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SW ㊦] GPU·모델만으론 부족…AI 투자, '돈 버는 SW'로 이어져야

과금·구매·계약 체계 AI 시대 맞게 손질해야…산업별 사업화·운영·재구매 선순환 필요

컴퓨팅입력 :2026/10/04 09:06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워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정책 무게중심을 인프라와 기술 확보에서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사업화와 성장으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모델 확보에 그치지 않고 산업별 서비스와 솔루션 개발, 실제 구매와 운영까지 이어지는 시장을 만들어야 AI 투자가 국내 SW 산업 경쟁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SW 기업들은 정부의 AI 투자 확대에 맞춰 기존 공공SW 구매와 계약, 과금 체계를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AI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기존 구축형 SW를 전제로 만들어진 예산·계약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국가 AI 투자가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특히 AI에 맞는 새로운 과금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공공SW 사업은 제품이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자산 취득 방식이 중심이지만 AI 서비스는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토큰 기반 과금 등 새로운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현행 국가계약 체계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우수한 AI 서비스가 등장해도 공공시장에서 실제 구매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SW 업계 관계자는 "AI는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는 토큰 방식 등으로 과금 체계가 바뀌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예산은 자산취득비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며 "AI 강국으로 가고자 한다면 그 방향에 맞춰 제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활성화 정책에서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방식을 AI에서도 그대로 답습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AI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실제 산업별 수요와 연결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제조·금융·물류·공공 등 각 산업의 업무에 적용할 AI 서비스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구매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고객이 없다면 정부 지원이 일회성 기술개발이나 실증에 그칠 수 있어서다.

실제 공공 AI 사업에서도 기술과 실제 구매 사이의 간극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가 주최한 포럼에선 30억원 규모 공공사업에서 비정형 데이터 처리에 배정된 예산이 3000만원에 그친 사례가 제시됐다. AI 제품·서비스 확인 제도 역시 마련됐지만 발주기관과 사업자의 인지도가 낮아 실제 사업에선 인프라와 플랫폼, 데이터, 응용SW 등이 다시 하나의 사업으로 묶여 발주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SW 기업이 AI 사업을 통해 기술과 제품을 축적할 수 있는 구조도 과제로 꼽힌다. 공공사업을 한 차례 수주해 구축 실적을 확보하더라도 사업 종료 이후 운영 경험과 데이터가 자산화되지 않는다면 다음 제품 개발과 재구매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우려다. 업계에선 공공사업이 끝난 뒤 개발한 코드나 로직을 기업 자산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현재 구조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숙경 KAIST 교수도 국내 SW 산업이 단순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에서 도메인 지식과 데이터, 운영 경험을 쌓는 제품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 자체가 빠르게 평준화될수록 기능 구현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고 고객 업무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 운영 경험 등이 실제 제품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지원 역시 기술 개발이나 일회성 사업 수주를 넘어 실제 제품이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판매되는 단계까지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와 산업이 기술 투자에서 시장 형성으로, 단년도 프로젝트에서 지속적인 운영으로, 맞춤형 시스템통합(SI)에서 제품 중심으로 정책과 사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공공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제품을 다른 고객과 해외시장에서도 반복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SW의 가격과 유지보수 대가를 현실화하는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선 AI 기술검증(PoC)을 늘리는 것보다 이미 도입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 요율을 현실화하는 것이 기업의 기술 축적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품 가격을 사실상 0원으로 책정하고 인력 투입 비용만 받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현재 구조에선 기술력을 갖춘 SW 기업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내년도 AI 예산 확대의 성과를 GPU 확보량이나 모델 개발 건수뿐 아니라 이를 활용해 성장한 국내 SW 제품과 기업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AI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응용SW 기업이 실제 고객을 확보하고 운영 경험을 쌓아 다시 제품을 고도화하는 구조가 형성돼야 정부의 AI 투자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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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 달성 역시 좋은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과 제품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국내 SW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이 실제 제품을 판매하고 운영 경험을 쌓아 다시 투자할 수 있도록 AI 투자가 시장 형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