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의 수장고가 잇따라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국립 문화시설의 수장 능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수장률은 171%로 적정 수용 능력을 크게 초과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152.8%, 국립전주박물관은 113.3%에 달했다.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서고 역시 수장률이 100.74%를 기록해 수용 능력을 넘어섰다.
수장고는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다. 유물의 재질과 특성에 맞춰 온도와 습도, 조명 등을 관리하고 훼손을 방지하는 핵심 보존시설이다. 적정 수용 능력을 넘어선 상태가 장기화하면 소장품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처리에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장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시설 확충 사업도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대전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와 경산 수장고 건립 사업은 사업비 증가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재조사를 받고 있다. 올해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당초 2027년으로 예정됐던 완공 시점도 2030년으로 미뤄졌다.
광주에서는 총사업비 600억원 규모의 개방형 광역수장보존센터 건립 사업이 두 차례 부지 공모 무산으로 표류하고 있으며, 경남 양산시립박물관 역시 전시형 수장고 건립 예정지의 적정성 문제로 대체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수장고 포화 문제는 문화유산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와도 맞물려 있다. 박물관이 방대한 소장품을 확보하고도 실제 관람객에게 공개하는 유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올해 6월 기준 소장품 43만9547점 가운데 전시에 활용된 유물은 1만972점으로 약 2.5%에 그쳤다. 소장품 대부분이 전시 공간의 한계로 관람객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이 650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소장품 전시율이 미흡하다며 개방형 수장고 등을 활용해 국민에게 더 많은 유물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의 최대 전시 수용량이 약 1만점에 불과해 순환전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제2관 건립과 지역박물관 활용 등을 통해 소장품 공개를 확대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개방형 수장고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유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면서도 관람객이 수장 공간과 소장품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다만 개방형 수장고 확대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물의 재질과 보존 상태에 따라 외부 공개가 제한될 수 있고, 관람객 동선과 보안시설 등을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 만큼 일반 수장고보다 복합적인 시설 운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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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수장시설 관리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관마다 수장률 산정 기준이 달라 전국 문화시설의 정확한 수장 여력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덕 의원은 "국민이 모은 문화유산을 국가가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기관별로 따로 시설을 짓는 각자도생을 끝내고 '국가 수장 인프라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총량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