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강연장에서 통역을 듣는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어폰으로 사람 통역사의 목소리를 듣던 자리에서 이제는 인공지능(AI)이 발표자의 말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무대 화면에 바로 띄운다.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페스타26' AI서밋은 이런 변화가 선명하게 드러난 현장이었다. 구글 딥마인드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해외 연사들이 영어로 강연하는 동안 발표 자료 아래에는 한국어 번역이 자막처럼 따라붙었다.
이날 화면에 번역을 띄운 서비스는 플리토의 AI 통번역 서비스 '보글'이다. 보글은 플리토가 지난달 공개한 통합 통번역 브랜드다. 기존 개인용 통역 앱 '챗 트랜스레이션'과 행사장용 통역 서비스 등을 하나로 묶고 기록과 요약, 개인화 기능 등을 더했다.
하지만 화면에 번역이 나온다고 취재가 마냥 쉬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발표 자료를 보면서 번역 자막까지 읽고 기사에 쓸 내용도 메모해야 했다. 자막을 읽는 사이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가거나 중요한 발언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에서도 보글 앱을 함께 켜봤다. 행사장 화면으로는 강연의 흐름을 따라가고, 스마트폰에는 발표 내용을 남겼다. 놓친 부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강연이 끝난 뒤에는 주요 내용을 요약해서 볼 수도 있었다.
지난 4월 미국 출장에서 플리토의 이전 서비스인 챗 트랜스레이션을 사용했을 때와도 달랐다. 당시에도 실시간 통역은 만족스러웠지만 화면에 나온 번역을 녹취록처럼 가져다 쓸 수 없었다. 결국 따로 녹음한 파일을 글로 옮기고 다시 번역해야 했다.
이번에는 현장에서 강연을 이해하는 것부터 기록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까지 한 앱에서 이어졌다.
사람 통역·화면 자막·스마트폰 비교해보니
AI페스타26 컨퍼런스에서는 AI 통번역과 함께 사람 통역도 함께 제공됐다. 이어폰으로 사람 통역사의 말을 듣고 행사장 화면에 나오는 보글 번역과 스마트폰 앱의 통역 결과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세 가지를 번갈아 비교해보니 강연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에서는 정확도 차이를 크게 느끼기 어려웠다. 사람 통역과 화면 자막, 스마트폰 앱 모두 발표의 전체 흐름을 따라가는 데 큰 불편이 없었다.
차이는 정확도보다 이용 방식에 있었다. 사람 통역은 발표자의 말투와 강조점을 자연스럽게 전달했고, 행사장 화면은 귀로 놓친 단어나 제품명을 눈으로 바로 확인하기 편했다. 스마트폰에서는 통역 내용을 다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AI와 클라우드 관련 전문용어가 이어지는 강연에서도 전체 흐름은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화면과 스마트폰에서 번역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영어를 듣다가 놓친 부분도 보완할 수 있었다.
잘못 알아들은 단어, AI가 다시 고쳤다
화면을 보다 재미있는 장면도 발견했다. 처음 표시된 단어나 문장이 몇 초 뒤 다른 표현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었다.
영어 강연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처음에는 일부 단어가 어색하게 번역됐지만 앞뒤 문장이 더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수정됐다.
플리토 관계자는 "사람이 뒤에서 번역문을 고치는 방식은 아니다"라며 "AI가 처음 만든 통번역 결과를 다시 살펴 문맥에 맞지 않는 단어나 표현을 자동으로 고치는 후처리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기다리는 대신 번역을 먼저 빠르게 보여주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방식에 가까웠다. 번역을 기다리느라 강연 흐름이 끊기는 느낌도 크지 않았다.
행사장은 한·영, 앱에서는 독일어까지
행사장 화면에서는 영어 강연을 한국어로, 한국어 강연을 영어로 보여줬다. 사람 통역도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는 방식이었다.
스마트폰 앱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언어가 더 많았다. 앱에서 확인한 기준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비롯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스와힐리어 등 34개 언어를 지원했다.
한 번에 최대 3개 언어도 설정할 수 있었다. 영어와 한국어에 독일어를 추가해보니 같은 강연 내용이 독일어로도 번역됐다.
국제 행사에서는 활용도가 더 높아질 수 있어 보였다. 행사장 화면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를 제공하더라도 개인 스마트폰에서는 필요한 언어를 따로 선택할 수 있어서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강연하는 연사가 나오거나 여러 나라에서 관람객이 찾아오는 행사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화면 놓쳐도 스마트폰에 남았다…유용한 '노트' 기능
스마트폰에서 가장 편했던 기능은 기록이었다.
행사장 대형 화면에 나오는 번역은 그 순간 강연을 이해하기에는 좋지만 자막이 계속 지나간다. 발표 자료에 나온 그래프를 보거나 사진을 찍는 사이 한두 문장을 놓치는 일도 있었다.
보글 앱을 켜놓으니 발표자의 말이 글로 계속 남았다. 놓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올라가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모든 문장을 급하게 받아 적을 필요도 줄었다.
취재할 때는 차이가 컸다. 영어 강연에서는 발표를 듣고 통역을 확인하고 슬라이드를 보고 다시 기사에 쓸 내용을 메모해야 한다. 이번에는 현장에서 강연 흐름을 따라가고 놓친 내용은 스마트폰에서 다시 확인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기록을 요약해서 볼 수도 있었다. 한 시간 가까운 발표를 처음부터 다시 듣지 않고도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 빠르게 훑어볼 수 있었다.
물론 AI 요약만 보고 기사를 쓸 수는 없다. 중요한 발언이나 숫자, 고유명사는 원문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녹음 파일을 처음부터 다시 들으며 필요한 부분을 찾는 수고는 크게 줄었다.
6개월 전엔 여러 AI 썼는데…과정 줄었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에서도 보글의 전 버전인 챗 트랜스레이션을 사용했다.
당시 영어 강연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취재가 끝난 뒤가 문제였다. 화면에 나온 번역을 가져올 수 없어 따로 녹음해둔 파일을 오터AI에 올려 글로 옮기고 다시 생성형 AI로 번역했다.
현장 통역은 플리토, 녹음은 스마트폰, 전사는 오터AI, 번역은 다른 생성형 AI에 맡긴 셈이다.
보글에서는 이 과정이 많이 줄었다. 강연을 들으며 내용을 글로 남기고 지나간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끝난 뒤 요약까지 볼 수 있었다. 실시간 통역에서 끝났던 서비스가 강연이 끝난 뒤까지 이어졌다.
아쉬운 점은 남는다. 화면과 스마트폰에 번역이 나오더라도 발표자의 표정과 슬라이드, 자막을 동시에 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회사명이나 사람 이름, 처음 등장한 전문용어를 AI가 잘못 알아들을 가능성도 있어 기사에 직접 쓸 내용은 다시 확인해야 한다.
사람 통역사의 역할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말투나 강조점, 농담처럼 글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사람이 더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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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난 4월과 비교하면 AI 통역의 역할은 넓어졌다. 당시에는 영어를 알아듣게 해주는 도구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들은 내용을 남기고 다시 찾아보는 취재 도구로도 쓸 수 있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통역을 하려면 개인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보글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