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경학회 기후에너지 칼럼] 1000조 투입 K-GX, 탄소중립 감축 어떻게 확인할까

무엇이 산업 배출량 줄였나… 생산 변화와 기술 효과 구분하고 산업 파급까지 평가해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6/10/24 10:27

신정우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정부의 9월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 4293만 톤이다. 2023년(확정치)보다 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부문에서는 생산지표와 배출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은 반도체 생산지수가 35.9% 상승했음에도 배출량은 22.2% 감소했다. 정부는 스크러버를 통한 공정 저감 효율 개선이 배출 증가를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감소'라도 업종마다 원인이 달랐던 셈이다.

배출량이 줄어든 이유가 다르면 정책의 대응도 달라진다. 생산 감소 영향이 크다면 경기가 회복될 때 배출량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공정의 저감 효율 개선이 기여했다면 해당 기술 확산을 지원해 생산 확대에 따른 배출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 따라서 둘의 기여를 나눠 봐야 한다.

재정 지원 효과를 따질 때에도 이러한 구분은 중요하다.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은 10년간 재정 200조 원과 기후금융 790조 원 등 약 1000조 원 규모의 지원을 추진한다. 재정사업의 기후 영향 분석과 감축인지 예산서 활용 등 성과 관리 방향도 담겼다. 다만 사업별 감축량과 성과지표만으로는 생산 변화와 공정 개선 기여, 이 중 재정 지원으로 추가된 감축, 비용과 가격을 거쳐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까지 설명하기 어렵다. 무엇을 가려낼지, 어떤 도구로 추정할지, 어떻게 검증할지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생산량 감소와 공정의 저감 효율 개선이 배출량 감소에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 구분해야 한다. 생산 규모와 제품 구성의 변화를 고려하고, 기술을 도입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배출량이 얼마나 더 줄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지원이 기술 도입을 얼마나 앞당겼는지, 그 결과 추가로 얼마나 감축했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신정우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둘째, 지원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산업모형과 거시계량모형을 연계해 활용할 수 있다. 산업모형으로 공정별 생산량과 기술 도입에 따른 에너지 사용 및 비용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거시계량모형에 반영해 생산비용과 가격,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기술전망모형으로 전망한 상용화 시점과 확산 속도, 비용과 효율, 에너지 가격을 달리한 시나리오를 비교하면 감축효과와 산업 파급의 불확실성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OECD와 IMF도 모형을 활용해 정책 수단의 영향을 비교했다. 국내에서도 모형을 활용해 탄소감축 기술의 감축 효과와 지원 방식에 따른 산업 파급 효과를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현장 전문가와 함께 모형의 입력 자료를 점검하고 분석 결과를 현장 자료로 검증해야 한다. 모형이 계산한 감축량은 입력 자료에 따른 추정치이므로, 공정별 생산량·에너지 사용량·배출량에 설비 도입 시점과 가동률, 투자비와 운영비를 연결한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도 COMIT 모형의 기술 가정을 갱신하면서 산업계와 설비업체 인터뷰를 통해 비용·효율 자료와 현장 제약을 점검했다. 현장 자료가 쌓이면 모형의 가정을 갱신해 감축 경로와 지원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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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검증은 기업이 참여해야 가능하므로, 자료 제공과 기술 도입에 대한 부담도 함께 줄여야 한다. 자료 제공에는 기밀 보호에 대한 우려와 추가 계측·검증 비용이 따르고, 기술 도입에는 초기 설비 투자비와 운영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U 혁신기금처럼 검증된 감축에 지원을 연계하면 기업이 검증에 응할 유인도 생긴다. 이때 기밀 보호와 검증 비용 지원, 현장에서 확인한 제약에 맞춘 지원 방식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대규모 지원 효과를 판단하는 출발점은 생산 규모와 제품 구성 변화, 공정과 기술 개선이 배출량 감소에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철강처럼 생산이 줄어 배출이 줄어든 경우와 반도체처럼 기술이 배출을 줄인 경우는 정책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모형을 현장 자료와 연결해 지원이 기술 도입을 얼마나 앞당기고 추가로 얼마나 감축했는지 검증하고, 그 결과와 기업의 도입 여건을 다음 지원 대상과 규모, 조건에 반영할 때 정부 지원도 실제 감축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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