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불감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이 국보로 승격될 전망이다. 도난됐다가 지난해 환수된 조선시대 불화를 비롯한 문화유산 9건도 보물 지정이 추진된다.
국가유산청은 30일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을 국보로, 용연사명 영산회상도 등 9건을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2008년 보물로 지정된 천은사 금동불감은 고려 후기 제작된 전각형 불감이다. 불감은 불상을 모시는 작은 공간으로, 이 작품은 사찰의 불전을 축소한 형태로 제작됐다.
사각 기단 위에 지붕을 얹고 전면에 문을 설치했으며, 내부에는 비로자나불과 협시보살, 십대제자 등을 표현했다. 좌우 벽면에는 약사여래삼존과 아미타여래삼존이 배치돼 있다.
내부에는 별도로 제작한 금동불상 2구가 남아 있다. 바닥에 고정 구멍 5개가 확인돼 원래는 불상 5구를 모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뒷면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불상 제작자 신승과 불감 제작자 김치 등 장인의 이름과 시주자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고려 후기 불교 공예품의 제작 방식과 발원 체계를 보여주는 희소성 높은 작품으로 평가했다.
이번에 보물 지정이 예고된 문화유산은 불화 3건, 불상 3건, 고서·전적 2건, 건축 장식기와 1건이다.
이 가운데 용연사명 영산회상도는 도난됐다가 지난해 환수된 불화다. 1731년 제작된 작품으로, 석가모니불이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담았다. 제작 시기와 화승, 봉안처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 18세기 불화 제작과 화승들의 협업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도난 과정에서 그림의 위아래 축이 사라지고 화면과 배접지의 상태가 나빠졌다. 제작 이후 수리하거나 다시 꾸민 흔적이 없어 당시 불화의 장황 양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의성 고운사 아미타여래설법도는 1701년 제작된 불화로,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보살과 사천왕 등을 배치한 안정적인 구도가 특징이다. 함께 지정 예고된 의성 고운사 천수관음보살도는 42개의 손을 지닌 관음보살을 표현한 작품으로, 조선 후기 화승 신겸의 독창적인 화풍을 보여준다.
불상으로는 1667년 제작된 영광 연흥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복장유물, 1685년 제작된 안성 칠장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16세기 전반 작품으로 추정되는 나주 영천사 목조지장보살좌상이 포함됐다. 이들 작품은 조선시대 불상 제작 기법과 조각승의 계보, 불교 신앙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고서 분야에서는 국회도서관이 소장한 박통사와 도산서원 전적이 보물 지정 예고 대상에 올랐다. 박통사는 고려·조선시대에 사용된 중국어 교재로, 최세진이 번역한 상·중·하 3권 가운데 상권이다. 현존하는 유일한 을해자 인쇄본으로, 한글로 표기된 당시 발음을 통해 16세기 국어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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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 전적은 퇴계 이황을 기리는 도산서원에 보관됐던 고서들이다. 조선 전기 금속활자로 인쇄한 문헌 4종 97책이 포함돼 인쇄·출판사 연구 자료로 가치가 높다. 태안 양잠리 출토 취두 및 검파도 보물 지정이 예고됐다. 2019년 주민 신고로 존재가 알려진 뒤 2021~2022년 수습된 유물로, 조선 전기 왕실 건축물 지붕에 사용된 장식기와의 형태와 제작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드문 사례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30일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와 보물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천은사 금동불감의 기존 보물 지정은 국보 승격에 맞춰 해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