팀채팅방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좋다 말았다“, "만들거면 둘다 적용해달라"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오래전부터 이용자들이 요구해왔던 기능이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인만큼 단톡방은 친구·지인·가족을 넘어 대학교 팀프로젝트, 회사 업무용, 종교활동, 각종 동호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때문에 억지로 대화방에 초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많은 단톡방으로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겪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단톡방을 퇴장할 경우 나갔다는 메시지가 채팅방에 뜨기 때문에 직장 상사, 친구, 지인 등 주변 눈치가 보여 섣불리 나가기가 꺼려지는 사례가 많다. 더 이상 대화가 활성화되지 않는 단톡방이더라도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누가 볼까 부담스럽고, 불이익이나 인간관계에 불화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해서다.
이와 관련해 과거 카카오는 단톡방은 수신자와 발신자가 공존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나가기 알림은 양쪽을 모두 고려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카카오가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단톡방에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용 시점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팀채팅 대비 이용자 모수가 많아 기술적이나 정책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팀채팅방에만 적용됐으며, 다른 단체 대화방에도 적용할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